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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심는데 구경꾼이 왜 이렇게 많아?

교토 이나리다이샤 신사의 다우에 축제

등록|2013.06.11 10:09 수정|2013.06.11 15:25

▲   논에서 모를 심고 있습니다. 논 옆 높은 곳에서는 미코(巫女)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 박현국


10일 오후 1시 교토시 남쪽 이나리다이샤 신사의 다우에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이나리다이샤 신사에서는 다우에 축제를 엽니다. 다우에 축제는 모내기를 하면서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먼저 오후 1시가 되면 이나리다이샤 신사의 신전에 신사 신직 직원인 구지와 모내기를 하는 남녀 그리고 의식을 보러온 구경꾼들이 모여서 다우에 의식을 거행합니다. 다우에 의식은 제단에 모심기에 사용할 모와 술, 찹쌀떡, 채소 등 제물을 올리고 절을 하고 미코 네 명이 가구라 춤을 춥니다.

▲   신전에서 미코가 신에게 바치는 춤인 가구라를 추고 있습니다. 네 명이 추는데 모두 손에는 부채가 쥐어져 있습니다.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는 것처럼 복이 바람처럼 불어오기를 기원하는 뜻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 박현국


신전에서 의식이 끝나면 구지를 비롯한 모심기에 참여하는 남녀가 줄을 지어서 신사 뒤에 있는 논으로 갑니다. 논에는 이미 못자리에서 모를 뽑아서 모심기에 적합하도록 논에 모를 고르게 뿌려 두었습니다.

신전 제단에 바쳤던 모를 논에서 모를 심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사람들은 논에 들어가서 모를 심기 시작합니다. 모심기가 진행되는 동안 논 옆 높은 곳에서는 음악 반주에 맞추어 미코 네 사람이 모심기가 끝날 때까지 춤을 춥니다.

▲   신사 신전에서 의식을 치루고 논을 가는 행렬입니다. 앞에 신사 직원인 구지(宮司)가 서고 제물로 바쳤던 모를 상자에 담아서 지고 모를 심을 남녀가 줄을 지어서 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미코들이 추는 춤은 비록 단조롭고 기계적이지만 음악 반주에 맞추어 절도 있게 움직입니다. 오늘 이곳에 심은 모는 지난 4월 20일 못자리를 만들어 파종 의례를 지내면서 뿌린 볍씨가 자란 것입니다. 이 모가 잘 자라면 10월 25일 누이보사이(抜穗祭) 라고 하여 벼를 베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이제 모를 심는 것은 이앙기를 이용하지만 모를 심는 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신사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면서 수확을 기대하는 마음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는 사람이나 누구나 가진 보편적인 마음인가 봅니다.

▲   신사에서 모를 심는데 왠 구경꾼이 이렇게 많은가요? 모두들 씨를 뿌려서 많은 수확을 기대하면서 보러 온 것은 아닐까요? ⓒ 박현국


이나리다이샤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나라행 보통 전차를 타고 두 번째 역인 이나리역에서 내리면 바로 역 앞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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