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님, '갈등증폭세력'은 따로 있습니다
[주장] 반대 세력 주장에 귀 닫으면 심판받기 마련
▲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진주의료원 폐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갈등증폭세력'으로 비유해 비판을 받고 있다. ⓒ 트위터 갈무리
취임 여섯 달도 안 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103년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더니 이제는 폐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갈등 증폭세력'이라고 맹비난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 JoonPyoHong)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천성산 도룡뇽사건, 광우병 빙자 촛불사태, 평택대추리미군부대 반대 집회, 부안방폐장사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 등에서 갈등을 증폭시켜온 세력들이 뭉쳐 또다시 국가적 아젠다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홍 지사 언급한 사건들은 '인간 존엄성'만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의 생명이 걸려있는 일이기도 했다. 천성산 도룡뇽 사건은 도룡뇽도 대한민국 땅에서 사는 생명체임을 각인시켰고, 광우병 역시 미국 축산 자본에 우리 국민 생명권을 팔아버린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평택대추리 미군부대 반대 역시 수십 년 동안 생존권을 위협받은 지역민들 권리를 찾는 생명 운동의 성격도 있었다. 부안방폐장 사건도 마찬가지다. 요즘 불량부품을 사용한 원전에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안방폐장은 원전 쓰레기를 보관하기 위해 세워질 계획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홍 지사가 예로 든 사례 대부분이 노무현 정부 당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이다. 천성산 도룡뇽 사건과 평택 대추리 미군부대 반대 그리고 부안방폐장 사건이 바로 그것. 이들 사건은 진주의료원 폐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권력과 반대 세력간의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특히 지난 2003년 7월 전북 부안군 방사성폐기물저장 시설 유치 신청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폭력사태로 비화한 방폐장 사건은 아직도 생생하다.
부안군은 중앙정부가 지역지원금으로 5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파격적인 지원 방침을 밝히자 신청 접수를 했다. 하지만 부안군민들은 등교 거부 등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폭력 시위와 강제 진압이 이어졌다. 주민 200여 명과 경찰 24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주민들은 군수폭행과 등교 거부·차량 방화를 일으켰다. 인구 6만여 명인 부안에 경찰이 1만여 명 가까이 투입됐으니 군대만 투입되지 않았을 뿐 '준전시상태'에 버금갔다. 45명이 구속되고 121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정부는 부안방폐장을 철회와 주민투표를 받아들였다. 다음 해 2월 24일 주민투표를 실시 반대 91.83%로 부안방폐장 계획은 공식 철회됐다.
정부는 이후 방폐장 위치 선정을 공모 형식으로 바꿨다. 국회도 2005년 3월 방폐장 특별지원법을 통과시켰고, 정부 역시 나섰다. 당시 이해찬 총리도 끝없는 설득과 토론을 통해 27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방폐장 문제를 해결했다. 2005년 11월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경북 경주·영덕과 전북 군산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경주가 약 89%의 찬성률로 최종 선정됐다. 나는 노무현 정부도 처음에는 방폐장 문제에 강한 저항을 마주했지만, 지역민과 대화를 통해 해결했다고 평가한다.
갈등이 유감? 그 발상, 위험하다
갈등 없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 자체가 독재다. 그런데 홍 지사는 갈등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독재적 발상과 다름없다. 지난 석 달 동안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방문한 적이 없다. 경남도청에서 진주의료원까지 1시간, 넉넉잡고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서부 경남 공공의료를 책임진 103년 역사를 지난 진주의료원 폐업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반대하는 사람들과는 대화하지 않고 노조를 '강성노조'라거나 '해방구'라 운운하면서 색깔론으로 몰아갔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자신이 결정했다고 반대하는 이들을 갈등 증폭 세력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아니야 말로 진짜 '갈등 증폭 도지사'다.
홍 지사는 도지사 당선 직후 지난해 12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제 국민대통합시대"라며 "서로 양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 대선 때 있었던 상호 고소·고발도 취소하고 승자의 의연한 모습으로 국민대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달만인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선언했다. 국민대통합은커녕 도민 갈등만 부추긴 셈이다.
트위터를 잘하지 않는 홍 지사는 지난 5월 24일 "장기불황에 지진·쓰나미·핵 발전소 사고로 쓰러져 가던 일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아베 총리가 벌이고 있는 군국주의 부활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2차대전 후 독일의 부활 과정과 너무 다른 최근 일본의 행태를 보면서 일본의 몰락도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일본 몰락을 예견했다. 도지사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정작 걱정을 해야 할 것은 일본이 아니라 홍 지사 자신이다. 여야가 진주의료원 문제를 두고 국정조사를 합의했다. 국정조사 구체적 내용은 합의되지 않았지만 홍 지사는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다. 경남 야권은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경남도(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끝내 발표한 가운데, 야권은 '폐업 무효화'를 위해 주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관련기사 : 진주의료원 사태, 야권 '주민투표로 홍준표 압박').
불현듯 2011년 전면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직을 내려놓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생각난다. 오 전 시장과 홍 지사를 직접 연결 짓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지도자가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반대 세력 주장에 아예 귀를 막았다는 점은 비슷하다. 사안이 다를 지라도 민의를 거스르면 결국 심판을 받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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