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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잡히지 말고 요령껏 하라 했는데...  감옥에서 자서전이나 쓰고 나오면 좋겠어"

[인터뷰] 구속된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부인 조해숙씨

등록|2013.06.15 19:37 수정|2013.06.15 19:37

▲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포장마차'에서 만난 김정우 지부장의 부인 조해숙씨. 조씨는 남편의 구속에도 "노조 지부장이라는 직책을 맡는다고 했을 때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상되는 시나리오였다"며 "내가 징징된다고 해서 해결이 되나, 더 힘내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강민수


"저는 예전부터 얘기했어요.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기면 면회 오길 기대하지 말라고 했죠. 안 가서 서운하다 어쩐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는 내 일을 해야 하니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정우(54)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구속된 다음 날인 6월 13일 오전, 그의 아내 조해숙(54)씨와 통화를 시도했다. 장기간 노숙 투쟁과 41일 단식에 이번에는 구속까지. 조씨의 심경을 듣기 위해 문자를 남기고 연락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 연락이 왔다. 새벽에 퇴근하고 오전에는 '꿈나라'라 전화를 못 받았단다. "할 얘기가 별로 없다"고 입을 다문 목소리에서 복잡한 심경이 짙게 배어 있었다.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조씨가 운영하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상도포장마차'로 향했다. 이곳은 지난해 해고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희망식당 1호점이 매주 일요일 문을 열었던 곳이다. 조씨가 쉬는 일요일마다 쌍용차를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가게를 빌려줬다.

남편 구속됐지만... "징징대면 해결돼요? 힘내서 일해야지"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결국 구속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 구속 결정을 내렸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중구청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임시 분향소 철거 작업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김 지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 연합뉴스


전날(12일) 남편이 구속됐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를 시작했다.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고 미리 사 온 양배추와 계란 두 판, 오이 등을 냉장고에 넣었다. 걸레로 테이블을 훔쳤다. 옆에서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지만 기대했던 복잡한 심경은 없었다. 걱정과 슬픔 대신 희망과 의연함을 느껴졌다.

"노조 지부장이라는 직책을 맡는다고 했을 때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다 예상되는 시나리오죠, 뭐. 내가 징징댄다고 해서 해결이 돼요? 더 힘내서 일해야지. 노동운동하는 사람의 부인치고 마음고생 안 하는 사람이 있나요? 내면적으로는 이제 포기상태로 사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싸우다, 싸우다 안 되니까 너는 그 생활이 좋으면 너 일 해라는 식이 되는 거죠.(웃음)"

김 지부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청의 대한문 앞 분향소 철거 작업에 항의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이후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김 지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김 지부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때인 지난해 8월 28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평화시장 앞 '전태일 다리'를 찾아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려하자,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바닥에 누워 헌화를 막고 있다. ⓒ 유성호


조씨는 김 지부장의 구속이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였을 때 김 지부장이 전태일 동상 헌화를 막아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지부장은 박 대통령에게 "전태일 정신을 모독하지 마시라"고 외친 바 있다. 일종의 괘씸죄로 걸려 구속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조씨는 박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대한문에서 노숙자보다도 못한 삶을 살았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어려운 사람들, 우리처럼 이렇게 약한 사람들 돌아 봤으면 좋겠어요."

"잡히지 않게 요령껏 좀 하라고 했는데도...감옥에서 자서전 썼으면"

김 지부장은 평소 가족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지난해 <오마이뉴스>가 단식 중이던 김 지부장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는 인터뷰에서 가족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살아온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올해도 희망 안 오면 또 죽을 수 있다").

이번에는 조씨를 상대로 김 지부장의 개인사를 듣게 됐다. 김 지부장과 조씨는 동갑내기로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슬하에는 1남 1녀가 있다. 평소 굵은 목소리에 말수가 적은 편인 김 지부장이 집에서도 그러냐고 묻자 조씨는 "옛날에는 말 잘했는데, 해고노동자가 되고 노조 지부장이 되면서 말수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조씨의 '증언'에 따르면 김 지부장은 잠꼬대를 한단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서울 상도동 집에 들어오지만 곧바로 씻고 잔다. 그러고는 잠꼬대를 하는데, 잠꼬대에도 그는 노동운동을 한단다. 지난 7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자동차를 만든 'H-20000프로젝트 모터쇼'를 하고 들어왔을 때, 김 지부장은 잠꼬대로 '잘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조심해서 가세요' 인사를 했단다(관련기사 : 쌍용차 해고자들이 만든 코란도, 꽃다지 전용차 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마운 분들과 한컷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가 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노동자 H-20000 프로젝트 ' 모터쇼에서 박재동 화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 지부장은 뚝심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방패 찬 경찰에게도 지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조씨는 그런 김 지부장을 다독거리지만 쉽지 않다. 지난 10일 김 지부장이 연행되던 날 아침에도 당부했다. 경찰에 잡히지 말고 요령껏 하라고 말했지만 그날 김 지부장은 다시 연행됐다.

"아침에 나가는 길에 '안 잡혀갈 수 있게끔 해야지 왜 요령이 없느냐'고 따졌죠. 경찰하고 싸워서 덕 볼 게 뭐가 있느냐고. 그냥 잡혀가는 것 보면 '화딱지'가 나요. "

조씨는 무분별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탈주범 이대우를 잡으러 가지 않고 왜 경찰들이 대한문 앞에서 노동자들을 괴롭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히려 가만히 놔두면 덜 시끄러울 일을 왜 달려드는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조씨는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감옥에 있는 동안은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렸으면 좋겠어요. 도를 닦아야죠. 건강하게 잘 있다 나오면 되고요. 자서전이나 하나 쓰고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 지부장은 14일에 서울구치소로 이감된다. 조씨는 다음 주 중에 김 지부장을 면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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