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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교장들, 문용린 간담회 '거짓보고' 논란

서울형 혁신학교 간담회 '거짓말 보고 사건' 재구성

등록|2013.06.03 15:59 수정|2013.06.03 15:59
지난 2월 1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교육청 본관 201호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지역 혁신학교 교장 교감 18명과 마주 앉았다. 전임 곽노현 교육감이 만든 혁신학교의 공과에 대해 따져보는 1차 간담회가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교장·감 위주 간담회는 "이후 두 차례 더 마련됐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교장과 교감의 발언, 진위 여부 따져봤더니...

▲ <조선일보> 4월 27일자 A8면 기사. ⓒ PDF


서울시교육청은 간담회 뒤 혁신학교에 대한 감사와 평가 처분을 전격 결정했다. 이 같은 '이중 검열'이 본격 시작되는 때는 6월 중순께부터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자율형사립고는 그대로 둔 채 신생 학교인 혁신학교만 공격하기 위한 표적 검열"이라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3차에 걸친 간담회 기록 가운데 일부 회차 회의록을 입수해 지난 4월 27일 '전교조 등쌀에…혁신학교 교장들 '혁신 반납하고 싶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를 공격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대체 문 교육감 앞에 앉은 혁신학교 교장과 교감들은 '내부 간담회'라는 은밀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그 말들은 사실이었을까?

3일, 기자는 서울시교육청이 작성한 1차 간담회 회의록인 '혁신학교 교장·교감 간담회 회의 결과 보고'란 문서를 입수해 교장·교감의 '사실' 관련 발언에 진위 여부를 따져봤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과' 명의로 된 A4 용지 9쪽 분량의 이 문서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우리가 작성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 문서에 등장하는 교장과 교감들은 혁신학교에 대한 칭찬을 말한 이들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수업혁신보다는 학교체제 전복",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를 망가뜨리는 상황"이라는 험한 주장을 쏟아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실들을 나열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 가운데 상당 부분에 대해 해당학교 교원들은 "거짓말투성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고, 발언 당사자인 교장과 교감도 "내가 말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 서울 ㄱ고 교장의 발언 내용을 담은 혁신학교 간담회 회의록. ⓒ 윤근혁


회의록에는 서울 ㄱ고 교장이 "전교조 관련 업체에서 물품 구매를 강요했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교조 관련 업체는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교조 업체가 물품 구매 강요했다고?

발언 당사자인 ㄱ고 교장도 "전교조 관련 업체의 구매 강요는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다. 나는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는데 회의록이 잘못 작성됐다"고 밝혔다. 회의록은 또 ㄱ고 교장이 "전교조 교사들끼리 모여서 50만 원 회식비를 사용하고 자기들끼리 수당 지급하는 형태가 혁신학교 컨설팅"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었다.

하지만 이 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혁신학교 컨설팅은 9월과 11월 2차례 있었는데, 연인원 30명의 참석 교사 가운데 비전교조 교사들도 있었다. 학교 공식행사였기 때문이다. 이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두 차례 컨설팅 식사비는 모두 21만 6000원이었다. 이 학교 교장은 "30명이 두 차례 회식비 50만 원을 쓴 것은 한 끼 1만5000원 이하를 규정한 지침에 어긋남이 없다. 이 또한 회의록이 잘못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의록은 ㄴ초 교장이 "3월 1일자 교감이나 희망교사가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어놨다. 하지만 이 학교는 올해 3월 1일자 초빙교사제를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교사가 없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언 당사자인 이 학교 교장도 "희망 교감이 없다고 말했을 뿐인데 희망교사가 없다는 말로 회의록이 잘못 작성됐다"고 말했다.

▲ 서울 ㄷ중 교감의 발언 내용을 담은 혁신학교 간담회 회의록. ⓒ 윤근혁


회의록은 ㄷ중 교장이 "초임 (혁신학교) 개설 요원이 부장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음. 문예체 강사가 겨우 (학생) 한두 명 놓고 가르치면서 수당은 시간당 10만 원씩 하루 4시간에 40만 원 지급함"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어 놨다.

해당학교 관계자들은 "우리학교 개설 당시 4명의 부장 가운데 전직 부장 경력이 있는 사람은 2명이나 됐다"면서 "강사비도 지난해 서울교육청의 문예체 강사 지침인 시간당 5만 원 규정을 지켰다. 따라서 하루 40만 원 지급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당사자인 이 학교 교감은 기자의 해명 요청에 '전화를 주겠다'고 해놓고, 전화를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ㄹ초 교감의 발언 또한 진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록에 따르면 그는 다음처럼 말했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가 많아서 독단적, 수업혁신보다는 학교 체제 전복, 학교 운영 민주화 등에 역점을 두어 외면당함."

'학교체제 전복'으로 외면? 하지만 학생들 '봇물'

하지만 '학교 알리미'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전체 34학급 규모인 이 학교는 아래 학년으로 갈수록 학급이 늘었다. 학급당 학생 수도 혁신학교 규정에 따른 25명을 훌쩍 넘겨 30명 이상인 학급도 4개나 되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해마다 학생을 전입시켜 학급과 학생이 늘어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발언을 한 당사자(현재 지역교육청 장학사)는 "학생이 늘어난 것은 아파트 입주 요인과 혁신학교 요인이 있다"면서 "내가 외면당한다고 말한 것은 혁신학교가 학부모나 학생에게 외면당한다는 뜻이 아니라 구성원들 사이에 외면당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손동빈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문 교육감의 3차례 간담회 참석자들은 모두 교장과 교감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혁신학교를 험담하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편향적인 간담회를 진행한 문 교육감이 혁신학교에 대한 감사와 평가를 지시한 것은 아닌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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