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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한 번 더 좋았던 까닭

천사같은 마음씨 지닌 김밥집 주인 아저씨 흐뭇

등록|2013.05.31 20:16 수정|2013.05.31 20:16
제가 살고 있는 이곳 대전은 예나 지금이나 대전역이 사통팔달의 중심입니다. 또한 제가 직장에 출근할 때도 시내버스에서 하차한 뒤, 지하철 대전역에서 환승하는 까닭에 얼추 만날 대전역을 만나게 되는 인연 아닌 인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요즘 대전역 앞에서 인근의 삼성동 네거리까지는 대전-오송 간을 잇는 BRT 도로공사가 한창입니다. 따라서 한쪽 차선을 막아놓은 바람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하여간 오늘도 야근인지라 오후 4시에 집을 나서 대전역 앞에 도착할 때의 일입니다.

대전역 바로 옆과 인접한 D통운 빌딩 사이엔 한 줄에 1500원 하는 <김밥천국>이란 식당이 있습니다. 여길 지나던 중, 실로 아름다운 모습을 목도하게 되었지요. 허름한 입성의 칠순 노인께서 그 식당의 문을 열고 뭔가를 간청하려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가 성큼 나오시더군요.

"할아버지, 웬일이세요?"
"라면 좀 하나 먹으려는데 얼마유?"
"2500원입니다만…."

할아버지께선 순간 난감한 표정으로 돌변했습니다.

"가진 게 2천 원밖에 없는디 안 되겄지유?"

그러면서 돌아서려는 순간, 주인아저씨께선 그 할아버지의 손을 잡아 끄셨습니다. "그깟 500원 때문에 그냥 가시면 안 되죠. 얼른 들어 오세요~!" 그처럼 마치 천국의 천사와도 같은 고운 심성을 지닌 식당 아저씨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 저까지 덩달아 흐뭇했습니다.

천국(天國)은 하느님이나 신불(神佛)이 있다는 이상(理想) 세계를 의미합니다. 또한 어떤 제약도 받지 아니하는 자유롭고 편안한 곳을 이르기도 하죠. 때문에 마침맞게(?) 운영하는 식당의 간판 또한 '천국'인 김밥집 사장님의 가게가 더욱 잘 되길 마음 속으로 빌었습니다.

그 식당을 지나 대전역 광장에 도착하자 매주 노숙자들과 결식노인 등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모 교회서 나온 급식 차량이 찬송가를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한데 그 차량에서 봉사를 하시는 분들 역시도 어쩌면 '천국'에서 온 이들이 아닐까 싶어 제 마음은 화풍난양(和風暖陽)의 아지랑이인양 한들한들하여 한 번 더 좋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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