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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은 유령"... 53%가 근로계약서도 안 써

알바연대, 대학가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4대 보험 미가입 80%

등록|2013.06.05 20:11 수정|2013.06.05 20:11

▲ 알바연대가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가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소중한


성공회대 부근의 한 생과일주스 전문점.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ㄱ씨는 일을 시작할 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시급은 4500원. 법정 최저임금 시급 4860원에 못 미치는 액수다. 그나마도 매달 임금 중 10만 원씩을 덜 받는다. 6개월 이내에 그만두는 것을 막기 위한 사장의 조치다. 덜 받은 돈은 6개월이 지나면 한꺼번에 받는다.

그는 음료를 만드는 일과 함께 60여 개 테이블에 서빙을 하고 뒤처리까지 맡아 한다. 하루 12시간(주 3회)씩 일하지만 연장근로수당은 없다. 근로기준법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일을 하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게 돼 있다.

알바연대가 서울 대학가 주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여전히 많은 사업장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한 응답자 중에서도 내용을 서면으로 받지 못한 비율이 37%에 달했다. 계약을 하고, 그 내용이 담긴 문서를 받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다.

응답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게시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5명 중 3명이 '4시간 일하고 30분 이상' 혹은 '8시간 일하고 1시간 이상' 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 업무 외 수당도 먼 이야기다.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노동자에게 유급 휴일을 주는 주휴수당도 응답자의 75%가 못 받고 있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일하면 받는 야간수당도 5명 중 1명 꼴로만 받고 있었다. 응답자의 80%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최저임금 시급 4860원 미만을 받는 경우도 20%에 달했다.

알바생도 엄연히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당연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31일까지 서울 지역 대학가 아르바이트 노동자 159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원들은 신촌 지역(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서울 동북부 지역(경희대, 고려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서울 서남부 지역(성공회대, 가톨릭대)을 돌며 무작위로 사업장을 선택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직접 만났다. 주로 편의점, 카페, PC방, DVD방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알바연대는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문에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절반이 유령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응답자의 53%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에 비유한 것이다. 그만큼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일정한 권리를 갖는 '정식 노동자'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게 알바연대의 분석이다.

하윤정 기획팀장은 "사회적으로 아르바이트에 관심은 많지만 현장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불안한 고용 현실 때문에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엄연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로 인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에 친숙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접 실태조사에 참여한 대학생 이장원씨는 "최저임금 제도가 있는지,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를 노려 사장이 근로기준법이라는 협상이 불가능한 영역을 두고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협상을 하려고 시도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알바연대는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로 올해 1월에 만들어졌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7번 무소속 후보로 나선 김순자 울산대 청소노동자가 대표로 있다. 현재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을 목표로 거리 캠페인, 서명운동, 책 출판 등을 진행하고 있다. 8일엔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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