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설립 첫 해부터 조작 지시, 국제중 취소 마땅하다"

[인터뷰] 국제중 개설한 전 영훈국제중 교감 정○○ 현 영훈고 교감

등록|2013.06.11 17:00 수정|2013.06.11 17:00

▲ 서울의 한 찻집에서 만난 서울 영훈국제중 정 아무개 전 교감. ⓒ 윤근혁


"서울시교육청이 파면하라고 지시한 (영훈국제중 비리교원) 10명은 징계하지 않고, 엉뚱하게 나를 징계했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정○○ 서울 영훈고 교감은 지난 10일 오후 기자를 보자마자 이처럼 혼잣말을 했다. 정 교감은 지난 5일 영훈국제중과 영훈고를 운영하는 사학재단인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으로부터 직위해제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정 교감이 올해 2∼3월 학교 업무 나눔표와 입학식 순서지에 스스로를 '교장'이라고 표기한 것과 학교 안팎을 순시하지 않았다는 게 '처분 통지서'에 적힌 주요 내용이었다.

"교육청이 징계하라는 10명은 징계 않고 엉뚱하게 나를..."

이에 대해 정 교감은 "나를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내부 제보자로 지목한 김 이사장이 커다란 비위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자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보복 징계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근거로 정 교감은 "김 이사장이 지난 2월 26일 교직원들 앞에서 '내부 밀고자가 있어 학교가 어려워졌다. 탄원서라도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이 교직원들 앞에서 정 교감을 지목해 이런 말을 했다는 얘기다. 이후 영훈고에서는 누가 만든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연판장이 돌았고, 결국 정 교감은 직위해제 당했다.

정 교감은 "나는 2008년 당시 영훈중 교감으로서 국제중 개설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앞장서 해온 사람"이라면서 "막상 겪어보니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국제중은 사설학원과 다를 바가 없다. 바람직한 중학교 교육을 위해서는 설립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교감은 "영훈국제중 첫 원서접수가 진행된 2008년 12월 어느 날 김 이사장이 초등학생 이름 3∼4명이 적힌 페이퍼를 주면서 합격권에 넣어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비슷한 시기 김 이사장은 정 교감을 다시 불러 "영훈초등학교 졸업생을 합격자에 많이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11일 오전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회의 중이어서 통화가 어렵다"고 말한 뒤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자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장으로서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진해서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정 교감과 인터뷰는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지난 10일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풀어쓴 것이다.

- 직위해제 전 연판장이 돈 것으로 알고 있다.
"이사장과 가까운 교원이 교사들을 불러서 내용도 보여주지 않은 채 서명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월 26일 김 이사장은 교직원들 앞에서 '내부 밀고자에 의해 학원이 어려워졌다. 탄원서라도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먹이면서 말했다. 그 뒤 나를 겨냥한 연판장이 돌았다. 연판장 내용도 모른 채 갑자기 불려가 서명한 교사들이 많다."

영훈고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연판장에 서명한 교사들은 60여 명. 실제로 정 교감과 통화한 교사들은 "내용이 뭔지 모르고 갑자기 학생과로 가서 서명했다. 의심받을까봐 그냥 했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결국 영훈국제중 문제로 생긴 일이라는 것인데, 정 교감 스스로 영훈국제중을 설립하지 않았나.
"91년부터 영훈중에 있다가 2008년 교감일 때 영훈국제중 설립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다 했다."

"결론은 국제중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 국제중에 대해서는 당시도 그랬지만 지금도 논란이 크다.
"결론은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영어몰입프로그램은 사설학원과 다를 바 없다. 그런 것이라면 학원이 더 낫다. 아이들은 똑똑하지만 영어몰입교육은 오히려 수학과 과학 등의 교육과정을 망가뜨린다. 특성화중학교는 예체능이면 몰라도 외국어 부문에서는 필요하지 않다. 국제중은 설립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

- 영훈국제중은 요새 입시 비리 문제로 시끄럽다.
"설립 첫 해인 2008년 12월 김 이사장이 당시 국제중 교감이던 나를 이사장실로 불렀다. 그리고 3∼4명의 학생 이름이 적힌 페이퍼를 주면서 합격권에 넣으라고 말해서 '예 알겠습니다' 하고 받았다. 또 비슷한 시기엔 '영훈초 학생들을 많이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결국 그 아이들을 합격권에 넣지 않았다."

- 왜 그랬나?
"페이퍼를 받아들고 정말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점수 조작을 할 수는 없었다."

- 그 뒤 김 이사장은 어떻게 반응했나?
"'그것도 못하냐'면서 타박했다. 그때부터 내가 눈 밖에 났다. 이름만 영훈국제중 교감이었지 2010년 8월 영훈고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국제중 업무에서 배제됐다."

- 김 이사장으로선 정 교감의 '페이퍼 전달'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진실이 분명한데 거짓을 말할 수는 없다. 그 페이퍼엔 학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학교 이름도 적혀 있다. 이 가운데 두 초등학교의 이름은 아직도 기억을 한다. 진실이다."

- 결국 정 교감이 영훈고로 떠난 뒤 새로 온 교감이 '입학 비리' 수사를 받고 있다.
"지금은 나도 '내부 고발자'로 몰려 직위해제를 당했지만, 새옹지마라고 생각한다. 그때 나도 점수 조작을 했다면 구속됐을 것 아닌가."

"입학비리 저지른 사람들이 큰소리, 정의로운 일 하고파"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우선 부당한 직위해제에 대해서는 교원소청심사위에 억울함을 호소할 생각이다. 입학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큰소리 치는 적반하장의 세상이니 학교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냐. 아이들 교육시키면서 뭐가 정의인지 소극적이라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