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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갑자기 대화에 나선 속내는?

[주장] 동맹 중국 압박 피하고 '북미 대화' 이끌려는 듯

등록|2013.06.09 15:35 수정|2013.06.09 15:35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발 자제 요구와 한국의 대화 재개 촉구에도 대남 강경 노선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6일 전격적으로 남북 대화 재개 의사를 공식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한 제반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분석들이 있으나 현재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이른바 '중국 압력설'이다. 즉 원조 등 경제 지원 창구이자 동맹 관계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막아보고자 북한이 강경 일변도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과 차츰 불편해지는 관계를 개선하고자 지난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김정은 제1비서 특사로 중국에 파견했다. 하지만 여러 언론에 보도됐듯이 최 특사는 예전처럼 호의적인 대접을 받지 못했고 방문 막바지에 가서야 시진핑 국가 주석을 면담했다.

동맹국 중국이 남북 대화 큰 역할

이 면담 자리에서도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핵보유의 당위성'을 언급했다는 보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및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완고한 시진핑 주석의 "한반도 비핵화는 대세이다"는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또한 이 자리에서 북한의 최룡해 특사는 "6자회담을 포함에 모든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처음으로 대내외에 자신들의 대외관계 전략이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이 남북 간 대화 재개를 선언한 것도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이러한 상황의 연장 선상에 있는 듯하다.

특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8일과 9일 이틀 동안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앞뒀다는 사실도 북한으로서는 입장 변화 발표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였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대북 봉쇄 전략에 동조 내지 수수방관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비록 비공식 회담이기는 하나 이틀에 걸쳐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양국의 외교관계 핵심 정부 인사들이 모두 참여해 장시간 협상을 하는 자리였다. 북한 문제가 논의되고 양국 입장이 조율되었을 건 불가피했다.

또한, 이번달 27일로 예정되어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도 북한의 이러한 전략적 노선 변화 발표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남북한 간에 아무런 상황 진전이 되지 않은 가운데 한중 정상회담이 열려 양국 정상이 북한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면 북한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동맹 관계에 있는 중국과의 관계 모양새가 완전히 흐트러지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을 느낀 듯하다.

그렇다면 북한의 전략 변화는 장기적으로 핵 보유의 포기와 개발 중지 등 이른바 '핵무력 보유' 정책의 폐지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까?

남북관계 개선은 '연출'... 진짜 목적은 북미 대화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에 관해 <워싱턴포스트>는 8일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는 북한 지도부를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게 하려는 중국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신문은 "분석가들은 북한이 진정으로 북한 비무장(비핵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그동안) 정체된 다자회담(6자회담)에 관심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하지만 남북 대화는 핵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쉬운 첫 단계이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이나 남북 이산가족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추어진 이번 남북 대화의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전제로 하지 않고도 북한 대화 의지가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태도 변화는 중국의 압력에 대해 적절히 응대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기존에 자신들이 주장하는 '핵무력 보유'라는 기본 입장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 봉쇄 등 비핵화 촉구 압력에 모양새를 맞추어 대응하고 '핵보유 현실' 인정하에 북·미 대화가 추진되게끔 하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교도통신>은 같은 날 더욱 단호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통신은 "북한, 남북관계 개선(은) 연출(이며), (남북 대화) 목적은 '미·북 대화 재개'"라는 제목으로 이번 북한의 남북 대화 재개 의지가 '연출'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조선에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계기로 미북 대화의 재개를 서두르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여 9일 이후에도 유연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통신은 "북조선의 목적은 남북 절충이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줌으로써 미국이 대화의 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통신은 "비핵화를 미·북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세우는 미국도 남북통일 문제의 당사자 사이에서 화해 분위기가 추진되면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북조선은 이렇게 계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입장 고수할 듯... 한국 정부 역할 중요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다시 북한 내 대화, 온건파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이 대외 관계 특히, 남북 관계에서 '대결 강화'에서'대화 재개'로 전략을 수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분명한 대화 전제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핵무력 보유'를 분명한 기본 노선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일부 북한의 전략적인 노선 변화가 북·미 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따라서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은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로 개성공단의 재개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문제들을 합의하고 중국과 한국 측에 추후 공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변화의 전개에도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기본 인식과 시각 차이는 워낙 크고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의 대화 재개 의사 표명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상황 변화가 북·미 대화 등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단계로 진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한국 정부의 역할이 있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고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이자 해결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진실의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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