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3~4개 더 있었다면 북 태도 달랐을 것 남북한은 체제가 달라 '격' 따지는 건 의미없다"
[인터뷰] 북한 이탈주민들이 평가하는 6·15 공동선언
오는 15일로 6·15공동선언은 체결 13주년을 맞는다. 분단 후 최초로 성사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은 북한에 대한 남한 사회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상회담과 그 후속조치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경의선·경원선 연결 등이 현실화되면서 북한은 적이 아닌 함께 번영을 추구해야 할 한민족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도발에서 보듯 북한을 변화시켜 안정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공동선언이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기보다 김정일 정권에게 경제적 실리를 제공하여 북한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6·15공동선언에 대한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의 극단적 비판은 보수 세력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에 정당성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주장이 "6·15선언은 북한의 대남통일 전략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북한의 적화통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이었다"(2011.6.14 자유북한연구학회 창립 학술세미나 '6·15 공동선언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자유북한인들의 입장과 북한민주화 과제')거나 "6·15선언은 남남갈등을 조장시키려는 북한의 이익(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평가였다.
6·15공동선언에 대한 탈북자들의 다양한 평가
하지만 최근 북한 이탈주민들 사이에서도 6·15공동선언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이런 평가가 우리 사회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전문직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남과 북의 체제를 모두 경험해봤다는 점에서 이들 탈북자들의 평가는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6·15공동선언 13주년을 앞두고 공동선언에 대한 북한 이탈주민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전화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강성산 전 북한 정무원 총리의 사위였던 강명도 경민대 북한학 외래교수, 탈북자로선 최초로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원산 세길고등중학교 교사 출신으로 서울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이성희 교사 등이다.
다음은 11일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6·15공동선언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김형덕 소장 : "북한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통일의 상대로서의 북한 정권을 어떻게 할 건지를 얘기해야 한다. 전쟁이나 압력을 통해서 무너뜨리는 방안은 국민 대부분이 원치 않는다. 그러면 합리적으로 북한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자꾸 접촉해야 되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현재 북한을 이끄는 사람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북한은 남한과는 달리 제일 위로부터 아래로 모든 역량이 행사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남한보다 몇 십 년 뒤쳐져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식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면 영원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건 남북관계를 하지말자는 얘기다. 6·15공동선언은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 그쪽 체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과였고 또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강명도 교수 : "공동선언의 가장 큰 의미는 분단 이후 남북 간에 이루어졌던 첫 정상회담이었다는 데 있다. 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해서 '종북'이니 '좌익'이니 매도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선언의 정신을 더욱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다른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6·15 공동선언으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남과 북이 행사했다는 점과 전쟁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지 않았는가. 지금의 산적한 남북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6·15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이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성희 교사 : "공동선언 당시에는 바로 통일이 된다고 느낄 만큼의 기대감을 가졌다. 통일문제에 대해 남한은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공동선언 이후 남한 국민들도 통일의 염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남북은 우선 관심사가 달랐다. 공동 선언 발표 당시 남북화해, 상호불가침, 교류협력이 중요한 현안이었는데 남측은 교류협력을 강조했고 북측은 정치, 군사문제를 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공동선언 이행을 놓고 남북이 겉돌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6·15 공동선언이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긴장시키고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6·15공동선언으로 북한체제 연장? 무지에서 나온 말"
- 일각에서는 6·15공동선언으로 북한에 경제적 이득을 제공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연장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강명도 교수 : "동의하지 않는다. 6·15공동선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선 중국이 북한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북한이 무너짐으로써 동북아의 균형이 깨질 뿐 아니라 중국이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중국은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계속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6·15 공동선언 때문에 북한 체제가 연장되었다고 하는 말은 북한의 실태를 너무 몰라서 하는 소리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 내내 북한에 쌀 한 톨, 돈 한 푼 주지 않았는데 그동안 북한이 무너졌나? 핵실험을 그만 두었나? 오히려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지 않았나. 6·15공동선언이 북한 김정일 정권의 기반에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는 것은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김형덕 소장 : "북한이 스스로 붕괴된다? 그것은 그냥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가난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망한 나라는 없다. 오히려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식이 계몽되고 의식수준이 향상돼서 내부에서 변화를 갈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인류 역사의 진전 아닌가. 압력을 통해서 북한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허황된 얘기다. 수출주도로 외부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남한 같은 사회에선 외부의 압력이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성희 교사 : "어떻게 보면 옳은 말인 것 같다. 6·15공동선언 있기 전 북한은 식량부족난인 고난의 행군시기가 있었다. 그때 남측으로부터 많은 인도적 지원을 받게 되었고 오히려 북한 당국은 인민의 생활과 거리가 먼 핵무기 개발, 선동정치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의 식량배급 체계가 붕괴되고 의료, 교육, 수단 등 모든 것이 마비가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아사자들이 나오기도 하였다. 북한주민의 생존권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남한이 도와줘) 지금의 북한을 낳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때로는 해보게 된다."
