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구석을 찾는 사람들
깊숙한 골목에 자리잡은 환기 미술관, 지역 뮤지션들에 시선주는 팔도 어쿠스틱
"중심에 서라!" "정상에 올라라!" 확실히, 가장자리는 밀려났다. 주변부로 떨어져나간 볼품없는 사람이라고 놀림 받기 일쑤다. 공부든, 직장이든, 심지어 여가 취향까지도 말이다. '대세'가 중요하고 '중심'이 각광받는 요즘, 일부러 구석을 찾는 이들은 누구인지 알아봤다. 스스럼없이 구석에 서는 이들, 누구의 관심이 없어도 조명 받지 않는 곳에 서는 이들이 있다. 서울의 구석을 비롯해, 수도권이 아닌 지방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 사회의 약자들을 꾸준히 찾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조명해 봤다. 이들은 왜 구석을 찾으며, 구석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가 있을까. 광화문, 남산타워, 경복궁, 강남역 등등 모두 화려한 중심지의 표상들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주로 향하는 곳도 중심지다. 문득 너무 획일화된 가치만을 보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번쯤은 중심지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어떤 무언가를 향해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생각 끝에 서울의 구석을 찾아가 보았다.
서울의 대표적인 중심지 광화문에서 10분 남짓 버스를 타고 가면 부암동이 나온다. 부암동 깊숙한 골목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환기 미술관과의 첫 만남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집 앞의 경사진 길을 오르다 문득 고개를 돌린 그 곳에 환기 미술관은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온통 하얗기만 한 주택인 줄 알았다. MUSEE WHANKI라는 프랑스어와 그 위에 반듯한 글씨로 적힌 환기미술관이라는 단어를 보고서야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도하게 위용을 뽐내는 여타의 미술관들과 달리, 골목길의 일부처럼 환기 미술관은 서 있었다. 이런 곳도 미술관일까 하는 의문도 구석의 볼품없는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움에 금세 사라졌다.
환기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들은 어떤 점에 매료되어 찾는 것일까. 환기 미술관 근처에 거주한다는 대학생 서유진씨(여·22)는 "타 미술관에 비해 구석에 있다 보니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산하고, 미술관 주변 마당이나 구석구석이 무척 예쁜 것 같다. 건축물 자체도 소박하고 예쁘게 지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라고 환기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유를 밝혔다.
서울보다 더욱 주목받지 못하는 지방의 구석에 애정 어린 시선을 쏟는 이들도 있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문화웹진 모자이크 멤버들은 지난 해, '흥얼흥얼 팔도 어쿠스틱(이하 팔도 어쿠스틱)' 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기록한다. 문화적 자본과 콘텐츠들이 서울로 몰리듯, 음악적 기회와 팬들은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만 주어진다. 팔도 어쿠스틱은 정릉, 광주, 대구, 부산, 제주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들의 음악과 생각을 담은 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수도권 이외 지역의 뮤지션들과 마주할 수 있다. 팔도 어쿠스틱의 멤버 김예찬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거대 미디어나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자는 게 목적이었어요." 라고 밝혔다.
팔도 어쿠스틱이 음악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프로젝트 봄눈
(http://blog.naver.com/projectbom)은 한국 커피 문화에서 잊혀진 다방을 조명한다. 네이버 블로그 '봄눈'을 운영하는 이한규 씨(남·23)는 여자친구와 함께 작년 5월 6일부터 11일까지 대전, 대구, 경주, 여수 등 전국 각지의 다방을 찾았다. 전국에 있는 30년 이상 된 다방들을 방문해 다방의 역사와 의의, 그리고 그들이 꿈꿔왔던 한국 다방의 이상에 대해서 들어보려는 것이 목표였다.
다른 좋은 곳도 많은데 왜 하필 다방일까 하는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봄눈은 '어제의 다방여행'이라는 포스팅에서 "최근 들어 한국인의 커피 소비가 증가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커피숍, 카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희는 한국 커피숍의 시발점인 다방을 방문함으로써 공간으로서의 다방, 문화로서의 다방, 역사로서의 다방, 커피숍으로서의 다방을 조명할 것입니다." 라고 적고 있다. 130여 년이 되가는 한국 커피역사에 대한 관심과 커피문화의 보존 장치로서 다방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
구석을 나만의 중심지로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이 구석을 찾는 이유는 다양했다. '큰 것에 가려진 작은 것을 보기 위해서', '남들이 보지 않는 잘 모르는 곳을 알고 싶어서', '낮은 곳에 시선을 두기 위해서' 등등.
