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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발견된 수달들, 좋아할 수만은 없네

화천군, 한국수달연구센터 개관... 한국 수달의 현주소

등록|2013.06.11 14:52 수정|2013.06.11 14:52

▲ 한국 수달연구센터에서 촬영한 수달. ⓒ 신광태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1573번지. 파로호 인근 18만1971㎡ 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2405㎡규모의 웅장한 건물이 들어섰다. 한국수달연구센터.

오는 6월 12일(수)에 열리는 한국 수달연구센터 개관식에는 환경부, 문화재청, 강원도를 비롯한 서울대·강원대·한림대·상지대·경남대 등 관련 학과 사람들과 국립 생물자원관, 습지센터, 환경과학원, 천연기념물지킴이단, S-oil 등에서 총 5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산골마을에 건립된 수달연구센터가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 사업추진 주체의 수장인 정갑철 화천군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수달을 통한 남북한 교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 6월12일 개관식을 갖는 한국수달연구센터 ⓒ 신광태


수도권에서 화천으로의 진입로는 2차선 국도 내지는 지방도가 유일하다. 고속도로나 철로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4차선 국도마저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흔한 콘도미니엄이나 호텔이 없는 곳이 화천군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부대 3개 사단이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보니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복으로 규제된 면적이 전체 면적(909㎢)을 초과한다. 여건이 그러니 이 지역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 또한 없다.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6%, 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6%에 이르고 농토는 5%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각종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자연을 청정으로 포장을 해 자원화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2년 화천군수로 당선된 정갑철씨는 청정의 자원화를 말하고, 이를 대표할 사업을 구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산천어축제와 한국수달연구센터의 건립이다.

"'산천어가 살지 않는 동네에서 그게 도대체 가능하기나 하겠냐는 것과 수달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화천이란 지역의 대표성을 띠겠는가' 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환경론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역발상이 주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단다. 결과적으로 '화천'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산천어'를 떠올릴 정도로 산천어축제는 전국화 내지는 세계화로 발전했다. 문제는 어떻게 수달을 지역과 접목을 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2005년도 그 당시에 만났던 분이 경남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한성용 박사였습니다. 그분과 수달을 이용한 지역의 변화에 대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수달이 멸종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인위적인 환경파괴가 주 원인이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성용 박사를 통해 수달의 분포조사, 세계 각국의 사례를 수집했다.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 협조를 얻어 화천군 하남면 거례리에 위치한 폐교를 리모델링해 사단법인 한국수달보호협회를 탄생시킨 것도 이 시기였다.

"일본에서의 수달 멸종 사례를 보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전국에 분포된 수달들이 로드킬을 당하고, 인위적 개발에 의해 많은 수달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나라 또한 멸종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부상을 당했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수달을 데려와 치료를 해 야생에 돌려보내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2007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수달총회(2007.10.10.~10.16)도 화천에서 개최했다. 참석한 IUCN(국제자연보호연맹) 36개국 200여명의 회원국 대표들은 국가차원이 아닌 조그만 산골마을 자치단체에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는데 의아해 했다.

국제수달총회에 북한의 수달학자인 김종열 박사를 초청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북한에 서식하는 수달에 대한 공동연구가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후로 치료를 통해 완치된 수달의 방사는 주로 DMZ 인근인 오작교에서 진행됐다. 북으로 방사된 수달의 행동반경과 이동경로 등 습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오작교, 북한과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 신광태


"지금까지 일곱 번 정도 수달을 북한으로 보냈는데, 단 한 건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북한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전파방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는데,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향후 북한과 관계개선이 되면 한국수달연구에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부터 북쪽으로 방류하는 수달에 대해 '남북교류대사 수달'이라는 닉네임도 붙였다. 국가나 민간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북한과의 교류부분에 수달을 매개체로 활용해 보자는 의도에서였다.

수달보호는 각급 기업 등 많은 국민들의 참여가 중요

▲ 한국에서는 최초로 수달연구센터를 연 정갑철 화천군수 ⓒ 신광태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수달을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을 했을 정도로 물 환경의 지표동물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달보호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수달복원의 국민 참여를 위해 1달러 기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수달방사 활동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수달 정보를 알리면서 관심을 유도합니다. 이 과정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1950년대 급속한 개발산업 추진으로 수달이 멸종한 일본에서도 미국과 같이 수달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대단히 미흡하다는 것이 정 군수의 지적이다. 그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수달 실태에 대해 정리했다.

- 수달의 개체 수 증식이나 연구에 기업이나 국민들의 참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기업이나 개인들의)관심이 전혀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S-oil(대표 나세르 알-마하셔, 사우디아라비아, 한국명 나세일)에서는 2008년부터 화천에서 수달보호를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주요 활동사항은 하천정비, 환경지킴이, 수달복원 교육 등으로 매년 15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해 왔다. 또 이번 6월12일에 열리는'한국수달 연구센터'개관식에서 수달보호를 위한 기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이것이 종잣돈(SEED MONEY)이 되어 보다 많은 기업이나 국민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 이번에 개관하는 수달연구센터의 주요기능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민통선 인근지역에 분표하는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서식환경 연구와 일본, 북한, IUCN 등 국제사회와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포괄적인 연구도 이루어진다. 또한 학생 및 일반인 회원모집을 통한 생태체험의 학습장으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한 수달치료를 통한 방사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 2005년부터 수달연구센터를 운영해 오면서 전국에서 보내온 수달의 치료를 통한 방사를 해 왔다. 실적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화천에 있는 수달연구센터에 보내오는 대부분의 수달은 로드킬을 당해 부상을 입었거나, 어미의 사망으로 고립된 새끼수달 등 다 합치면 50여 마리 정도 된다. 애석하게 부상이 심해 죽은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치료를 거쳐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또 사체로 접수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은 학술연구나 학생들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 한국 수달연구센터에서 바라본 파로호 전경 ⓒ 신광태


- 일본에서 수달이 멸종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하천공사를 위한 수많은 시멘트 구조물의 등장을 말하는 학자들도 많다.
"옳은 지적이다. 하천 공사 시 친환경적 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가끔 대낮에 강변에서 수달이 발견된 것을 보고 환경이 살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수달은 은둔형 야행성 동물이다. 서식 환경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대낮에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수달이 한 곳에서 수십 마리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경우에 대해 호들갑들을 떠는데 이도 잘못된 것이다. 수달은 홀로 생활 하거나 소규모 가족단위로 생활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한꺼번에 일정한 장소에서 많은 수달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을 피해 한 곳으로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이번에 개최되는 '한국수달 연구센터 개관식'에서 수달 두 마리를 방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수달은 어떤 경로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려 달라.
"이번 수달방사 행사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지 자연방사는 아니다. 이 수달은 1년 전 부산시 송정에서 어미의 사망으로 연구센터로 오게 되었다. 애석한 것은 발견 당시 새끼가 세 마리였는데, 한 마리가 사망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최초 발견자의 수달에 대한 상식부족 때문이었다. 새끼 수달은 몸을 말리는 기간이 필요한데, 발견하자마자 물 속에 집어넣은 것이 문제였다. 당시에 전달받은 나머지 두 마리의 새끼는 연구원들의 손에 의해 자라는 것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이번에 커다란 사육장 방류를 통해 충분한 적응훈련을 시킨 후 자연방사를 계획하고 있다."

▲ 부산시 송정에서 1년 전에 보내온 수달 형제. ⓒ 신광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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