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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윤리적, 공개적이어야"

[인터뷰] 한국입양인과 결혼, 한국아이 입양한 케이트씨

등록|2013.06.08 20:48 수정|2022.10.17 08:10

▲ 딸 몰리(18세), 딸 메(15세), 케이트(39세), 아들 태손(5세), 남편 마이크(42세), 조카 메이건(20세) ⓒ Kate Tree Mun

케이트 트리 문은 약 20년 전 한국입양인과 결혼했고 5년 전 한국아이를 입양하여 현재 미국 메사츠세추 주에서 살고 있다. 케이트씨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이고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서 1970년대에 태어나고 성장했다. 그녀는 한국입양인과 결혼했고 한국입양아를 키우고 있지만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한국의 입양특례법을 지지하고 베이비박스를 반대하며 우리나라에서 해외입양이 좀 더 엄격하게 윤리적,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한국입양인과 결혼했고 한국아이를 입양한 케이트씨가 왜 한국의 입양특례법을 지지하고 베이비박스를 반대하며 우리나라에서 해외입양이 더 엄격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며칠간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살고 있는 그녀와 인터넷 스카이프 전화인터뷰를 했다. 자신이 입양 엄마이자 입양인의 아내인 케이트씨가 한국입양특례법과 베이비박스에 대하여 왜 이처럼 단호한 시각을 갖게 된 것일까? 다음은 케이트씨와의 스카이프 전화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 어떤 사유로 한국입양인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나? 한국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었나?

"마이크(남편)를 만나기 전까지 난 한국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았다. 어렸을 적에도 나는 내가 장래에 한국 또는 한국인들과 어떤 강력한 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나는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삶은 참 신비하다. 살다 보면 항상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진다. 어떻게 살다보니 한국입양인과 결혼하게 되었고 또 그 후 한국아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내가 마이크를 만남으로써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일어났다. 내 삶의 모든 것이 바뀐 것이다. 사랑의 힘이라고 할까!"



- 한국입양인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은 언제인가? 남편의 무엇에 그렇게 끌렸나?

"약 20여 년 전, 마이크와 처음 만났을 때 우린 둘 다 20대 후반이었다. 그때 나는 이혼녀 이고 싱글맘이었다. 당시 마이크가 내게 자기 어린 시절에 대해 잔잔히 이야기 해주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난 즉시 마이크의 목소리에서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이크는 미국으로 입양 보내지기 전까지 한국에서 친엄마, 그리고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그의 과거에 대한 슬픈 이야기는 내 폐부를 즉시 뚫고 들어왔다. 나는 그때 한 인간의 고통스런 이야기에 내 몸을 전적으로 맡겼다. 그 후 우리는 급속히 사랑에 빠졌고 결혼하여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마이크는 내가 이전 결혼에서 낳은 두 딸들과 우리가 입양한 아들에게 항상 다정다감한 아빠다."



54세 독신남성에게 해외입양 보내진 남편



- 남편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해외입양 보내졌나?

"1980년, 8살 때 마이크는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 보내졌다. 그런데 당시 한국사회봉사회는 미국의 일반적인 부부가 아닌 54세의 독신 백인남성에게 마이크를 해외입양 보냈다. 그 54세의 독신 백인남성은 마이크를 많이 학대했다. 그리고 마이크가 16세가 되었을 때 마이크는 미국에서 버림받았다. 그때 마이크는 한국의 가족이 자신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었다. 그 후 마이크는 약 10여 년 이상을 아무런 가족 없이 혼자 지냈다."



- 남편이 한국 친부모를 찾으려고 시도나 노력은 했었나? 그리고 찾았나?

"마이크는 10여 년 이상 공백기 끝에 마침내 용기를 갖고 한국 친부모를 찾으려고 결심했다. 그래서 자신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 보낸 여러 입양기관들에게 한국 친부모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 입양기관들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마이크를 입양 보낸 한국사회봉사회, 미국에서 마이크를 입양부모에게 보낸 웰컴하우스(Welcome House) 그리고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입양기관 와이드 호리존스(Wide Horizons) 였다. 그러나 남편을 입양 보낸 이 모든 입양기관들은 마이크가 한국 친부모의 이름을 알 권리가 없다며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그의 요청을 싸늘하게 거절했다. 마이크는 당시 절망했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런데 그 후 기적이 일어났다. 마이크가 자기가 입양 보내질 당시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던 중 그 중 한 사진뒷면에 자기 친 가족들이 한국주소를 써놓은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당시 입양기관들은 마이크가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수없이 요청해도 전혀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마 입양기관직원들의 실수로 이 사진이 마이크 손에 들어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여간 그 사진에 적혀있는 주소 때문에 마이크는 결국 한국 친부모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 한국아이를 입양했는데 언제 입양했나? 1980년 남편이 입양될 당시와 비교해 최근의 한국 아이 입양과정은 어땠나?