- 수 년간 단절 상태에 있던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최근 재개 움직임을 보이다가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다시 중단됐다.
김형덕 소장 : "북한은 정부기구와 체제가 남한과 다른데 격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북의 입장에선 남한의 정부는 기껏해야 5년짜리고 장관은 그보다도 짧을 수 있고, 당국 간 합의도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바뀌는 걸 지난 이명박 정부를 통해 경험한 터다. 문제는 '남한이 북한을 만날 필요가 있느냐?' '북한과 대화를 할 건가, 말건가' 하는 것이다. 북한이 회담에 응한 것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가봤자 장기적으로 별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과 북이 경제적으로 엮이는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 사람들의 경제를 좀 개선해 주고 우리도 이익을 추구하는 실질적인 상생의 길로 가야 하지, 자꾸 여론을 주도해서 개혁개방으로 이끈다는 식으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6·15공동선언을 하면서 북한에 돈이 좀 갔다고 하는데 그 대가로 개성공단을 조차한 것 아닌가?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루겠다는 논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우리가 이익을 추구하면 된다. 이것은 남북한 경제를 상호의존적이고 통일지향적으로 만들어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개성공단이 하나가 아니라 3~4개 정도 되었다면, 북한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올 수 있었겠는가 하고."
강명도 교수: "그동안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남북 모두 손실을 입었다. 사실 손실 차원을 떠나 분단국가에서 대화 자체가 단절된다는 것은 아주 위험스러운 일이다. 모처럼 몇 년 만에 남북 당국자 회담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든 이 씨를 잘 살려서 계속 회담을 해야한다. 민간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우선 하루빨리 내왕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걸 계속해야지만 서로 신뢰가 생기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란 게 뭔가? 어떻게든 서로 만나서 신뢰를 쌓아가야지, 만나지 않고 상대방을 비방 중상하면서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겠나.
그리고 언론 매체에서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하던데, 의제에도 없는 핵문제를 거론하자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과 똑같다. 예전에도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려고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의제에도 없는 뚱딴지 같은 걸 주장하지 않았나.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가 도대체 뭐가 있냐는 말이다. 하나 하나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도발에서 보듯 북한을 변화시켜 안정적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공동선언이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기보다 김정일 정권에게 경제적 실리를 제공하여 북한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6·15공동선언에 대한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의 극단적 비판은 보수 세력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에 정당성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주장이 "6·15선언은 북한의 대남통일 전략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북한의 적화통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이었다"(2011.6.14 자유북한연구학회 창립 학술세미나 '6·15 공동선언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자유북한인들의 입장과 북한민주화 과제')거나 "6·15선언은 남남갈등을 조장시키려는 북한의 이익(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평가였다.
6·15공동선언에 대한 탈북자들의 다양한 평가
▲ 분단상징 '시멘트' 군사분계선 사이에 둔 남-북 대표단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지난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 황충성, 김명철 등 북측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넘기 직전 남측 인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 통일부제공
하지만 최근 북한 이탈주민들 사이에서도 6·15공동선언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이런 평가가 우리 사회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전문직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남과 북의 체제를 모두 경험해봤다는 점에서 이들 탈북자들의 평가는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6·15공동선언 13주년을 앞두고 공동선언에 대한 북한 이탈주민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전화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강성산 전 북한 정무원 총리의 사위였던 강명도 경민대 북한학 외래교수, 탈북자로선 최초로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원산 세길고등중학교 교사 출신으로 서울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이성희 교사 등이다.
