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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아리랑 명창 김옥심을 아십니까?

'겨레가 못다부른 노래, 아리랑', 16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려

등록|2013.06.14 10:19 수정|2013.06.14 10:19
2012년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자마자, 대한민국은 아리랑 열풍에 휩싸였다. 아리랑 관련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연일 넘쳐나고 있어, 열풍을 넘어 가히 광풍(狂風)이라 형언해도 부족할 만큼 전국에 부는 '아리랑' 바람이 매섭다.

아리랑을 논할 때 빼놓고 얘기해서는 안되는 소리꾼이 있다. 명창 김옥심(본명 김애희. 1925~1988)이 주인공이다. '재야 인간문화재 1호', '1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다', '하늘이 내었다'느니 하는 화려한 수식어도 이제는 진부하게 들릴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던 소리꾼이지만 정작 죽고 나서야 유명세를 떨친 대표적인 소리꾼이다. 김옥심의 성음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잘 반영하는 것이어서 오죽하면 '말하는 것조차 노래처럼 들린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고 김옥심 명창의 대표작 '정선아리랑' 음반김옥심 명창은 강원도의 엮음아라리를 편곡해 서울제 '정선아리랑'을 만들어 부른 대표적인 아리랑 명창이었다. ⓒ 서울소리보존회


김옥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노래가 '정선아리랑'이다. 원래 '정선아리랑'은 아리랑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정선 지역에서 불리는 아라리로 긴아라리, 자진아라리 그리고 엮음아라리 등이 있다. 김옥심은 1947년 정선공연중에 현지인들이 부르는 '엮음아라리'에 반해 이를 서울식으로 편곡해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해서 소위 서울제 '정선아리랑'이 태어났다.

김옥심의 '정선아리랑'은 1950~1960년대 가장 유명한 민요가 되었다. 킹스타, 신세기, 오아시스, 도미도 등 대형음반사들이 앞다퉈 '정선아리랑'을 녹음했다. 심지어 토속민요 '정선아리랑'을 연구하던 학자조차도 김옥심의 편곡된 '정선아리랑'을 토속소리로 잘못 알고 있을 정도로 '정선아리랑'은 김옥심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토속민요 '정선아리랑'이 지정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김옥심의 서울제 '정선아리랑'을 원조 '정선아리랑'이라고 여기고 있다. 1978년 전설의 고향 '정선아우라지' 편 주제가로 김옥심이 부른 토속민요 '정선아리랑'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토속이든 편곡된 것이든 김옥심의 소리를 따를 자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김옥심의 '본조아리랑' 역시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아리랑'으로 정평이 나있다. 어느 평론가가 얘기했듯, 아리랑이 지닌 본원적 애조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이를 초월해 음미하듯 표현하는 성음이 가히 일품인 노래가 김옥심의 '아리랑'이다. 1964년 영국의 민속학자 존리비가 한국을 방문해, 김옥심(경기), 이정열(서도), 김소희(판소리)의 소리를 녹음하면서 민요 가운데 가장 먼저 녹음한 곡이 김옥심의 '본조아리랑'이었다.

이창배의 단소와 이정열의 장고로 녹음한 이 '본조아리랑'은 언뜻 들으면 장단과 소리의 조율에 문제가 있는 듯한 느낌을 갖지만, 한 배 안에서 장단과 소리가 자유스럽게 놀다가도 종지를 같이하는 기가 막힌 구조를 보이고 있다. 분위기에 따라, 장단에 따라, 혹은 기분에 따라, 사설에 따라 그 느낌을 각양각색으로 표현해낼줄 알았던 소리꾼이 김옥심 명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김옥심이 있기까지 남모를 아픈 사연이 있었다. 8세 때 함경도 장진의 부잣집 수양딸로 들어가면서 그녀는 소리와는 떼려야 뗄수 없는 필연적 만남을 갖게 된다. 이웃들로부터 메나리 소리인 '함경도아리랑'을 비롯해, '애원성' 같은 함경도민요를 배우면서 소리꾼으로서 꿈을 키우게 되고, 12세에 서울로 돌아온 후 조선권번에서 기어이 소리꾼으로서의 발을 내딛게 된다. 그렇게 명창 김옥심이 만들어졌다.

애조(哀調)의 슬픈 성음과 애조(愛調)의 청아한 성음이 모두 담긴 목소리로 5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이 땅의 서민대중의 연인으로 벗으로 사랑받았던 김옥심의 '아리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6월 15일 토요일 오후 5시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겨레가 못다부른 노래, 아리랑' 공연은 김옥심 명창의 아리랑을 비롯해, 신구의 다양한 아리랑을 모두 보여주는 공연무대로, 수제자 남혜숙과 유명순, 그리고 김순태, 이은주 명창의 제자인 조유순 등 경서도소리꾼 20여명이 참여한다.

특히 남혜숙 명창을 통해 간신히 맥을 잇고 있는 '함경도아리랑', '제주아리시리'같은 희귀한 아리랑도 소개되는데, 이중 '함경도아리랑'은 김옥심 명창이 함경도 장진지방에서 밭일할 때 부르던 소리를 기억해 남혜숙에게 전수한 것으로 오늘날 '농부가'로도 잘 알려진 민요이다.

이외에도 1900년대부터 유행했던 '아리랑타령',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홀로아리랑', '은평아리랑', 지난 2007년 복원된 '대구아리랑', 선우일선제 '영천아리랑' 등 16종의 다양한 아리랑이 다양한 안무와 함께 소개된다.

이날 공연은 사단법인 서울소리보존회와 경제서도잡가 보존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공연으로, 공연중간에 2011년,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예술복원사업으로 선정되었던 잡가 가운데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의주산타령', '청천강수', '재담소리난봉가' 등도 선보인다. 또한 유운선, 박월정, 장경순, 김용환 같은 옛 아리랑 명창들의 육성도 영상물로 만들어져 소개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공연문의(02-353-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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