"2008년, 마이크와 나는 한국에서 한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마이크와 나는 1980년 마이크가 미국으로 해외입양 보내졌을 당시와 비교해 28년이 지난 2008년 한국의 입양절차가 훨씬 향상되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입양기관이 우리가 입양할 아이에 대해 정확한 출생기록과 의료기록, 그리고 아이의 한국 친가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입양한 아이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아이입양서류를 살펴보고 서류가 너무나 많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입양서류에 아기 출생날짜와 입양날짜 등을 살펴보니 친모는 아기가 출생하기 전에 이미 양육포기를 했다. 또 다른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가 입양한 아이의 불쌍한 한국 친모는 자기가 낳은 아이의 얼굴도 못보고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 보내게 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난 친딸이 둘 있고 입양아들이 하나 있지만 친모의 권리는 입양모나 누구의 권리보다 어떤 경우에도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한국입양특례법을 지지한다고 들었다. 어떤 면을 왜 지지하는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한국의 입양특례법은 입양될 아이에 대해 5개월간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리고 친부모에 대해서는 입양숙려기간인 7일 동안 직접 양육에 대한 지원내용 등을 포함한 충분한 상담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한국아이의 조속한 해외입양을 위해 한국친모와 아이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정이 우리 입양아이 경우처럼 결코 생략되지 않기를 바란다.



마이크와 나는 우리가 입양한 아이가 한국 친모와 함께 한국 법이 보장한 대우와 시간을 누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친모는 자기가 낳은 아이를 품에 안고, 사랑하며 입양숙려기간인 7일 동안 직접 양육해 본 후에 입양여부를 결정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입양을 보낼 때 보내더라도 당연한 친모와 아이의 기본적 권리가 결코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비윤리적 입양은 안 돼"



- 주위에 한국아이를 입양한 부모들이 있는가? 있다면 그 입양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

"내 주위 많은 친구들은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했다. 우리 미국의 입양부모들은 훗날 우리 아이들의 한국 친모들이 자녀양육을 포기하도록 회유, 설득,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 혹시라도 드러날까봐 두렵다. 우리 미국입양부모들은 베이비박스를 이용해 한국에서 친모 동의 없이 아이가 입양 보내지고 그래서 친모들은 아이들이 어디로 보내졌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 혹시라도 벌어질까봐 두렵다. 그런 비인간적인 일이 결코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우리 미국입양부모들은 바란다.



미국에서도 선량한 사람들은 비윤리적인 입양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선량한 미국인들은 입양이 필요하다면, 윤리적으로 정정당당하게 편법을 쓰지 않는 방법으로 공개적으로 입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입양부모들도 자신들이 입양한 아이들의 한국 친부모들이 기꺼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궁지에 몰려서 해외입양을 보낸 것을 알게 되면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왜냐하면 입양부모들도 언젠가는 성장한 입양인들에게 우리가 그들을 한국에서 입양한 과정을 숨김없이 떳떳하게 설명해 주어야 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 미국입양부모 입장에서 한국정부의 해외입양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한국정부의 입양관련법과 제도가 진정으로 아동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진하기를 마음으로부터 희망한다. 그리고 지난해 시행된 한국 입양특례법을 통해 한국정부가 아동권리를 더욱 보호하고 아동의 출생기록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에서 모든 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입양이 편법과 기록위조나 조작이 아닌 윤리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그리고 친모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강압, 회유, 설득에 의해 입양을 거의 강제로 선택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친모는 오히려 정부로부터 직접 아이를 양육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에 관해 충분한 상담과 안내를 받고 아이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후에도 친모가 아이를 정녕 입양 보내기 원한다면, 그때에는 순전히, 아무런 압박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의지로 친모가 입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야 친모와 아이가 받을 깊은 상처가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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