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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원 폐업하면서 고용률 높이겠다고?"

[인터뷰] 민주당 노동·임금 담당 원내부대표 은수미 의원

등록|2013.06.11 14:13 수정|2013.06.11 17:00

▲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 권우성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을 "허구"라고 못 박았다. 정부 로드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구체성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는 게 이유다. 정부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규직 시간제'라고 설명했지만, 은 의원은 "구체적인 임금수준과 지급방법, 최저임금의 확대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에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를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선행 사례로 꼽은 네덜란드와 비교를 통해 정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꼬집었다.

은 의원은 "네덜란드처럼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환이 자유롭고, 최저임금 수준도 네덜란드의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의 비율만큼 상승돼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한 고용률 증가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 늘려야 한다,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비중을 OECD 평균에 반까지만 높여도 40만 개 일자리가 생긴다"며 "그런 점에서 고용률을 높이겠다며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6월 국회에 쟁점으로 떠오른 통상임금 문제에도 특별한 제안을 내놓았다. 대법원 판례를 따라 통상임금을 체불임금으로 보는 것은 기존 민주당의 입장과 같지만, 그는 소송으로 돌려 받는 통상임금을 "사회연대기금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은 의원은 "소송을 통해 체불임금을 받게 되면 그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자"며 "그렇게 모인 기금은 노조가 주체가 돼 운영하면서 실업부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어려운 조건의 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노동·임금 담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시간제 일자리, 정규직만큼 임금 줄 수 있나?"

-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주요 골자로 하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정규직 시간제' 등을 이야기 하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어떻게 평가하나?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허구라고 생각한다. 시간제 일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당 임금이다. 적은 시간을 일해도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 수준이 돼야 한다. 지금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7100원 정도 나온다.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만3400원이다.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을 그만큼 높여야 한다. 시간제 근로가 정립된 네덜란드에서는 주40시간(풀타임) 일하는 사람보다 36시간 이하로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이 10% 가량 높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같은 수준에 임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정부는 임금부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기존 '정규직과 같은 처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임금을 포함한 상여금이나 사회보험 등 모든 복리가 같아야 한다. 하루 8시간을 일하든 4시간을 일하든, 근무시간만 다르고 기본적인 권리는 모두 같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돈이 많이 든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노동자가 월 400만 원을 받았다면 4시간을 일할 때는 200만 원을 받는 게 아니라 250~30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간제 일자리의 기본 방향이다. 공공부문부터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수준도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로드맵에는 이런 내용이 다 빠져 있다. 구체적인 게 없다. 결국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허구라고 생각한다."

- 민간부분에서는 기업에게 세제혜택과 지원금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것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의 현재 시간제 일자리의 대부분은 임시일용직이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에 85%가 있고 4인 이하 사업장에 55%가 있다. 이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21시간으로 시급 7100원을 적용하면 월급이 60만 원 정도 나온다. 이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되려면 150만 원까지는 올라야 한다. (시간제 노동자)사회보험을 적용받는 사람도 12%밖에 안 된다. 지금 30인 미만 사업장은 월급을 그만큼 올려주고 사회보험까지 해줄 여력이 없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밀어내기, 불공정 원하청계약을 다 뿌리 뽑아도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아예 시간제 접합직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제로만 사람을 뽑게 된다는 얘기다. 청년노동자가 시간제로 일을 시작했다고 치자. 평생 시간제로 있을 수 있나? 시간제에서 전일제,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전환이 자유로워야 한다. 네덜란드가 그렇다. 이번에 정부는 기업이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면 세제혜택에다가 1명 당 142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럼 정규직 일자리를 모두 시간제로 바꿀 수도 있다. 특정 직종은 시간제로만 가는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의 유통서비스 업계로, 특히 패밀리레스토랑이 그렇다. 점장을 제외하고 전부가 시간제다. 여기도 2000년대 초 만해도 정규직 풀타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알바천국'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 나와야 한다"

정홍원 총리,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합동 브리핑정홍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정 국무총리는 로드맵에 대해 "남성 중심의 장시간 근로관행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행태와 일, 가정 양립 문화가 각 기업과 사회전반에 확산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유성호


- 그런 시간제 일자리는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는다. 시간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되려면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것 역시 네덜란드 모델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은 못나가는 분식집도 최저임금 받고, 잘나가는 패밀리레스토랑도 최저임금을 받는다. 네덜란드의 최저임금은 우리의 4배 정도 된다. 소득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액수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네덜란드의 평균임금은 최저임금의 1.3~1.4배 가량이다. 이를 우리에 대입시켜 보면 최저임금이 5900원에서 1만1000원 가량 돼야 한다. 공교롭게도 지금 최저임금연대에서 요구하고 있는 게 5910원이다. 그게 바로 임금의 최저선이라는 증거다. 정부가 고용률 70%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당장이라도 최저임금을 5910원으로 해야 한다고 나서도 모자를 판이다."

