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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상징 시계탑, 구시가지 살릴까

산업단지 없는 중구, 문화의 거리로 승부수 던지다

등록|2013.06.11 16:19 수정|2013.06.11 16:19

▲ 2013년 6월 11일 현재 시계탑. 원형에는 반구대 암각화 속에 있는 문양들이 그려져 있다 ⓒ 박석철


20여년 전 울산에 왔을 때 지인이 "시내에서 만나자"고 하면 당연히 중구 성남동 시가지로 나갔다.

울산은 그 후 남구가 신도심으로 부각되면서 유통 위락 유흥시설이 대부분 남구 삼산동으로 옮겼고 중구 시가지는 고사 상태가 됐다. 하지만 울산시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중구 성남동을 시내라고 부른다.

이같은 울산 시내의 중심에는 시계탑이 있었다. 시계탑이 있는 사거리는 곧 울산의 최고 중심지를 의미했다. 지난 1966년 건립돼 그동안 역사의 흐름에 부침을 함께 했던 시계탑이 유럽풍 관광명소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부활하고 있는 구 도심지와 함께 중구를 먹여살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울산의 중심지는 중구, 백미는 '시계탑'

울산은 과거 인구 7만여명의 조용한 농어촌이었다. 1962년 정부는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했고, 이후 속속 도로가 건설되고 공업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도 울산의 중심지는 중구 성남동이었다. 울산 성남동 시계탑은 그 무렵인 1966년 울산라이온스클럽에서 창립 1주년 기념사업으로 건립해 울산시에 기증했다. 당시 돈으로 75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울산은 나날이 발전되어 갔고 시계탑도 울산시민의 애환이 담긴 명소로 사랑을 받았으나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손목에 시계를 차면서 시계탑의 상징도 희미해졌고, 특히 시가지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1977년 철거됐다.

그후 20년간 시계탑이 없는 거리지만 이곳은 시계탑 사거리로 불리며 시민들의 기억을 이어갔다. 1998년 시계탑은 다시 시민들이 기다리고 만나는 장소로 부활했다. 지금 남아 있는 시계탑은 울산의 중심과 역사를 상징하는 직경 25m의 왕관모양의 원형에 반구대 암각화 속의 각종 문양을 새겨 높이 10m의 8개 철탑이 받드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원형 양쪽에는 대형시계가, 반대편 양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디지털화 되면서 현재 시계탑은 다소 무미건조한 모습인 데다 이 부근이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하면서 시계탑의 변화도 예고되어 왔다.

▲ 새롭게 탄생할 중구 성남동 시계탑 조감도 ⓒ 박석철


울산 중구에 따르면 새단장을 할 시계탑은 현재 시계탑 상징인 원형은 그대로 두고 원형 위에 과거 역사의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이고 서구적인 동판 재질의 돔을 설치하기로 했다. 돔사면에 GPS시계를 설치하는 디자인이다.

또한, 원형 위에는 수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처럼 시계탑에 기관차를 넣는 이유는 이 주변에 1910년 건립돼 199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울산역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특히 새로 단장될 시계탑에는 인근에 있는 문화의 거리를 환희 밝힐 수 있는 LED조명을 달기로 했다. 이럴 경우 낮에는 증기기관차가 움직이고, 밤에는 LED조명으로 울산 최고 중심가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타임머신인 시계탑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단지 없는 중구, 시계탑을 중심으로 경제부흥 꾀하다

시계탑으로 상징되는 중구는 울산의 최고 중심지지만 특정공업지구 지정 후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제외돼 그동안 외로운 분투를 하고 있었다. 북구는 현대차동자, 동구는 현대중공업, 남구와 울주군은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서 울산이 부자도시로 불리게 한 원동력이 됐지만 중구에는 산업단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상권도 신도심 남구로 넘어간 지 오래다.

하지만 중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중구에 울산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활기를 되찾고, 시계탑 인근에는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고 큐빅광장 건립, 학성로 새단장, 원도심 전통시장의 루미나리에 등 각종 문화 시설이 속속 건립되고 있다. 이어 최근에는 신설 울산시립미술관 부지가 시계탑 인근 울산초등학교 자리로 결정되면서 중구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현재 시계탑 옆 문화의 거리는 전선을 지중화하고 노천카페, 미술작품 전시, 각종 거리 페스티벌과 음악회가 수시로 열리는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생기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지자체의 공업단지 대신 문화거리로 승부를 건다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때맞춰 그동안 이전 혹은 복원, 철거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오던 중구가 시계탑 원형을 살리면서 새단장을 하기로 한 것.

중구는 그동안 시계탑을 두고 런던의 빅밴이나 프라하의 천문시계 등 세계적인 유명 시계탑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디자인 전문가들과도 수차례 협의 거쳤다고 한다. 결론은 시계탑을 살리자는 것. 중구는 이미 시계탑 사업비 5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중구는 오는 13일 오후 3시 시계탑 인근 중앙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갖고 주민들에게 이를 알릴 계획이다. 주민설명회 후 6월중 실시설계를 거쳐 8월에 착공해 12월에 준공할 계획이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은 "시계탑 재정비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디자인 안이 확정되기까지 관련 전문가의 자문과 주민설명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계탑으로 재정비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계탑 재정비로 중구의 시계탑이 울산광역시를 대표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시계탑으로 우뚝 서 프라하의 천문시계처럼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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