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석과 샘 해밍턴, 이 조합 궁금하지 않았나요?
[인터뷰①] '언빌리버블' 조원석과 샘 해밍턴 "보여줄 게 많다"
▲ 유스트림 채널의 프로그램 <디스보이즈>를 공동진행 중인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과 개그맨 조원석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요즘 한국을 지키는 '샘 해밍턴'이란 이름을 모른다면 간첩 소리를 들을만하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를 통해 '진짜 사나이'가 됐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한 건 진짜 연예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능숙한 한국어가 이젠 콘셉트인지 개그인지 모를 어눌함과 만나 나오는 재미가 제법 크다.
군인이 꿈이었던, 아니 여러 꿈 중 하나가 군인이었던 이 호주 형이 요즘 우리를 참 즐겁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샘 해밍턴 곁엔 오랜 시간 함께 개그 콘셉트를 짜고, 공연을 해왔던 개그맨 조원석이 있다는 걸 말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두 사람은 최근 같은 소속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거성' 박명수와도 한 다리에 연결되는 곳이다. 혹자는 두 사람의 조합에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이들이 함께 해왔던 시간의 질과 양을 보자면 당연한 수순이다. 한국인과. 한국 생활 11년 차 호주인이라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근 유스트림 방송 <디스보이즈>를 함께 하고 있는 두 사람은 2년 전부터 대학로 등지에서 개그 공연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우린 컵케이크가 매개가 돼 이 웃긴 '한국형'과 '호주 형'을 함께 만났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대담 형식을 빌려 두 사람을 전격 인터뷰했다.
▲ 유스트림 채널의 프로그램 <디스보이즈>에서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과 공동진행 중인 개그맨 조원석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샘 해밍턴은 유스트림 채널의 프로그램 <디스보이즈>에서 개그맨 조원석과 공동진행을 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동 중이다. ⓒ 이정민
① 조원석과 샘 해밍턴 조합,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얘기해봅시다. 사랑도 우정도 첫 만남이 있어야 시작되는 거 아닌가요?(두 사람은 1977년생으로 동갑이기도 하다) 친해지기 쉬웠을 것 같은데요.
샘 해밍턴(이하 샘) : <복불복쇼>였어요. 2009년 크리스마스 특집인가.
조원석(이하 조) : 2008년 아냐? 2008년으로 아는데, 2008년으로 하자! (기자 주:<복불복쇼>는 2008년 4월 이경규의 진행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어쨌든 그 프로에 제가 한 세 번 출연한 거 같은데 샘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전화번호를 받았죠. 샘이 예전에 <개그콘서트> 활동도 했잖아요. 재밌는 친구더라고요. 원래 같은 개그맨끼리는 경쟁 심리도 있어서 번호를 잘 안 받는데 그만큼 호감이었고 그래서 연락한 거지요.
샘 : 번호를 받아놓고 3년 뒤에 연락했잖아!
조 : 아~ 원래 내가 원래 연락을 잘 안 해! 어쨌든 샘, 내 첫인상은 어땠니?
샘 : 원석 첫인상은 별로 안 좋았어요. 대기실에 누워서 퍼질러 자고 있더라고요. 번호를 받은 것도 그냥 누워 있다가 예의상 딴 거로 생각하고 있는데.
조 : 하하, 그럴 리가 없겠죠? 이경규 선배님도 계시고 공손하게 있었을 텐데, 이 친구가 인터뷰의 미덕을 잘 몰라요 아직. 하하!
샘 : 음, 다시 생각해보니 양반 다리를 하고 번호를 받았던 거 같기도 해요.
조 : 뭐, 우리를 보고 사람들이 특이한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해요. 처음엔 같이 뭔가를 하면 재밌을 거 같아 전화했고, 공연을 제안했어요. 만나기 쉽지 않은 조합이긴 하죠. 사실 외부에서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우리는 늘 친구였고, 아이디어를 공유해왔어요. 조합에 대해 우리가 인식할 만큼의 시간은 지난 거 같아요.