그들에게 구석은 더 이상 '구석'이 아니다.
▲ 환기 미술관서울 부암동 깊숙한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는 환기 미술관 ⓒ 장혜승
서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가 있을까. 광화문, 남산타워, 경복궁, 강남역 등등 모두 화려한 중심지의 표상들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주로 향하는 곳도 중심지다. 문득 너무 획일화된 가치만을 보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번쯤은 중심지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어떤 무언가를 향해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생각 끝에 서울의 구석을 찾아가 보았다.
서울의 대표적인 중심지 광화문에서 10분 남짓 버스를 타고 가면 부암동이 나온다. 부암동 깊숙한 골목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환기 미술관과의 첫 만남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집 앞의 경사진 길을 오르다 문득 고개를 돌린 그 곳에 환기 미술관은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온통 하얗기만 한 주택인 줄 알았다. MUSEE WHANKI라는 프랑스어와 그 위에 반듯한 글씨로 적힌 환기미술관이라는 단어를 보고서야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도하게 위용을 뽐내는 여타의 미술관들과 달리, 골목길의 일부처럼 환기 미술관은 서 있었다. 이런 곳도 미술관일까 하는 의문도 구석의 볼품없는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움에 금세 사라졌다.
환기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들은 어떤 점에 매료되어 찾는 것일까. 환기 미술관 근처에 거주한다는 대학생 서유진씨(여·22)는 "타 미술관에 비해 구석에 있다 보니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산하고, 미술관 주변 마당이나 구석구석이 무척 예쁜 것 같다. 건축물 자체도 소박하고 예쁘게 지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라고 환기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유를 밝혔다.
서울보다 더욱 주목받지 못하는 지방의 구석에 애정 어린 시선을 쏟는 이들도 있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문화웹진 모자이크 멤버들은 지난 해, '흥얼흥얼 팔도 어쿠스틱(이하 팔도 어쿠스틱)' 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기록한다. 문화적 자본과 콘텐츠들이 서울로 몰리듯, 음악적 기회와 팬들은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만 주어진다. 팔도 어쿠스틱은 정릉, 광주, 대구, 부산, 제주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들의 음악과 생각을 담은 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 덕분에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수도권 이외 지역의 뮤지션들과 마주할 수 있다. 팔도 어쿠스틱의 멤버 김예찬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거대 미디어나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자는 게 목적이었어요." 라고 밝혔다.
팔도 어쿠스틱이 음악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프로젝트 봄눈
(http://blog.naver.com/projectbom)은 한국 커피 문화에서 잊혀진 다방을 조명한다. 네이버 블로그 '봄눈'을 운영하는 이한규 씨(남·23)는 여자친구와 함께 작년 5월 6일부터 11일까지 대전, 대구, 경주, 여수 등 전국 각지의 다방을 찾았다. 전국에 있는 30년 이상 된 다방들을 방문해 다방의 역사와 의의, 그리고 그들이 꿈꿔왔던 한국 다방의 이상에 대해서 들어보려는 것이 목표였다.
다른 좋은 곳도 많은데 왜 하필 다방일까 하는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봄눈은 '어제의 다방여행'이라는 포스팅에서 "최근 들어 한국인의 커피 소비가 증가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커피숍, 카페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희는 한국 커피숍의 시발점인 다방을 방문함으로써 공간으로서의 다방, 문화로서의 다방, 역사로서의 다방, 커피숍으로서의 다방을 조명할 것입니다." 라고 적고 있다. 130여 년이 되가는 한국 커피역사에 대한 관심과 커피문화의 보존 장치로서 다방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
구석을 나만의 중심지로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이 구석을 찾는 이유는 다양했다. '큰 것에 가려진 작은 것을 보기 위해서', '남들이 보지 않는 잘 모르는 곳을 알고 싶어서', '낮은 곳에 시선을 두기 위해서' 등등.
그들에게 구석은 더 이상 '구석'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위 글은 고함20(www.goham20.com)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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