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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음악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요"

'이치현과 벗님들' 의 멤버들, '밴드 소리내'로 다시 뭉치다

등록|2013.05.30 09:38 수정|2013.05.30 17:43
1986년 '사랑의 슬픔'으로 KBS <가요 탑 TOP10>에서 5주간 1위를 하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그룹이 있다. 이들은 2년 후 '짚시여인'이라는 노래로 다시 한 번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지금도 라디오를 통해 가끔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부른 이들은 '이치현과 벗님들'이다.

하지만 이 밴드는 1991년 돌연 해체되고 만다. 그룹의 리더 이치현씨가 솔로활동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벗님들' 역시도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앨범을 내면서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명성만큼 잘 나갔다.

그러던 1992년 어느 날 '벗님들'의 멤버 한 명이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 멤버는 17년이 지난 2009년이 돼서야 한국에 돌아온다. 그는 '이치현과 벗님들'의 원년 멤버 기타리스트 김인태씨다. 그는 여자 친구가 미국에 살고 있어서 결혼허락을 받기 위해 갔다가 허락을 해주지 않자 외국에 눌러 앉는다. 말 그대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것이다. 외국 생활 중 8년 만에 한국에 잠깐 들어왔는데, 멤버들이 모두 음악을 그만 둔 상태였다. 멤버들에게 그는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되고 만다.

그리고 또 한 멤버가 있다. 이치현과 벗님들은 해체 이후 2005년, 새로운 음반 발표와 함께 재결성 된다. 이때 퍼커션(percussion)을 맡았던 박문철씨, 그는 인디밴드 1세대 고스락을 거쳐 서울랜드 경음악단에서 활동하다가 '이치현과 벗님들'에 합류한 멤버다.

"일상의 이야기와 감정들을 노래로 전하고 싶어요"

이들이 이번에는 '밴드 소리내'로 뭉쳐 어쿠스틱(acoustic) 음악을 선보인다. 어쿠스틱은 전자음이 아닌 악기 본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기타를 전기기타의 반대어로 이르는 말이다. 전자음이 아닌 악기 본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컬 겸 기타(문소리), 기타(김인태), 베이스(홍성진), 퍼커션(박문철)로 구성된 '밴드 소리내'는 각각의 어쿠스틱 악기들을 가지고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낸다. 비록 새롭게 결성됐기에 신인으로 분류되지만 멤버들 개개인은 10년 이상의 음악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전자음이나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로 어쿠스틱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 소리내'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24일 만났다.

밴드 소리내왼쪽부터 박문철(퍼커션), 홍성진(베이스), 문소리(보컬), 김인태(기타) ⓒ 이경관


- '밴드 소리내'는 어떤 그룹인지?
"어쿠스틱(acoustic) 이라고 하죠. 흔히 통기타를 생각하면 됩니다. 악기마다 갖고 있는 본연의 소리를 최대한 살려 음악을 하죠. 저희는 모든 음악장르를 어쿠스틱으로 표현하고 연주합니다. 사실 음악은 본래 어쿠스틱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음악적 환경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전자음을 많이 하지만 예전에는 기타 하나로도 얼마든지 좋은 음악을 들려줬죠. 저희는 악기 본연의 소리를 살리고 어쿠스틱 음악의 가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 멤버들에 대해 소개한다면?
"보컬(Vocal) 겸 기타(Guitar)를 맡고 있는 'SORI(소리)'는 여성 3인조 '타묘'의 멤버였습니다. 라이브 공연을 통한 파워풀한 가창력이 특징이죠. 기타(Guitar)를 맡고 있는 김인태씨는 그룹 이치현과 벗님들의 원년 멤버예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92년에 미국에 가서 17년 만에 돌아왔죠. 베이스(Bass)의 홍성진씨는 재즈음악과 가스펠 뮤지션 강의 등의 활동을 했고요. 마지막으로 퍼커션(Percussion) 박문철씨는 라틴재즈를 공부하고 90년대 신조음계와 고스락 등의 드러머로 활동하다가 2005년 이치현과 벗님들에 합류하면서 퍼커션으로 전환했죠. 이 멤버들이 모여 2012년 8월 '밴드 소리내'를 결성했습니다."

- 이번에 앨범도 나왔다고 들었는데?
"아니에요. 정규 앨범이 아니고 싱글앨범(미니앨범)인데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와 감정들을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멤버들 각자의 영역에서 연주해오던 어쩌면 이질적일 수 있는 사운드를 하나의 앙상블로 표현하고 싶었죠. 지난 4월 16일 음원도 발매했어요. 이번 앨범의 모든 곡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소리내가 자체 생산했습니다."

20살, 기타 들고 혈혈단신 섬으로 들어간 그녀

보컬을 맡고 있는 문소리(SORI)씨는 처음에는 음악을 몰랐다고 한다. 어느 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방금 노래 부른 사람이 누구냐'며 누군가 명함을 주고 갔지만 겁이 나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라이브 바에서 '백두산'과 '신촌블루스' 등을 보고 음악을 해보기로 결심, 자신이 일하는 건물 3층에 있는 실용음악실에 가서 오디션을 본다. 거기에서 처음으로 음악과 기타를 배운 후 20살 때 혈혈단신으로 오이도(당시에는 섬)라는 섬에 들어가서 1년간 기타와 노래 연습을 했다. 그 후 라이브 바 등에서 공연을 하며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밴드 소리내'밴드 소리내'가 한 공연장에 공연을 하고 있다. ⓒ 이경관


- 현재는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홍대를 비롯한 강남 일대에서 라이브 클럽투어를 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공연'에서 재능기부 공연도 했고요. 25일과 26일에는 '춘천 마임축제'에서 공연도 합니다. 앞으로 평택 '바이크축제', 단양의 '철쭉제' 등에도 출연할 예정이에요. 또 각종 불우이웃이나 소외아동을 돕기 위한 재능기부도 할 예정입니다."

- 향후 활동계획은?
"싱글앨범을 냈기 때문에 또 다른 싱글앨범을 3-4개월에 한 번씩 낼 예정입니다. 단순하게 공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원을 계속 발표할 예정이에요. 정규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싱글앨범은 계속 낼 예정입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꾸준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소위 말해 잘 나갔던 '벗님들'의 멤버자리를 박차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기타의 김인태, 고등학교 2학년 때 여자 친구가 드러머를 좋아한다고 해서 드럼을 배워 음악을 시작해서 2005년 재결성된 '이치현과 벗님들'의 멤버가 된 퍼커션 박문철, 프로듀서와 세션으로 강단을 누비는 베이스의 홍성진, 그리고 음악을 위해 여자인 몸으로 홀로 섬에 들어가 음악공부를 하고 온 당찬 여자 보컬 문소리, 이들 4명이 '밴드 소리내'로 뭉쳤다. 비록 신인이지만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멤버들, 그리고 그들이 선보일 어쿠스틱 음악을 통해 제2의 '이치현과 벗님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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