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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엄마 도우미예요

등록|2013.06.06 09:30 수정|2013.06.13 11:53
종이 한 장도 함께 들면 가볍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하면 더 쉽습니다. 집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집안 대부분은 엄마가 '독차지'(?)합니다. 아빠는 엄마를 '도와 줄'뿐입니다. 그럼 아이들은 엄마가 독차지한 집안을 일을 얼마나 도울까요? 우리집을 생각해보니 많지 않았습니다.

남편으로서 빨래, 설거지, 밥, 청소에 시달리는 아내를 보면서 자주 도와주지만 아이들도 엄마를 도와주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가정을 이루었을 때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밥을 차릴 때 숟가락, 젓가락을 상에 놓게 했습니다.

"엄마 밥차릴 동안 막둥이는 젓가락 놓아야지."
"형아는?"
"형아는 숟가락 놓고."
"그럼 서헌이는 무엇해요?"
"서헌이는 저녁 먹을 때 숟가락과 젓가락 놓으면 되겠네."

숟가락과 젓가락을 상에 놓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엄마가 다 차려준 밥상에 자기 숟가락, 젓가락도 놓지 않는다면 나중에 커서도 숟가락 하나 놓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인헌이가 밥을 퍼야지."
"체헌이도 퍼야죠."
"아직 체헌이는 어리니까. 위험하잖아."

"서헌이는요?"
"서헌이는 내일 아침밥 퍼면 되겠네."

젓가락과 숟가락 놓는 일에서는 밥을 퍼는 데 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조금씩 엄마를 도왔습니다. 요즘은 빨래는 엄마가 하지만 빨래 개는 일은 아이들이 합니다. 빨래 개는 일 쉽지 않습니다. 속옷 개는 법, 셔츠 개는 법, 티셔츠 개는 법, 바지 개는 법이 다 다릅니다.

▲ 빨래는 개는 큰 아이 ⓒ 김동수


"인헌이는 이제 빨래 개기 선수네."
"아직도 힘들어요."
"힘든 게 아니라 어렵겠지. 빨래 개는 것이 뭐가 어렵니."
"체헌이는 빨래 안 개잖아요."

"나는 빨래걸이 옮기잖아."
"뭐라고 빨래걸이 옮긴다고!"
"응.'

네 맞습니다. 막둥이는 아주 힘이 셉니다. 엄청나게 무거운(?) 빨래걸이를 손쉽게 듭니다. 힘이 천하장사입니다. 빨래걸이를 옮기는 막둥이 앞으로는 엄마가 힘들어 하는 빨래통도 옮길 수 있습니다.

▲ 빨래걸이를 옮기는 막둥이. 막둥이는 빨래도 갰습니다. ⓒ 김동수


우리집 예쁜 아이는 무엇을 할까요? 예 햇마늘을 까고, 찧습니다.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과일칼로 마늘 껍질을 벗겨내고 까는 일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깐마늘을 마트에서 사 먹습니다. 우리집은 어머니께서 주신 햇마늘을 까 먹습니다. 마늘을 많이 까면 손가락이 아릴 때도 있습니다. 그 일을 예쁜 아이 딸이 했습니다.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마늘만 깐 것이 아니라 이것을 찧었습니다. 엄마 어깨가 엄청 가벼워졌습니다.

▲ 딸은 마늘을 까고 찧었습니다. ⓒ 김동수


"우리 예쁜 아이 대단하네. 마늘을 다 까고."
"다 까면 직접 찧을거예요."

"찧는다고? 그래야지. 엄마가 가장 힘들어 하는 일이 마늘 까는 것과 찧는 일이야. 우리 예쁜 아이때문에 엄마가 푹 쉬겠다."
"아빠 나도 마늘 깔게요."
"너는 아직 멀었어. 손 베일 수 있어."
"내년에는 내가 할게요."
"막둥이가 마늘 까는 모습을 내년에는 볼 수 있겠네."

빨래 개기, 마늘 까기 아주 작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일이 집안 일로 어깨가 무거운 엄마를 도우는 아주 큰 일입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더 큰 사랑을 줍니다. 엄마를 도우는 아이들 참 행복한 아이들입니다. 엄마도 행복합니다. 아빠도 행복합니다. 온 가족이 행복하고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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