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주소 입력하면 사는 곳 산사태 위험여부 알 수 있어"

[인터뷰] 이창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박사

등록|2013.06.11 17:50 수정|2013.06.12 12:15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이창우 박사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장마 때가 되면 집중 호우와 함께 산사태도 발생한다. 산사태는 비탈 지대의 돌과 흙, 그리고 여러 잔해들이 아래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집중호우 및 태풍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산사태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산사태의 원인은 대부분 호우이다. 땅에 많은 양의 빗물이 침투하면 새로운 암석면 사이에 경계가 생기고 그 상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다. 태풍이 오는 시기나 장마철에는 각지에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작용이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만은 않다.

겉잡을 수 없어 더 무서운 '산사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국립산림과학원 이창우 박사(44)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속한 기상정보가 산사태 피해 경감에 매우 중요

이창우 박사는 "우리나라는 64%가 산지이다. 산지 산사태의 원인은 90%가 '강우'이다. 순간적인 폭우가 더 무서운데 시간당 강우량이 50㎜이상 일 때 산사태 발생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집중호우와 태풍, 그리고 장마는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 박사는 "전국 76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실제 1970년대 이후 시간당 50㎜이상 강우 빈도가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강우 일수는 적으나 강우강도 및 총 강우량이 증가 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이 같은 현상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대만 등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1차적인 원인이 강우인 만큼 무엇보다 기상정보가 중요하다. 현재 기상청의 기상정보(실황·특보·통보문 등)를 받아 '산사태경보시스템'에 반영하기까지 15분 정도 소요된다"며 "긴박한 상황을 알리는 만큼 신속한 기상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산사태가 증가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1년 한 해에만 서울 우면산, 강원 춘천 등에서 국지성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43명의 인명피해가 생기자 산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 박사는 "최근에는 산사태가 대형화 되면서 토석류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데, 토석류란 여러 지점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다량의 토석 및 유목이 물과 함께 섞여 계곡하류에 피해를 미치는 것"이라며 "산사태가 한 지점에서 발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점에서 발생해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때도 토석류가 남부순환로를 넘어 주변 아파트까지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이창우 박사는 "당시 우면산에서 큰 돌과 나무·흙 등이 빗물에 섞인 토석류가 산비탈을 내려오는 속도는 시속 60㎞ 였다. 보통 토석류가 시속 20~40㎞로만 떨어져도 인명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면산 산사태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사태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강우'이지만 '취약한 지질 및 지형조건'도 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산림의 90.3%가 화성암·변성암으로 돼 있고, 사면경사는 30~60°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산지에 관광지·펜션 등을 개발해 매년 약 8200㏊의 산림면적이 감소하고 있고, 산불 피해로 매년 약 4000㏊의 복구대상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만약 봄철에 산불이 난 지역에 여름에 다시 산사태가 발생한다면 일반 산지에 비해 2~10배가량 많은 피해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산사태 예방 대책은 '인명피해 최소화'가 목표

산사태 예방은 과거에는 국토보존의 의미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인명피해를 줄이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그는 "조사결과 2002~2003년에 산사태로 인한 산림훼손 면적은 더 컸지만 2011년에는 인명피해가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실제로 1960~70년대에는 민둥산(나무가 없는 산)이 많아서 산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산에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토사유출도 많았다. 그 당시 산사태 예방은 국토보존의 개념이 강했다. 산사태로 유실되는 국토를 보존하기 위해 민둥산에 나무심기 운동이 활발해졌고, 그 노력으로 1990년대 들어서는 산사태도 비교적 약해졌다"고 말했다.

▲ 이창우 박사가 산사태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선주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사태는 대형화·빈발화 돼가고 있다. 1980년대에 231㏊에 이르는 산사태가 발생해 28억원의 복구비가 들었고, 2000년대에는 피해면적이 713㏊에 달하고 복구비도 867억원에 이를 정도로 피해규모가 커졌다.

집중호우(일 100㎜ 이상) 빈도는 1980년대 43회에서 2000년대 54회로 늘었다. 산지에 흙을 붙잡아두고 있는 힘은 기반암과의 마찰력, 나무뿌리와 흙 간의 점착력, 흙 입자들 간의 점착력, 사면 아래쪽의 흙이 지탱하는 지지력 등이다. 하지만 집중호우가 내리기 시작하면 흙은 물의 영향으로 포화되기 시작한다.

인명피해도 컸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태풍 '에위니아'와 2011년 '국지성 집중호우(우면산 피해 등)'가 닥쳐와 총 97명이 산사태로 사망했다.

산림청, 산사태 예방위해 사방댐 확충에 주력

산사태 예방을 위해 산림청에서는 사방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박사는 "산 정상에서부터 흘러온 빗물이 가속도가 붙어서 유속이 빨라지고, 큰 돌이나 나무 흙이 섞인 물이 그대로 내려와 도로나 주택가로 간다면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유속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충격을 줄이기 위한 계류 쪽에 블록을 쌓는 것이다. 블록이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올해 272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생활권 산사태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사방댐 785개와 584km의 계류보존 등 사방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사방시설은 산사태가 일어나도 상부에서 내려오는 토석 등을 막아 주택 등 생활공간에 미치는 피해를 줄여준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는 산사태 예방을 위해 이전과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우면산 등 '도심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산사태 발생 후 복구에 중점을 뒀던 정책은 예방 중심,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고 산사태 대응 목표도 인명 및 재산피해 최소화로 집중됐다.

이창우 박사는
▶동경대학 대학원 농학생명과학연구과 졸업(박사·토질역학 전공) ▶동경대학 대학원 농학생명과학연구과 특정연구원 ▶국립산림과학원 박사후연수생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국민대, 동국대, 영남대 강사 ▶중국 서부지역 조림사업(KOICA 전문가) 지원 ▶인도네시아 망그로브 조림사업(전문가) 지원 ▶서울시 산사태취약지역 지정 위원 ▶산사태 분야 산림청장상(2010), 행안부장관상(2011), 소방방재청장상(2012) 등 수상
산림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설치해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5개월간 운영했다. 산사태취약지역 4006개소를 지정했고 취약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예방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산림청은 주민들이 직접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안전한 지역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산사태 위험지도'를 제작해 산사태정보시스템(http://sansatai.forest.go.kr)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 박사는 "지난해 새롭게 제작된 산사태위험지도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만든 산사태 판정식에 근거해 제작됐다"며 "산사태위험지도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읍·면·동 단위로 입력하면 해당 지역이 산사태로부터 얼마나 위험한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국이 같은 기준으로 산사태 주의보·경보를 내리던 것을 해당 지역의 산지 길이, 토심, 경사를 반영해 지역마다 다른 주의보·경보를 발령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땅속 센서를 이용해 산사태 예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강수 센서 ▶강극수압 센서 ▶온도 센서 ▶기울기 센서 ▶토양수분 센서 등으로 이뤄졌는데, 비가 올 때 수분·토양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지하 수위가 변하면서 지하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측정해 산사태 발생을 예측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창우 박사 ⓒ 박선주


덧붙이는 글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