샘 : 우리 조합에 대해 희한하다. 낯설다. 그런 거 못 느끼겠어요. 내가 외국 사람이다 보니까 누구를 만나도 희한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서로 동갑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방송 활동하면서 다른 친구들이나 선배들은 내게 같이 하자는 제안이 없었어요. 원석이가 내게 제안을 던지고 재밌는 친구라고 얘기해줬을 때 고마웠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보통 주변 분들이 재밌다고 해주는데 개그맨에게 재밌다는 말을 듣는 거랑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 유스트림 채널의 프로그램 <디스보이즈>를 공동진행 중인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과 개그맨 조원석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 이정민
② 비슷한 아픔 겪었던 두 사람, 이래서 끈끈할 수 있었다
- 두 사람 모두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샘은 <개그콘서트>, 조원석은 MBC와 SBS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지상파에서 잠시 모습을 안 보인 때가 있었고, 각자 안 좋은 일도 있었고요.
샘 : (조원석을 지그시 바라보며) 과거에 대해 내게 뭐 숨기는 거 없지?
조 : 없지! 샘이 <개콘>으로 유명세를 타고, 라디오로 유명세를 타고 있을 때 내가 공연을 제안했어요. 물론 샘은 방송 일을 재밌어했지만 반복되는 스케줄에 지루함을 느끼는 거 같더라고요.
샘 : 교통방송에서 하는 예능 프로였는데 방송시간도 좀 애매했고, 청취자도 많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샘이 이젠 방송 안 하냐고 묻더라고요. 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서 앞길에 대해 걱정되기 시작했죠.
조 : 저도 그 시기에 경인방송 라디오를 했어요. 샘과 상황이 비슷했기에 통했을 수도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라디오는 고정수입이고 안정된 생활이잖아요. 그걸 놔보자! 탈피해 보자! 그렇게 결심하고 비슷한 시기에 서로 라디오 방송을 그만뒀죠.
- 그렇게 만나서 공연을 시작했고, 지금은 유스트림을 통해 방송도 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서로 만나서 그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지.
조 : 우리 조합이 낯설지 않다는 증거가 요런 모습인데, 한글 타자를 샘이 쳐요. (웃음)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서로가 말하는 걸 샘이 한글로 정리하죠. 이 장면을 목격한 분들이 신선하다고들 하더라고요. 우린 자연스러운 건데.
샘 : 원석이는 독수리 타법이에요. 얘가 타자를 못 치고 제가 잘 쳐요.
조 : 샘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인 걸 깜빡 잊곤 해요. 종종 이 친구가 외국인이라고 느낄 때가 비행기 탈 때? 외국인은 따로 탑승하잖아요. 잠시 출국장에서 헤어질 때 '아 얘가 외국인이었구나'를 느끼죠. 예전에 제주도에서도 공연했는데 이 친구, 산낙지도 잘 먹고 '한쿡살람' 다 됐어요.
- 그래도 팀이다 보니까 회의하면서 종종 이견도 있을 거고, 다툼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럴 땐 좀 어떻게 해결하나요. 샘이 월등히 힘이 세 보이긴 하군요.
조 : 보시면 알겠지만 막장까지 가면 내가 샘에게 맞을 거 같아요. 하하하! 샘과 제가 둘 다 A형이에요. 왕 소심하죠. 예전에 한 번 다툰 일이 있었는데 제가 문자를 소심하게 보냈죠. 기분 풀라고요. 답이 어떻게 올까 내심 궁금했는데 샘이 '왜? 무슨 일 있었어?' 이러더라고요.
샘 : 화는 금방 풀려요. 대화하면서 풀어요. 제 입장이 100% 맞진 않잖아요. 뭔가 문제가 날 거 같으면 서로 입장은 이렇다 하면서 얘길 해요.
조 : 여담이지만 샘하고 지내면서 국제결혼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샘처럼 외국인이니까 의견 분쟁이 생기면 한걸음 물러나게 되잖아요. 서로 이해하려고 하면서요. 샘, 괜찮지 않아? (웃음)
샘 : 빨리 누굴 만나기나 해!
