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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는 경호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직업과 삶②] 위험 요소보다 장 시간 서 있는 게 큰 고통

등록|2013.06.06 14:42 수정|2013.06.06 14:42
직업은 삶의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직업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직업에 따라 사회적 위치가 높아지기도 하고 그에 따른 수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직업을 사회적 위치와 급여 액수에 따라 좋고 나쁘다 단정할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의 직업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 기자 말

▲ 한 박람회에서 사설경호원들이 행사진행을 하면서 입장권 확인을 있다. ⓒ 이경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아침 7시 30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막고 있다.

"아니 참가 업체를 왜 못 들어가게 합니까?"
"안 됩니다. 8시부터 입장 가능합니다."
"9시에 행사 시작하는데 지금 못 들어가면 부스 세팅은 언제 합니까?"
"저희는 8시부터 입장시키라는 통보만 받았습니다."

대구의 한 전시회장에서 열린 박람회에 들어가려는 참가업체와 사설 경호원 간의 대화 내용이다. 행사 준비를 위해 부스 설치을 해야 하는 참가업체 측은 빨리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행사 경비를 책임지는 사설 경호원들이 입장을 막자 화가 났다. 

사설 경호원의 세계

"관람객이 아니고 비싼 돈 내고 참가하는 업체라고. 행사 망치면 당신들이 책임 질 거야?"
"그래도 안 됩니다. 박람회장 안에는 다른 업체들의 물건도 있기 때문에 8시부터 입장시키라고 전달 받았습니다."
"책임자 나오라고 해!"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서 대구까지 잠도 못 자고 달려온 한 참가 업체 관계자는 크게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주최측에서 "오전 8시부터 입장시키라"고 전달받은 경호원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 한 박람회장에서 사설경호원들이 행사 진행을 맡고 있다. ⓒ 이경관


폼 나는 양복에 검정 선글라스, 이어폰 낀 귀에 한쪽 손을 올리고 사방을 주시하며 걷는 경호원. 누구나 한 번 쯤 봤을 거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진 경호원은 크게 공무원 시험을 통해 채용되는 '경호 공무원'과 특정 기업체 회장 등의 경호를 맡는 '수행 경호원', 사설 경비업체에 소속된 '사설 경호원'으로 나뉜다.

하지만 어디에 소속된 경호원이든 다른 사람의 신변이나 재산을 보호하는 경호원의 근본적인 목적은 같다. 이중에서도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의 경호부터 각종 축제나 행사 등 포괄적 업무를 담당하는 '사설 경호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한 박람회장에서 사설 경호원을 만났다.

경호원이라고 하면 유명인 경호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사설 경호원은 정치인이나 연예인부터 행사 진행과 경비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정말 다양해요. 우리가 흔히 아는 경호 업무도 있지만 일에 따라서는 '행사 진행요원'이나 '안전요원' 또는 '경비원'이 되기도 하죠. 쉽게 말해서 정치인이나 연예인 신변 경호부터 특정 공연의 안전요원, 박람회나 전시회 등의 행사 진행업무와 경비 등을 포괄적으로 담당해요. 때로는 기업체에서 비밀리에 열리는 운영회의 같은 것도 경호하러 갈 때도 있고요. 회사에서 그때 그때 일이 다르게 주어지죠."

한 박람회장에서 만난 그들의 업무는 말 그대로 다양했다. 입장권을 확인하는가 하면 박람회장을 구석구석 순찰하듯 돌다가도 관람객들의 물음에는 친절하게 안내까지 했다. 또 전시장 뒤편 참가 업체들의 주차 통제도 이들의 몫이었다.

출근과 퇴근, 휴일과 급여도 일정치 않아

- 일은 꾸준히 있나요?
"네, 있어요. 아니 많아요. 어떤 날은 오전과 오후에 각각 다른 현장으로 파견돼요. 밤에 일할 때도 많고요. 물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전 등도 많이 가요. 업무 자체가 다양하다 보니까 일은 많아요."

- 일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럼 급여가 정해져 있지 않나요?
"네, 고정급은 정해져 있지만 실제 받는 급여는 개인적으로 일 한만큼 받아요. 몇 시간짜리 행사부터 며칠짜리 일까지 다양하죠. 대부분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짜 줘요. 일은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주니까 큰 차이는 없지만 하여튼 급여가 정해진 건 아니에요. 급여는 평균적으로 봤을 때 다른 직업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에요."

- 그럼 출퇴근 시간, 휴일 등이 일정치 않겠군요?
"그렇죠. 주말에 쉰다거나 이런 건 없어요. 주말이든 주중이든 일이 있으면 해야죠. 데이트를 한다거나 여행 같은 것도 마음대로 못 가요. 이 부분이 좀 힘들죠. 자기 생활이 없다는 것. 물론 시간을 빼서 갈 수도 있겠지만 일을 하다보면 그게 쉽지 않아요. 딱히 쉬는 날이 정해져서 다 같이 쉬는 것 하고는 다르니까요."

- 사설 경호원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이나 제한 사항이 있는지?
"자격증이 있긴 한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무도 단증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자격증이나 단증이 있으면 회사에 입사할 때 가산점이 붙긴 하죠. 그리고 경호원은 흔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젊은 사람들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특별히 나이를 제한하지는 않아요. 다만 오래 서 있는 직업이라서 젊은 사람들이 유리하죠."

- 무전기를 들고 다니는데 경호할 때 특별한 장비가 더 있나요?
"장비 많아요. 무전기는 기본으로 들고 다니고요. 귀에 찬 이어폰은 무전을 이어폰으로 듣는 용도고 이 외에도 상황에 따라 경찰들이 들고 다니는 진압봉도 있고 전기 충격기도 가지고 갈 때도 있어요."

가장 힘든 건 장시간 서 있는 것

▲ 한 박람회에서 사설 경호원들이 근무 중 10여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이경관


-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은 덜 해요. 실제 우리나라가 무슨 테러 국가도 아니잖아요?(웃음). 사실 이 일에서 가장 힘든 건 오래 서 있는 거예요. 그것도 정장 차림으로 장시간을 서 있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땡볕이나 혹한에서도 서 있어야 해요. 그 다음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는 거죠. 휴일 개념이 없다보니까 친구도 만나기 힘들어요. 약속을 잡을 수가 없죠."

업무 도중 이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은 가끔 10여분씩 돌아가면서 그늘에 가 앉아 있는 게 전부였다. 어떤 이들은 하루 종일 행사장 안에서 본연의 업무만 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면서 말이다. 짧은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간지나는 양복에 검정 선글라스를 낀 멋진 모습'은 없고 한결같이 축 처진 어깨와 일에 지친 모습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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