다음은 11일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역사적인 악수하는 남북정상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역사적인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6·15공동선언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김형덕 소장 : "북한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통일의 상대로서의 북한 정권을 어떻게 할 건지를 얘기해야 한다. 전쟁이나 압력을 통해서 무너뜨리는 방안은 국민 대부분이 원치 않는다. 그러면 합리적으로 북한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자꾸 접촉해야 되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현재 북한을 이끄는 사람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북한은 남한과는 달리 제일 위로부터 아래로 모든 역량이 행사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남한보다 몇 십 년 뒤쳐져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식의 잣대를 들이대다 보면 영원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건 남북관계를 하지말자는 얘기다. 6·15공동선언은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 그쪽 체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과였고 또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강명도 교수 : "공동선언의 가장 큰 의미는 분단 이후 남북 간에 이루어졌던 첫 정상회담이었다는 데 있다. 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해서 '종북'이니 '좌익'이니 매도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선언의 정신을 더욱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다른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6·15 공동선언으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남과 북이 행사했다는 점과 전쟁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지 않았는가. 지금의 산적한 남북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6·15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이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성희 교사 : "공동선언 당시에는 바로 통일이 된다고 느낄 만큼의 기대감을 가졌다. 통일문제에 대해 남한은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공동선언 이후 남한 국민들도 통일의 염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남북은 우선 관심사가 달랐다. 공동 선언 발표 당시 남북화해, 상호불가침, 교류협력이 중요한 현안이었는데 남측은 교류협력을 강조했고 북측은 정치, 군사문제를 우선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공동선언 이행을 놓고 남북이 겉돌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6·15 공동선언이 장기적으로 남북 관계를 긴장시키고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6·15공동선언으로 북한체제 연장? 무지에서 나온 말"
▲ 개성공단에 머물고 있던 근로자들의 전원 철수가 이뤄진 지난 4월 29일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취재기자들이 마지막 입경을 취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 일각에서는 6·15공동선언으로 북한에 경제적 이득을 제공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연장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강명도 교수 : "동의하지 않는다. 6·15공동선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선 중국이 북한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북한이 무너짐으로써 동북아의 균형이 깨질 뿐 아니라 중국이 대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중국은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계속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6·15 공동선언 때문에 북한 체제가 연장되었다고 하는 말은 북한의 실태를 너무 몰라서 하는 소리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 내내 북한에 쌀 한 톨, 돈 한 푼 주지 않았는데 그동안 북한이 무너졌나? 핵실험을 그만 두었나? 오히려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지 않았나. 6·15공동선언이 북한 김정일 정권의 기반에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는 것은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김형덕 소장 : "북한이 스스로 붕괴된다? 그것은 그냥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가난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망한 나라는 없다. 오히려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식이 계몽되고 의식수준이 향상돼서 내부에서 변화를 갈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인류 역사의 진전 아닌가. 압력을 통해서 북한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허황된 얘기다. 수출주도로 외부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남한 같은 사회에선 외부의 압력이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성희 교사 : "어떻게 보면 옳은 말인 것 같다. 6·15공동선언 있기 전 북한은 식량부족난인 고난의 행군시기가 있었다. 그때 남측으로부터 많은 인도적 지원을 받게 되었고 오히려 북한 당국은 인민의 생활과 거리가 먼 핵무기 개발, 선동정치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의 식량배급 체계가 붕괴되고 의료, 교육, 수단 등 모든 것이 마비가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아사자들이 나오기도 하였다. 북한주민의 생존권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최악의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남한이 도와줘) 지금의 북한을 낳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때로는 해보게 된다."
- 수 년간 단절 상태에 있던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최근 재개 움직임을 보이다가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다시 중단됐다.
김형덕 소장 : "북한은 정부기구와 체제가 남한과 다른데 격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북의 입장에선 남한의 정부는 기껏해야 5년짜리고 장관은 그보다도 짧을 수 있고, 당국 간 합의도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바뀌는 걸 지난 이명박 정부를 통해 경험한 터다. 문제는 '남한이 북한을 만날 필요가 있느냐?' '북한과 대화를 할 건가, 말건가' 하는 것이다. 북한이 회담에 응한 것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가봤자 장기적으로 별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과 북이 경제적으로 엮이는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 사람들의 경제를 좀 개선해 주고 우리도 이익을 추구하는 실질적인 상생의 길로 가야 하지, 자꾸 여론을 주도해서 개혁개방으로 이끈다는 식으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6·15공동선언을 하면서 북한에 돈이 좀 갔다고 하는데 그 대가로 개성공단을 조차한 것 아닌가?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루겠다는 논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우리가 이익을 추구하면 된다. 이것은 남북한 경제를 상호의존적이고 통일지향적으로 만들어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개성공단이 하나가 아니라 3~4개 정도 되었다면, 북한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올 수 있었겠는가 하고."
강명도 교수: "그동안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남북 모두 손실을 입었다. 사실 손실 차원을 떠나 분단국가에서 대화 자체가 단절된다는 것은 아주 위험스러운 일이다. 모처럼 몇 년 만에 남북 당국자 회담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든 이 씨를 잘 살려서 계속 회담을 해야한다. 민간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우선 하루빨리 내왕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걸 계속해야지만 서로 신뢰가 생기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란 게 뭔가? 어떻게든 서로 만나서 신뢰를 쌓아가야지, 만나지 않고 상대방을 비방 중상하면서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겠나.
그리고 언론 매체에서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하던데, 의제에도 없는 핵문제를 거론하자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과 똑같다. 예전에도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려고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의제에도 없는 뚱딴지 같은 걸 주장하지 않았나.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가 도대체 뭐가 있냐는 말이다. 하나 하나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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