▲ 유스트림 채널의 프로그램 <디스보이즈>를 공동진행 중인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과 개그맨 조원석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옥신각신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③ 조원석과 샘 해밍턴의 현재, 다양한 모습 준비 중!
- 그나저나 지금의 소속사는 연예 기획사라기보단 콘텐츠 제작사 성격이 강한데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 혹자는 샘 해밍턴이 수많은 러브콜을 물리치고 조원석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기다렸다는 말도 있어요.
조 : 샘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근에 난 기사들이 모두 사실이에요. 음, 샘이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는데 고건 모르겠네요.(웃음) 델 미디어에 갈 때 샘이 절 추천해서 함께 일하게 됐어요. 물론 전부터 둘이 함께해야 한다는 걸 많이 암시했죠.(웃음) 전 별책부록처럼 샘을 따라다니는 느낌으로!
샘 : 너 왜 이래?! 오히려 반대에요. 원석이 때문에 들어간 거예요.
조 : 우리 의견이 뭐가 중요하니 샘? 대표님 의견이 중요하지. 회사에서 샘만 함께 가자고 했으면 또 모르죠. 이 친구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후후.
샘 : 워낙 같이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원석이 덕분에 델 미디어에 들어간 거죠.
- 훈훈하네요. 그럼 서로 약속을 지킨 걸로 정리하죠. 어쨌든 요즘은 샘이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일도 많은 건 사실인데, 관련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서로 방송에 대해서 모니터를 해줄 거 같은데.
조 : 사실 제가 군대를 면제받았어요. 얼마 전에 달샤벳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샘에게 군복 입는 법을 배웠어요. 요즘 샘과 맥주를 한잔하면 군대는 갔다 와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거 참 느낌이 이상하던데요?
샘 : 군대는 다녀와야죠. 가끔 술 한잔할 때마다 내가 알려주고 있어요. 사회에서 군대 얘길 많이 하니까 원석이에게도 조금씩 군대 얘길 해주고 있습니다.
조 : 면제긴 하지만 사실 이론은 제가 빠삭하거든요. 친구들 휴가 나오면 이런저런 얘길 다 들어줬으니. 하지만 샘 앞에서 설레발치면 큰코다칠 거 같아요. 방송을 통해서 보면 얘가 힘들어하는 게 보입니다. 1주일 촬영하고 돌아오면 아주 수척해져서 와요. 쯧쯧.
샘 : 군대에서 나올 때마다 원석이가 괜찮냐고 묻는데 대답은 똑같아요.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녹화하고 사회에 나오는 요즘 말이 많이 줄었어요.
조 : 샘이 일주일 동안 촬영하고 3주의 휴가가 있잖아요. 군기가 들어서 왔다가 슬슬 군기가 빠지는 모습이 재밌어요. 휴가 나오는 첫 주는 약간 군기가 들어있어요. 말도 '다나 까'를 쓰고.
샘 : 와, 이거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다니까? 아니 다나까? 그거 군대에서 일주일 동안 적응이 될 만하면 갑자기 휴가를 보내잖아요. 택시 탈 때도 다나까를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요'를 쓰는데 3주간 정신을 놓고, 1주일 동안 군대에 가니 미치겠어요. 그냥 쭉 계속 군대에 있으면 괜찮을 텐데.
조 : 이 친구 어릴 때부터 꿈이 군인이라. 어쨌든 샘! 꿈을 이룬 거 축하해!!
샘 : 아니, 내 꿈은 여러 개 있어요. 군인은 그중에 하나였는데... 저 동물학자가 꿈이기도 했어요. 그러면 <TV동물농장> 이런 데를 나가야 하나?
조 : 와, 자꾸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프로그램 말하지 말라고!
샘 : 네가 자꾸 나보고 돼지라고 해서 그렇잖아!
조 : 언제 돼지라고 했어? 돼지는 아니고 살찐 여우! 이 친구가 머리가 되게 좋거든요. 아이디어 회의할 때도 뭔가 기발한 걸 내요. 앞으로 우리가 보일 모습도 콘텐츠 개발과 관련한 일도 있습니다. 둘이서 할 수 있는 게 많거든요. 우리 스스로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 이정민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