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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스페인 시민 수백 만명, 왜 거리로 나왔나

[해외리포트] 15M 그 후 2년, 실업률 상승·민영화 가속화... 분노 여전

등록|2013.05.28 18:30 수정|2013.05.29 09:15
"오늘은 단지 기념일이 아니다. 2년 간의 변화를 위한 무수한 날들의 연속선상에 있는 하루다."

지난 12일 스페인 마드리드 솔광장은 수십만 명의 인파로 가득찼다. 마드리드뿐 아니라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세비야 등 스페인 주요 20여 개 도시뿐 아니라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수만 명의 시민들이 동시에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12M으로 알려진 이 집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년 전으로 기억을 잠시 돌릴 필요가 있다.

2011년 5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는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가 내놓은 긴축재정안 반대와 40% 이상에 육박하던 청년 실업률 문제, 장기주택 대출자들의 은행 대출 미상환으로 인한 강제 퇴거조치 등에 반발한 젊은이들이 주축이 돼 점거 농성이 진행됐다.

이렇게 시작된 운동은 점점 스페인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다른 나라까지 이어져 거대한 시민운동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 시민운동은 15M(15 de mayo=5월 15일)으로 명해졌고, 또 한편으로 '분노한 시민들 (Indignados)'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15M은 왜 생겼을까

▲ 분노한 스페인 시민들이 지난 15일, 15M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광장에 모여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 EAP/연합뉴스


지난 5년간 지속되고 있는 스페인의 경제위기는 여전히 그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위기'라는 단어는 하루에도 수십 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들의 대화 속에는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또한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스페인 밖으로 떠나고 있다.

15M이 있던 그해 11월 선거를 통해 국민당(PP)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이후 경제 위기 대안으로 내어놓은 모든 정책들이 오히려 시민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고용문제는 점차 악화되어 올해 1분기 실업률이 거의 27%에 이르고 실업인구는 620만여 명에 이르렀고, 의료보험, 의료기관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교육비 지원 삭감으로 인한 일부 교육서비스 중단과 등록금 인상 문제도 심각하다. 대학등록금의 경우 이미 지난해 100%가 인상된 상태인데 다시 올해 추가 인상을 이야기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교육계 종사자, 학생 파업, 휴업 시위가 지난 5월 9일 스페인 전역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주택 문제 역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은행 장기대출을 통한 주택구매자들이 은행이자를 갚지 못해 강제 퇴거 조치되고 있고, 해가 갈수록 노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악화되는 경제위기 상황으로 인해 15M의 효과는 점점 그 힘을 잃은 듯 보인다. 오히려 분노해야 할 요구가 많아지고 있음에도 점점 약화되는 광장의 소리에 실망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광장의 소리는 줄어들었지만...

하지만 광장의 소리가 줄어들었다고 15M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년 전 15M이 "자본가들 그리고 정치가들은 시간이 지나도 같은 길을 가겠지만, 15M은 다양하게 다른 길을 모색해 갈 것"이라고 표방했듯이, 그동안 다양한 분야로 15M의 불씨는 확산되어 지역별, 분야별로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15M 이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PAH(la Plataforma de Afectados por las Hipotecas-장기대출 피해자들을 위한 모임)는 그 대표적 예 가운데 하나다. 그들은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집을 잃는 사람을 위한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일부분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실질적 은행 대출 피해자들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 일반 시민들, 교육, 의료관련 종사자들 중 정부에 의해 강제 실직된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15M이 여전히 이들에게 유효할까? 애초 15M이 특정한 활동가들이나 정치 운동가들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분노가 만들어 낸 움직임이기 때문에 이 질문 자체는 불필요하다.

광장의 목소리는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 있지만, 이미 그 씨앗들은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그렇게 시간을 두고 자라나고 영근 씨앗들이 또 다시 하나의 큰 목소리가 될 날을 지난 12일 광장에 나온 이들은 희망하고 있다.

"천천히 가자, 왜냐하면 우리는 멀리 가야 하기 때문이다."

광장의 하루가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광장에서 울려퍼진 이 외침이 '분노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2013년 5월 스페인의 광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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