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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니라 몸이 불구이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목일화백의 개인전 '공허의 노래를 그리다'

등록|2013.05.29 11:48 수정|2013.05.29 11:48

▲ 뇌경색으로 육신은 부자연스러워졌지만 화폭에는 생의 찬탄으로 넘친다. ⓒ 이안수


이목일 화백의 26번째 개인전 '공허의 노래를 그리다'의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화요일), 인사동 gallery M를 방문했습니다.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에 이미 'red dot'이 붙었고 이 화백은 비오는 오후의 회색 인사동 풍경과는 사뭇 다른 홍조 띤 얼굴로 바삐 움직이셨습니다.

작품을 구입하신 분들이 한 시간이라도 먼저 가져가 걸고 싶다는 요청에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화가에게 작품은 자식이고 그 자식을 곡진하게 사랑하는 이보다 더 고마운 분이 어디 있을까.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2011년 초 뇌경색으로 쓰러져 육신의 왼쪽 반신이 자유롭진 못한 상태에서 완성된 것들입니다.

환갑의 나이에 찾아온 병마도 이 화백의 창작욕을 꺾지 못했습니다.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왼팔과 왼다리를 대신해 지팡이 하나가 더 늘었지만 부자연스러운 몸에 비해 이 화백님의 사유는 더욱 자유스러워졌습니다.

▲ 뇌경색으로 얻게된 지팡이가 오히려 그의 정신을 더욱 자유롭게했다. ⓒ 이안수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원색의 생명 찬가로 가득했습니다. 산에는 만화방창이고 강에는 펄떡이는 물고기가 그득했습니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쏟아질듯 촘촘하고, 꽃밭에는 나비가 꽃을 희롱합니다.

이목일화백
-1951년 함양군 수동면 生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학과
-일본 창형 미술학교 판화과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 수학

개인전 25회, 그룹전 800회

이 화백께서는 어떻게 반신불수(半身不隨)가 되고 나서 오히려 생을 찬미할 수 있게 되었을까?

"마음이 불구인 사람이 무수히 많은데 저는 몸이 불구이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 화백님이 저와 대면해서 눈을 찡긋하며 한 첫 마디입니다.

이 화백께서는 지난 세월도 권위와 격식과는 먼 거리를 두고 살았습니다. 아마 석화광중(石火光中)의 이승을 살면서 그것이 티끌만큼도 위로가 되지못한 다는 것을 이미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에게 이승의 '공허'도 노래로 찬미할 대상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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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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