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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통은 민주평통 동급? 통일부의 이상한 강변

북한 전문가 "조평통 서기국, 단순 사무처 아냐"

등록|2013.06.12 22:05 수정|2013.06.13 09:40
12일 남북당국회담이 무산과 관련, 북측 대표로 알려진 강지영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의 위상과 권한이 남한의 통일부장관과 격이 맞느냐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이번 회담 무산 사태의 핵심이 아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회담 무산 배경을 설명하면서 "조평통에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있는데, 이들을 행정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게 서기국이고, 우리의 조직과 비교를 하자면, 1 대 1로 비교할 건 아니지만, 민주평통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의 활동을 돕는 게 사무처"라면서 "(조평통 서기국장은) 그 정도의 권능과 역할을 하는 기구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루 전 남북당국회담 무산 직후에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이 때 그는 "장관은 이름만 장관이 아니라 장관이라는 위치가 있고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며 "그러니까 (조평통 서기국장은) 장관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평통 사무처의 국장급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보도가 그의 말에 근거해 '조평통 서기국장은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역할과 위상이 비슷하다'고 나왔다.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마침 차관급이기도 하다. 이 논리는 조평통 서기국장을 제시한 북측에 대해 남측이 통일부차관을 제시한 게 적절한 처사였고, 이를 문제 삼은 북측의 태도는 '트집'에 불과하다는 논거가 됐다.

"통일부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구심, 두 기관은 크게 다르다"

▲ 지난 2007년 민주당 안민석(가운데) 의원이 개성을 방문해 만난 강지영(왼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 북한은 남북당국회담의 북쪽 수석대표로 강 국장을 내세우면서 '장관급'이라고 주장했다. ⓒ 안민석 의원실


하지만 북한 전문가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과연 통일부가 북한의 대남기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통일전선부 외곽조직인 조평통은 우리의 민주평통과는 그 성격과 하는 일이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의장인 대통령에 대한 자문역할이 부여된 민주평통과는 달리 조평통은 실제로 대남사업을 실행하는 조직이란 설명이다.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조평통 서기국장의 역할과 위상도 다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조평통 서기국장은 지금까지 남북협상에 나선 경우가 적지 않지만,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남북협상에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느냐"며 "조평통 서기국은 민주평통 사무처처럼 단순한 사무국의 기능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평통 서기국은 조평통에서 핵심 역할을 하므로 위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이 주요 업무인 민주평통 사무처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 

정 수석연구위원은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많은 경우 부위원장은 실제 활동보다는 그냥 직함을 유지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위원장 다음의 실권자가 서기장 혹은 서기국장"이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조평통 위원장이 공석이므로 김양건 통전부장이 조평통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봐야 하고, 그렇다면 강지영 서기국장은 통전부장과 곧바로 연결되는 조평통 2인자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통일부 당국자가 '조평통 서기국장 = 민주평통 사무처장', '민주평통 사무처장 = 차관급', 걸국 '조평통 서기국장 = 차관급' 논리를 편 것은, 조평통 서기국장의 상대로 통일부차관을 내세운 게 적절했다는 걸 강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사실, 중요하지 않은 문제... 핵심은 '새로운 장관급 회담' 수용 여부

그러나 사실, 북한의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의 '급'이 남측의 통일부장관과 회담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번 당국회담 성사 여부의 핵심은 남한이 제시하는 '새로운 장관급회담'을 북한이 받아들이느냐에 있었다.

실무접촉 과정에서 남측이 '격'을 문제 삼으면서 북측이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보내지 않으면 우리도 통일부장관이 나설 수 없다면서 수석대표로 통일부차관을 제시했고, 통전부장이 나설 수 없다고 맞선 북측은 남측이 차관을 내보내겠다고 하자 정상회담 무산을 통보했다.

쉽게 얘기하면, 남측은 '통일부장관 대 통전부장'의 '새로운 장관급회담'을 열자는 것이고, 북측은 기존의 장관급회담을 계속하자는 것이다. 북측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게 확실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자칫 통일부장관을 수석대표로 제시했다가 북측이 이를 수용하면 '새로운 장관급회담'은 커녕 기존의 장관급회담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북한이 '새로운 장관급회담'을 수용하지 않는 한 깨질 수밖에 없는 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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