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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수표, 부자 부적이 여기 들었네

[서평] 무아·무심·하심의 행복론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등록|2013.05.29 09:11 수정|2013.05.29 10:25

▲ 96세에 입적하신 석주스님께서 '행복 수표, 부자 부적' 이라며 써 주신 글 오유지족(吾唯知足) 합자로 내가 오로지 만족할 줄 알면 부자이고 행복하다는 뜻. ⓒ 임윤수


동서고금,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행복을 마다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돈만 많으면 행복할 것 같은데 내로라하는 부잣집 몇몇 사람이 선택하는 비참한 최후를 보니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떵떵거리며 권력을 행세할 정도로 출세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 구속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을 몇몇 권세가들의 현실을 상상해 보니 그렇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서 '행복'을 검색해 봤더니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나옵니다. 행복을 정의하는 이 짧은 설명에 우리가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와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이 다 들어 있습니다.

충분한 만족이 행복의 전제입니다. 하지만 '아흔아홉 섬 가진 부자가 한 섬 더 채워 백 섬지기 부자가 되려고 한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만족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결국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는 결론은 이미 사전에까지 정의돼 습니다. 돈만이 아니라 명예, 권력, 미모, 몸매 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 관계되거나 소용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행복에 대한 정의에 우리가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와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이 다 들어 있다면 행복해지는 게 절대적인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족할 수 있는 토대는 무엇이며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무아·무심·하심의 행복론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으로 봉직중인 정승석 교수가 쓰고 민족사에서 펴낸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에 행복 수표가 되고 부자 부적이 될 비법 같은 내용, 행복으로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풀 세트로 들어 있습니다.

▲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지은이 정승석┃펴낸곳 민족사┃2013년 6월 7일┃1만 800원 ⓒ 임윤수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건 비법도 아니고 독특한 주장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제주도가 한반도 남쪽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대개의 사람들이 다 아는 보편적 진리입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한반도 남쪽에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가장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제주도까지 가는 방법을 다 아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만족하거나 행복해지는 방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닐 겁니다.  

탐욕을 버리는 것으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탐욕을 버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이 탐욕에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아예 모른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무지입니다. -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22쪽

책은 만족할 줄 아는 방법을 내비게이션이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듯이 조곤조곤 일러줍니다. 행복과 불행이 무엇인지는 아장아장 걷는 아가의 발걸음처럼 설명해주고, 행복해지는 방법은 성큼성큼 내딛는 어른의 발걸음처럼 꾹꾹 일러줍니다.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사람에게 방 좀 쓸라고 하면 정말 비질만 해 놓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에게 똑 같이 방 좀 쓸라고 하면 비질 뿐만이 아니라 먼지도 털어내고 걸레질까지 해 깔끔하게 정돈해 놓습니다.  

이 책에서 일러주는 행복론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입니다. 막연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게 아니라 버리고 비우고 낮춤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돌탑을 쌓듯이 차곡차곡 설명하며 이끌어 줍니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말이 결코 다른 사람과의 싸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나'야 말로 급발진 하는 자동차처럼 컨트롤 할 수 없는 욕심으로 어떤 불행과 고통을 초래 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화근덩어리입니다.

청동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는 게 비결

욕심이라는 게 본능적이고 원초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장마철에 피어오르는 곰팡이처럼 피어오르고, 청동거울을 좀먹는 녹처럼 번져옵니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집착의 동력인 욕구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수행으로 마음에 집착이 없게 되면, 이런 마음을 무심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집착의 반대가 무심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욕을 실행에 옮긴 상태가 무심입니다.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131쪽

장마철에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하는 데는 통풍과 햇살이 최고이고, 청동거울에 녹이 슬지 않도록 하는 건 자주 닦는 게 최선이듯 욕심을 제어하는 비법 또한 마음을 닦는 게 최선입니다. 

청동거울을 닦더라도 어떤 연마제를 써 어떻게 닦아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에 따라 빛나는 경면이 오래가듯이 마음을 닦고 청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무엇을 버리고 비우며 얼마나 낮추느냐에 따라 행복으로 가는 노정과 방법은 달라질 것입니다.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를 읽으며 버리고, 비우고, 낮추는 방법을 알아가며 익히다 보면 어느새 만족할 줄 아는 부자가 되어 행복한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지은이 정승석┃펴낸곳 민족사┃2013년 6월 7일┃1만 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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