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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기부한 '착한 신발', 실상 알고보니...

[서평] 세계의 기아, 원인과 실태 보기 쉽게 나타낸 <세계 굶주림 지도>

등록|2013.06.05 15:57 수정|2013.06.05 16:09

▲ 서적 <세계 굶주림 지도>의 표지. ⓒ 동녘

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멜서스는 인구 성장이 거대한 기근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누군가는 세계의 식량을 취할 수 있는 상태로부터 소외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 인구가 70억 명으로 늘어난 시점에서 그의 말은 언뜻 현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세계는 5초에 1명의 아이가 기아로 죽어가고 있으며,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꾸려간다. 그야말로 '굶주림의 시대'다.

하지만 <세계 굶주림 지도>의 저자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인구의 증가 만이 기아의 주된 이유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토마스 J. 바세트과 알렉스 윈터 넬슨, 이 두 사람의 공동집필로 쓰인 책 <세계 굶주림 지도>는 다양한 측면에서 기아 문제를 재조명한다. 책은 세계적 재앙이 되어가고 있는 굶주림이 인구 증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니라, 미흡한 해결책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현상에 대한 단면적 시각 때문이라 지적한다.

다양만 측면에서 '기아' 문제 조명한 <세계 굶주림 지도>

그런 이유로 <세계 굶주림 지도>에선 여러 가지 분야에 따른 세계의 기아 실태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인구증가·기후변화·자연재해·소득 불평등·교육수준 등 약 20가지에 이르는 요인들을 토대로 '세계가 굶주리는 원인'을 입체적으로 검토한다. 세계지도 위에 알아보기 쉽게 색칠된 부분들을 통해서, 독자는 보다 수월하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당초 멜서스가 한 예언은 절반만 맞는 셈이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아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그의 말처럼 '식량생산이 인구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는 현재 모든 인류가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식량을 생산해내고 있다.

저자는 정치·경제적 접근성이 취약한 개인일수록 굶을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아'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정부에 의해 이 확률이 심화된다고 말한다. 여성과 아이가 굶주림에 더 쉽게 노출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역협정을 통한 식량의 이동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자국의 더 빈곤한 사람'에게 가는것이 아니라 '타국의 소비자'에게로 돌아갈 따름이다. 요약하자면 <세계 굶주림 지도>는 세계를 강타한 굶주림이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무관심이 이를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 서적 <세계 굶주림 지도>에 수록된 지도 중 하나. 기아 요인별 분포도가 보기 쉽게 나타나 있다. ⓒ 동녘


1+1 구매로 아프리카에 기부한 신발, 오히려 빈곤을 부추긴다고?

국가 간 외교문제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한 기부의 경우에도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된다는 부분은 가히 충격적이다. 우리가 이미 기아 문제를 익히 알고 있고 도우려는 마음도 있지만, 이는 결국 기업의 홍보와 상업적 판매전략에 이용될 뿐이라는 이야기다.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개발도상국 아동에게 신발이 기부되는 'One for one' 캠페인으로 알려진 탐스 슈즈의 경우가 바로 그 대표적 예다. 현장 활동가들은 이 기업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신발이 없는 게 아니라 신발을 살 돈이 없는, 가난이 진짜 문제다. 우리 기분이 좋기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려고 기부하는 많은 헌옷들이나 신발들이 실제로는 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산업을 죽이고, 또 일거리를 없애는 빈곤을 재생산하는 일이다." (본문 '옮긴이의 말' 중에서)

'한 끼 금식' 캠페인과 티셔츠 기증, '스톱 헝거(Stop hunger)' 콘서트 모금에서 신발 기부까지. 누구나 한번쯤 참여해 보았을 만한 일들이다. 하지만 정작, 기아가 발생하는 이유와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 <세계 굶주림 지도>는 기아가 빈곤과 사회적 취약성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그 주장 뒤에 "주민이 기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에 충분한 자원과 자격권을 정치경제에 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 취약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인다.

당장 급한 불을 끄려는 기부에 그치지 않고, 기아 문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책 <세계 굶주림 지도>에 나타난, 붉게 칠해진 대륙들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한 끼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비록 마음이 불편할지언정,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세계 굶주림 지도> (토마스 J 바세트·알렉스 윈터 넬슨 씀 | 장상미 옮김 | 동녘 | 2013.04. |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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