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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사진, 정말 아주 소중한 사진입니다

등록|2013.06.08 12:20 수정|2013.06.08 12:20
그제는 조부님의 제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고속버스로 아산 사시는 숙부님 댁을 찾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제사는 통상 자정이 임박해서 지냈지요.

그러나 작년 가을에 숙모님께서 급작스레 영면하시는 바람에 "올 제사는 밤 열 시경 지낼 예정이다"는 숙부님의 말씀을 좇아 평소보다 일찍 간 것입니다. 사촌동생의 제수씨가 수고를 마다하다 않은 덕분에 젯상엔 푸짐한 제사 음식이 차곡차곡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성껏 제사를 지낸 뒤 음복(飮福)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아 참~! 너 오면 주려고 앨범에서 찾아 놓은 사진이 있다." 이윽고 숙부님께서 전해주신 건, 바로 50년 전의 사진 한 장이었지요. 옆구리에 장난감 권총을 찬 다섯 살의 아이는 바로 저의 지난날 모습이었습니다.

▲ 참으로 소중하기 짝이 없는 50년 전의 제 사진입니다 ⓒ 홍경석


그리고 양 옆으론 젊었던 시절의 숙부님과 숙모님께서 서 계셨고요. 유일무이의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저는 감개무량하면서 그만 눈물까지 핑 도는 걸 도무지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아~ 이게 바로 저의 어렸을 적 사진이군요! 이토록 귀한 사진을 주시다니 정말로 고맙습니다!!"

박복한 팔자로 말미암아 저의 생후 불과 백 일 무렵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 봄날에 꽃을 찾아 그야말로 종작없이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여기저기로 떠돌아다니셨던 아버지로 말미암아 숙부님과 숙모님께선 제가 어렸을 적에 일정 기간 키워주셨지요.

고로 그 사진은 바로 그 즈음에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을 찍었을 당시엔 00(큰 사촌동생)이가 없었는가 보네요?" 저의 질문에 숙부님께서 답하셨습니다. "그렇지. 이 사진 이후에 태어났으니까." "그렇다면 이 사진은 바로 저의 50년 전 사진이군요!"

요즘이야 스마트폰으로도 척척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참 좋은 세상입니다. 그렇지만 50년 전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요. 제사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 도통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숙부님께서 주신 사진을 자꾸만 만지작거리며 들여다보았지요.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주간근무라서 출근했습니다. 이따 퇴근길엔 현상소에 들러 그 사진을 복원해 달라고 할 요량으로 출근 가방에 넣었지요. 그리곤 출근하여 짬이 나는 시간엔 그 사진을 스마트폰에 담아 아들과 딸에게도 보냈습니다.

그러자 두 녀석 모두 이구동성이더군요. "정말 아주 소중한 사진이군요!" 칠순의 고령이시되 여전히 건강하신 숙부님께서 무병장수하시길 염원합니다. 아울러 참으로 소중한 사진을 50년 동안이나 소중히 보관했다 주신 숙부님께 거듭 감사함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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