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네이버와의 전쟁? 신경 안 써요"
[e사람] 국내 최초 패션 앱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가 서울 방배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소중한
"네이버요? 신경 안 써요."
의외였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풋내기 사업가는 '공룡'과의 경쟁에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일쉐어(바로가기)'의 윤자영 대표(26)는 네이버의 동종 업계 진출에도 "우리에겐 '소울(영혼)'이 있다"며 "(네이버처럼) 단순히 '담당자'가 운영하는 것과 다르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네이버가 출시한 패션 SNS '워너비!(바로가기)'는 사업 준비기간 때부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네티즌 사이에 워너비와 스타일쉐어가 비슷하다는 의견이 오간 것.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서비스하는 NHN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에 나서면서 '골목 상권 침해' 논란까지 번졌다.
윤 대표가 2011년 9월 만든 스타일쉐어는 이용자가 직접 사진을 올려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어플리케이션이다. 국내 최초의 '패션 전용 페이스북'이라고 보면 된다.
"'패션 SNS' 개념 우리가 만든 것"... '평범함'에서 찾는 차별성
▲ 스타일쉐어 어플리케이션(아이폰용). 자신의 패션이나 구입한 옷, 신발, 액세서리 등을 공유한다. ⓒ 소중한
"사실 기분은 좋진 않죠. 저희가 처음 '패션 SNS'라는 개념을 만든 거잖아요. (네이버의 진출에) 위압감을 느끼긴 해요. 하지만 도덕적 잣대로만 판단할 일은 아닌 거 같아요. 결론은 서비스 자체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거죠."
윤 대표는 '다른 서비스'를 강조한다. 초기 투자금 2000만 원으로 시작한 스타일쉐어는 대기업처럼 광고나 마케팅에 쏟을 자금이 없다. 결국은 스타일쉐어만의 서비스를 갖자는 게 윤 대표의 판단이다.
윤 대표는 '평범함'에서 답을 찾는다. 출시 때부터 스타일쉐어는 '이해하기 쉬운 패션', '우리의 패션'을 추구했다. 스타일쉐어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일반인이 직접 자신을 찍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침에 입고 나온 옷, 차고 나온 팔찌, 신고 나온 신발 등 하루에 1만 여개의 사진이 스타일쉐어에 올라온다.
윤 대표는 "대학 다닐 때 예쁜 옷이 입고 싶어 잡지를 보는데 500만 원 짜리 옷을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 추천 아이템)'으로 소개하더라. 전혀 공감이 안 됐다"며 "스타일쉐어는 평범한 이들이 패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다"라고 설명했다.
▲ 서울 방배동의 한 오피스텔에 위치한 스타일쉐어 사무실. 직원들이 스타일쉐어 어플리케이션을 보며 논의를 하고 있다. ⓒ 소중한
120개 국가서 하루 1만개 사진·2만개 댓글... 오프라인 모임 1만명 모여
스타일쉐어엔 약 120개 국가에서 사진이 업로드 되고, 하루에 1만 여개의 사진과 2만 여개의 댓글이 등록된다. 두터운 마니아(mania)층도 형성돼 있다. 이용자 재접속률이 70%를 넘는다. 온라인의 열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이용자들 스스로 플리마켓(벼룩시장)을 계획하고,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1만 여명의 인원이 지난달 7일 열린 플리마켓 현장을 찾았다.
"1시간을 기다려야 물건을 살 수 있었어요. 누가 벼룩시장에서 1시간이나 기다려요. 그런데 다 기다리더라고요. 직원들도 놀라고, 장소를 협조해 준 회사도 놀랐죠. 경찰까지 출동했으니까요. 자원봉사에 나선 이용자들은 전날(6일) 오후 10시부터 플리마켓 당일 자정까지 일했어요. 마치 자기 회사처럼 생각해주는 이용자에게 감동했죠."
때문에 스타일쉐어는 마니아층을 고려해 어플리케이션의 순수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광고도 함부로 안 한다.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만 골라 광고를 받는다. 29일 현재도 이용자들에게 모든 품목 10% 할인을 해주겠다는 한 의류 브랜드의 광고만 하고 있다.
▲ 스타일쉐어가 지난 4월 서울 신촌에서 연 플리마켓. 약 1만명의 사람이 다녀갔다. ⓒ 스타일쉐어
2000만 원 투자금으로 시작... 지난해 8억 투자 받아
사실 인터뷰 전, 걱정이 앞섰다. 패션 업계 종사자, 자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 미란다가 떠올랐다. 패션의 'ㅍ' 자도 모르는 기자에게 패션 SNS의 대표 인터뷰는 부담이었다. 29일 스타일쉐어 사무실이 있는 서울 방배동의 한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트레이닝 바지에 회색 면티셔츠를 입은 한 여성이 경비 직원에게 수도세, 전기세 따위를 묻고 있었다.
사무실이 있는 6층에 올라가 윤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그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1층에서 본 그 여성이 윤 대표였다. 그는 20평 남짓의 오피스텔, 아니 사무실로 기자를 초대했다. 사무실엔 윤 대표를 포함해 9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경험한 아이팟과 스티브 잡스가 그를 전자공학과로 이끌었다. 스스로 "패션 관련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확실히 윤 대표와 일반적인 '패션의 이미지'는 멀다. 그는 "패션은 의식주 중의 '의'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스타일쉐어가 추구하는 '평범함'의 철학도 여기서 나온다.
대학생 신분으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학교 프로그램을 이용, 시장 조사를 하러 홀로 영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처음 2000만 원을 투자 받아 2011년에 시작한 스타일쉐어는 지난해 중반까지 초기 투자금과 각종 경진대회 상금으로 유지됐다.
그러다 지난해 8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최근 윤 대표의 머릿속엔 투자금을 어떻게 만회할지 생각뿐이다. '남 모르는 고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표는 "꿈에서도 투자금 갚을 생각을 한다"며 "24시간 동안 퇴근하지 않는 셈인데 정신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누군가 제 계획을 믿고 돈, 시간, 마음을 쏟아준 것에 항상 감사해요. 힘들어도 그간의 과정을 생각하면 버틸 힘이 생기죠. 아직 많지 않은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축복받은 인생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난달 29일 만난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가 기자에게 어플리케이션을 보이며 설명을 하고 있다. ⓒ 소중한
▲ 2011년 9월 만들어진 스타일쉐어 어플리케이션(왼쪽)과 지난 4월 네이버에서 만든 워너비 어플리케이션.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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