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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세요! 장미가 한복을 입었어요

올림픽공원 장미 광장 장미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등록|2013.06.05 08:48 수정|2013.06.05 08:48
색이 빛날 때가 있다.

가령 혹한의 겨울 끝에 정말 올까 싶었던 봄이 오고, 그 봄에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기라도 하듯 펼쳐진 층층나무의 잎에선 연두빛이 눈이 부시도록 빛난다. 날 좋은 어느 날, 황혼을 머금은 저녁 하늘에서도 붉은 노을빛이 짧은 시간 우리의 시선을 채우다 사라지며 우리를 아쉽게 할 정도로 아름답게 빛난다. 한점도 남기지 않은채 구름을  깨끗이 걷어버리고 그저 허공만 펼쳐든 하늘에서도 하늘색이 푸르고 깊게 빛날 때가 있다.

하지만 색은 역시 장미의 품에 안겨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장미를 보고 있노라면 장미가 예뻐서 색이 사는 것인지 색이 예뻐서 장미가 사는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유를 달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전자쪽이다. 말하자면 장미는 모든 색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신비의 마력을 가졌다.

방이동에 있는 올림픽공원 장미광장에서 장미 축제(6월 11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꽃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장미의 색들과 만나는 색의 축제기도 하다. 장미의 색들을 한 번 만나보자.

▲ 장미 ⓒ 김동원


노란색을 가진 꽃은 장미말고도 여럿이다. 개나리도 노랗고, 민들레도 노랗다. 다들 나름 예쁘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극으로 치면 어찌 그 노란색을 장미가 가졌을 때와 비견이 되겠는가. 장미의 노란색은 특히 농도가 짙다.

▲ 장미 ⓒ 김동원


장미는 한몸에 두 가지 색을 동시에 갖기도 한다. 이 장미는 손톱에 물들이듯 가장자리로 붉은 색을 둘렀다. 봉숭아물에서 힌트를 얻어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 장미 ⓒ 김동원


장미의 흰색에선 우아한 느낌이 난다. 색이 우아함을 갖추면 단순한 순결과는 깊이가 달라진다.

▲ 장미 ⓒ 김동원


어떤 장미의 색은 도대체 이 색은 어디서 온 것일까가 궁금할 정도이다. 예쁜 정도를 너머 색이 곱다. 곱다가 예쁘다보다 한수 위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

▲ 장미 ⓒ 김동원


색이 엷어지면 바랜 느낌이 나고 바랜 느낌은 자세를 흩어놓는 느낌을 가져온다. 그러나 장미에게선 엷은 색도 자세를 흐트리는 법이 없다.

▲ 장미 ⓒ 김동원


분명 다른 나라에서 개발된 장미인데도 한복을 차려입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달래를 연상시킨 색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에게 헌정된 장미라고 한다. 사실을 알고 나면 그레이스 켈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 장미 ⓒ 김동원


여자들은 입술의 색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장미도 꽃잎의 끝에 입술의 색만큼이나 신경을 쓸 때가 있다.

▲ 장미 ⓒ 김동원


이 보라색을 한번 보시라. 예쁘다는 말밖에 형용사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고 보면 장미의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는 극히 제한적이다.

▲ 장미 ⓒ 김동원


어둠도 장미에게선 어둠이 아니다. 장미는 어둠을 아름다움으로 넘어설 줄 안다. 그렇게 어둠을 넘어선 자리에서 우리들이 만나는 것이 흑장미이다. 품종으로는 블랙 바카라로 불린다. 어둠과 장미의 아름다움이 결합하면 치명적 유혹이 된다.

▲ 장미 ⓒ 김동원


장미에게로 가서 아름다움의 극으로 치달은 색을 다양하게 접하다 보면 항상 보던 붉은 장미가 식상해진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예쁘다. 부정할 수가 없다. 장미는 그냥 예쁜 꽃이 아니라 색을 가장 예쁘게 살려주는 꽃이다. 장미를 잘 살피면 색들이 절정에 올랐을 때의 아름다움을 구경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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