- 이번 로드맵에 부정적 요소가 있음에도 '고용률 70%'를 목표로 설정한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잘 한 일이다. 임기 내에 고용률 70%를 하겠다는 것은 과한 목표지만. 일자리는 매월 몇 만개씩 늘어난다. 그럼에도 고용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오늘 생긴 일자리가 내일 없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고용률을 높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함께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 시간제 일자리가 고용률을 높이는 데에 답이 아니라면 어떤 방식이 필요한가?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공공부분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기존에 일자리 지키기다. 우선 전체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미 정해진 주 40시간만 지켜도 일자리는 늘어난다. 여기서 문제는 고임금 장시간 노동의 경우 법을 지키게 하면 되지만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의 경우는 노동시간 단축이 곧 생계의 문제로 다가 온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하게 되는 것이다.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정책이 나와야 한다.

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면서, 특히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 늘려야 한다.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비중을 OECD 평균에 반까지만 높여도 40만 개 일자리가 생긴다. 평균까지 올리면 80만 개다. 평균까지는 아니어도 그 절반만 해도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의료를 더 확대해야 한다."

"일자리 지키기, 질 높이기는 현안해결이 핵심"

- 기존 일자리 지키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시업무에 대한 정규직화, 불법 사내하도급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등 대선 당시 내놓았던 공약은 시행되지 않는 상황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일자리 공약은 '늘지오'였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지금 일자리를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리겠다는 것 중에 지금은 늘리기만 얘기했다. 지키고 올리는 정책은 없다. 지키고 올리는 것에 핵심은 현재 노동현안을 해결하는 거다. 지금 문제가 되는 노동현안은 일자리를 잃고, 일자리의 질이 나빠서 벌어지고 있다. 고용률을 올리려면 밑 빠진 독을 바꿔야 한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고 불법파견을 마구 사용하는 대기업들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제재해야 한다. 일자리 전체를 상용직, 정규직 체제로 고치고 비용부담이 크다면 후속조치를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걸로 고용률을 높일 수 없다."

- 최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노동현안을 철저히 무시해 온 MB정부와 선을 긋고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보나?
"정권의 차이는 아니고, 장관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생각이다. 방 장관은 노동분야의 스탠더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의 질이 아주 나쁘다고 알고 있고, 개선의지가 있다. 그런 성향으로 뒤늦기는 했지만 민주노총 방문이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장관으로 일자리 정책에서는 단지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제출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맞춰진 부실한 계획이다. 그런 점을 볼 때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내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기대를 하는 건 노동기본권 분야의 개선이다. 지금 청와대도 여당도 누구도 노동기본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방 장관이 노동기본권 문제를 자기 의제로 가져갔으면 한다. 공무원노조, 전교조의 노동기본권과 같은 문제는 해결해줘야 한다. 청년유니온의 설립필증이 나온 것을 보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서 선회의 의지가 없다면 그건 야당이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도록 노력할 거다. 노동3권 문제에 장관이 의지를 가지고 나가길 바란다."

"통상임금은 노조가 연대할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

▲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 권우성


-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대신 소급임금의 일부를 사회연대기금으로 만들어 사각지대의 노동자를 돕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어떤 방법을 통해 시행이 가능한가?
"방법에 문제는 없다. 다만 노동자들의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7년에 보건의료노조 4만 명의 조합원이 임금인상분의 30%를 모아 기금을 만들었다. 이걸 사용주가 사용하게 해 실제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화 했다. 통상임금이 체불임금인 것은 확실하다. 많은 노동자들이 통상임금이 뭔지도 모르고 최저임금이 뭔지도 모르고 일하고 있다. 권리를 먼저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권리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비정규직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바꿔내고 노조 조직율도 높일 수 있다. 스웨덴이 그렇게 노조를 조직했다. 노조가 기금을 마련해 실업급여를 만들고 이를 받는 사람은 무조건 노조에 가입하게 했다. 우리는 아직 이런 경험이 없다. 룰을 바꾸라고 정부에만 요구하기보다는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서 하는 것도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통상임금을 소송을 통해 체불임금을 받게 되면 그 일부를 기금으로 내놓는 거다. 소송을 하지 않고 통상임금 지급액의 일부를 기업에게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모인 기금은 노조가 주체가 돼 운영하면서 실업부조를 구축하면 된다.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 구직자의 구직촉진 수당, 실업급여 등으로 사용 할 수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으로 미지급된 수당을 6조 원, 정부는 14~21조, 경영계는 31조로 예상하고 있다. 엄청난 돈이다. 노조가 예상하고 있는 6조 원에 30%, 2조 원이면 실업부조를 만들 수 있다. 통상임금 문제는 노동조합이 정말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연대할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 민주당에서는 노동임금TF를 꾸려 통상임금 문제도 다루고 있다. 방금 제기한 사회연대기금이 당 차원에서 논의 되고 있는 것인가?
"아직 노동계가 합의하지 않은 것이라 당 차원으로 가져가기는 어렵다. 노동계에 제안을 해보고 긍정적인 의사타진이 있으면 당의 의견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노동계의 의사가 분명하고,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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