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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유치한 싸움 이제 집어 치워라

[주장]남북당국회담 '격' 논란에 부쳐

등록|2013.06.13 17:49 수정|2013.06.13 17:52
남북한이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가지고 경쟁을 하다가 결국 대화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누가 하든지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 그만이다. 저쪽은 차관급이 하면 책임을 질 수 있고, 이쪽은 장관이 해야만 책임을 질 수 있다면 한 쪽은 차관이, 다른 쪽은 장관이 나서서 대화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회담의 실속보다는 '그 사람이 직책이 얼마나 높나'로 경쟁을 하다가 대화 기회마저 놓쳐버린 이번 사례는 한국인의 부끄러운 성향을 드러낸 것이다.

명분 양보하고 실리 챙길 수 있어야

밝은 분위기속 남-북 실무회담 시작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9일 오전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가운데,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오른쪽)이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12일 <뉴욕타임스>는 남북한이 얼마나 유치하게 경쟁을 일삼아 왔는가를 보여주며 휴전선에서 양쪽 국기의 게양 높이를 가지고 경쟁한 예를 기술하였다(관련기사). 이 유치한 게임은 "북한이 500피트 높이에 인공기를 달고 남한은 200피트 높이에 태극기를 다는 것으로 끝났다"고 한다. 그러면 북한이 이겼는가? 그래서 북한은 어떤 이득을 얻었는가?

이와 비슷하게 남북한이 확성기를 가지고 서로 상대의 대북·대남방송 죽이기 시합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초등학생 행동보다 못한 유치한 짓을 국가라는 집단들이 해왔다. 그저 치졸한 자존심 경쟁인가?

이번 남북한이 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두고 경쟁을 한 것은 이런 예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번 대화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주제로,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이다. 하지만 남북한은 '격이 맞지 않으면 대화도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이 오랜 세월 동안 해 온 무익한 '자존심' 싸움이다.

만일 상대편에서 더 낮은 격의 사람이 등장하여 부족한 경험과 서툰 일 처리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면 이는 국민을 위하여 훨씬 더 유익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편 대표의 격이 높고 더 노련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상대에 더 주고 말았다면, 이는 결국 국민을 위해 현명한 일이 아니다.

이런 경쟁으로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어리석은 행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한의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급'의 경쟁이 신뢰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명분을 양보하여 상대방 기분을 좋게 해 주고, 그 대신 더 큰 실리를 얻는다면 이것이야 말로 현명한 지도자가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에 고한다. 명분에서 양보하고 실리를 챙기는 국가 경영을 하라. 국가를 이롭게 하는 것은 '실리'이지 자존심이나 명분이 아니다. 국가의 지도자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전념하고 실속이 없으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대수롭지 않은 것에서는 통 크게 양보하고 중요한 점에서는 이익을 챙겨야 한다. 지금처럼 유치한 경쟁을 하지 말라.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어리석은 국가 경영을 하지 말라. 박 대통령이 얼마나 깊이 있고 바탕이 견고한 사람인지 앞으로의 남북관계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교착 상태의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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