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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위원장, 폭우·강풍 속 '아사단식' 계속

물까지 끊고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매각 이익으로 빚 갚기 의도"

등록|2013.05.28 14:52 수정|2013.05.28 15:53
[기사 보강 : 28일 오후 3시 50분]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경남도청 현관 앞 마당에서 27일부터 비가 내리는 속에 곡기와 물을 끊은 '아사단식'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문재인·안철수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나서서 진주의료원 폐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홍준표 경남지사는 일체의 대화를 팽개치고 '목숨을 건 아사단식'조차도 외면한 채 '묻지마 폐업'을 강행하고 있다."

28일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30여 명의 조합원들이 폭우·강풍 속에 경남도청 현관 앞 마당에서 진주의료원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아사·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과 정해선·최권종 부위원장은 지난 5월 24일부터 이곳에서 밤샘노숙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유 위원장은 27일부터 곡기와 물조차 끊은 '아사단식'(완전 금식)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 30여 명은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 천막·비닐덮개 설치까지 가로막아... 목숨 건 '아사단식'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경남도청 현관 앞 마당에서 27일부터 비가 내리는 속에 곡기와 물을 끊은 '아사단식'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27일 오후부터 비가 내렸는데, 단식농성은 계속되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찰은 천막 설치는 물론이고 비닐을 치는 것조차 막았고, 야간에는 다음 날 아침 천막을 철거하는 조건으로 임시천막 1동만 허용했다"며 "28일 아침, 약속대로 임시천막을 철거하고 쏟아지는 폭우와 강풍을 막기 위해 비닐을 치려고 했으나, 경남도는 비닐덮개마저 철거해버렸다"고 밝혔다.

'아사단식' 중인 유지현 위원장과 릴레이농성 참가자들은 쏟아지는 폭우와 강풍을 우산 하나로 막으며 경남도청 앞 농성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도청 현관 앞에는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놓았고, 경남도청 청원경찰들이 승용차를 주차해 놓았다.

24~26일 사이 땡볕이 내리쬐는 폭염이 계속됐지만, 경남도청은 그늘막조차 허용하지 않았고, 폭우와 강풍이 몰아치는 27일과 28일에는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비닐막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음식물을 끊은 단식자, 더군다나 물마저 마시지 않는 금식자에게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체온 저하는 치명적이다"며 "그러나 경남도는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닐막조차 경찰력을 동원해 빼앗는 비인간적 처사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홍준표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중단과 정상화를 위해 음식물을 끊고, 물마저 끊은 채 아사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유지현 위원장과 대화할 의향이 없는가?"라고 촉구했다.

이광영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 소장은 28일 오전 경남도청 현관 앞 농성장을 찾아 유지현 위원장 등과 면담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경남도청 현관 앞 마당에서 27일부터 비가 내리는 속에 곡기와 물을 끊은 '아사단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28일 오전 이광영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 소장이 현장을 찾아 유지현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윤성효


"도민 생명 담보로 정치적 목적 달성하려 해... 몰염치한 행위"

보건의료노조는 28일 낸 자료를 통해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진주의료원 매각이익 800억 원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주의료원을 매각할 경우 경남도는 최소 800억 원 이상의 매각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

진주의료원은 현재 자산가치로 볼 때, 부지값 497억 원(1만6579평, 평당 300만 원), 건물값 512억 원(8544평, 평당 600만 원), 의료장비와 각종 비품 200억 원 등 총 1140억 원으로 추산된다. 부채 279억 원, 해고수당과 폐업 후 청산 경비 등 16억 원, 명예·조기퇴직금 44억 원 등 부채비용은 340억 원이다.

경남도의 현재 부채는 2조 원 정도다. 최근 윤성혜 경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적정한 폐업 일자를 찾는 중이며, 의료원이 폐업할 경우 건물을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경남도는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뒤 활용방안을 물었는데, '매각해 빚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대답이 높게 나온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는 매각 이익으로 부채를 갚으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고, 취임 이후 홍 지사는 부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이를 위해 산하기관 개혁작업을 추진해왔다"며 "그러나 도민의 건강을 위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공공병원을 팔아 경남도 부채를 갚겠다는 것은 도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주의료원에 연간 12억 원밖에 지원하지 않는 경남도가 800억 원의 매각이익을 챙기기 위해 국비와 도비 534억 원을 투입하여 신축이전한 지 5년밖에 되지 않는 진주의료원을 매각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하고 낯부끄러운 행위"라고 덧붙였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경남도청 현관 앞 마당에서 27일부터 비가 내리는 속에 곡기와 물을 끊은 '아사단식'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 경남도청 청원경비들은 승용차와 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놓았다. ⓒ 윤성효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최고위원 릴레이 단식농성 돌입

통합진보당(대표 이정희)이 진주의료원 폐업철회와 정상화를 촉구하며, 창원 경남도청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통합진보당 최고위원과 국회의원들이 28일부터 31일까지 노숙단식농성에 함께한다.

릴레이 단식농성은 28일 정희성·김미희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29일 민병렬 최고위원과 김재연 국회의원, 30일 유선희 최고위원과 김재연 국회의원, 31일 김미희 국회의원이 이어갈 예정이다.

통합진보당은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을 위한 현 시점의 유일한 방안은 홍준표 지사가 스스로 폐업방침을 철회하거나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폐업을 저지시키는 것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16개 광역시도당에서는 매주 화요일 전국동시다발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당 차원의 전국적인 연대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사회보험노조 "홍준표 지사는 국민과 대통령 기만"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이하 전국사회보험노조)는 2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 국회, 시민사회단체의 커다란 우려와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홍준표 지사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며 "왜냐하면 그가 폐업의 이유로 내세웠던 '강성노조', '수십억 적자' 운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명분과 설득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주의료원과 관련하여 홍준표 지사의 행보는 변방에서 잊히지 않으려는 몸부림, 강경 보수 이미지 부각 등으로 차기대권의 포석으로 '진주의료원에 대한 무리한 노이즈마케팅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도 남는다"며 "만일 그렇다면 이는 홍준표 지사의 대단한 착각이다. 보수성향의 국민들조차 '1%의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경기도립병원을 유지하겠다'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입장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직시하라"고 덧붙였다.

전국사회보험노조는 "홍준표 지사는 즉각 도민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한 논의의 장에 겸허히 나올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기만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조합원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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