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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낯선 조형물이? 이건 아닌 것 같다

[주장] 서울 시청역 의자에 앉아 있는 손님, 자리 좀 내주시죠

등록|2013.06.03 16:58 수정|2013.06.03 16:58

▲ 손님 의자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호랑이 인형이다. 자리를 따로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 김학섭


교회를 가기 위해서 지하철 시청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가 서울 중구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서울 나들이라 교회가는 날은 기분이 좋습니다. 언젠가 2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막 시청역에서 내리는데 의자에 느닷없이 호랑이가 앉아 있더군요. 처음에는 어떤 아이가 장난감을 놓아두고 갔구나 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도 호랑이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상해서 만져보니 움직이지 않게 고정돼 있었습니다. 둘러보니 호랑이뿐만 아니라 의자마다 다른 조형물이 있더군요. 토끼도 있고, 피노키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양의 조형물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의자 한 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인형이 왜 여기에 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의자 모서리에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제가 곁에 있잖아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비로소 그 조형물이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그러나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형물 때문에  앉아야 할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 역시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피노키오 인형 ⓒ 김학섭


나는 이 조형물이 어린이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어른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그 조형물 때문에 서 있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되겠지요. 불편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엉덩이만 놓으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인형 때문에 조금 돌거나 피해 앉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어떤 일행은 아이들은 앉아 있고 부모는 서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꽤 불편해 보였습니다.

또 처음에는 깨끗해 보이던 인형이 이제는 깨끗해 보이지도 않게 되더군요. 군데군데 때가 낀 것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이는 아이들은 인형이 신기한 듯 쓰다듬어 보고 만져도 보더군요. 많은 아이들이 그럴 텐데, 건강상에 문제가 없는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건강 문제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 앙증맞은 토끼지만 역시 의자 한족을 차지하고 있다. ⓒ 김학섭


꼭 뭔가 필요해서 조형물이 있어야 한다면, 사람들이 앉아 쉬는 의자가 아니라 따로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손때도 덜 탈것 같고 동화 속에 나오는 귀여운 동물들이 어른들의 눈총까지 받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귀여운 동물들이 우리의 영원한 친구로 남기 위해서라도 따로 자리를 민들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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