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화투를 만들어서 민속을 전한다고?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민속연구반 초청강연

등록|2013.06.18 10:47 수정|2013.06.18 10:47

▲   세이안(成安)조형대학 오우미학연구소 연구팀이 만든 카드입니다. 카드는 그림이 그려진 카드와 글씨가 쓰인 카드가 한 짝으로 되어 있습니다. 카드 크기는 가로 8.3, 세로 12 cm입니다. ⓒ 박현국


17일 오후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민속연구반에서는 세이안(成安)조형대학 오우미학(近江學)연구소에 근무하시는 오하라 아유미(大原 步) 선생님 초청강연이 있었습니다. 오우미학연구소 오하라 아유미 선생님을 비롯한 연구팀에서는 대학이 있는 오기 지역 민속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카드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카드놀이에서 사용하는 카트나 화투를 카루타(Carta)라고 합니다. 이 말을 포르투갈 말로 카드로 게임을 하는 트럼프나 화투놀이를 말합니다. 일본어로 화투놀이는 하나후다(花札)라고 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카드 게임이 처음 포르투갈 사람에게서 전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우미학연구소 연구팀은 학생 12명을 비롯한 연구자들이 대학이 있는 마을의 민속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학이 있는 마을은 시가현 오츠시 오기 마을은 비와코 호수 서쪽에 있습니다. 오기 마을은 천 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여 지금은 가구 수 800 가구에 인구 2335명이 살고 있습니다.

▲   민속 조사 설문지를 정리하고 설명을 듣고 상황을 재연하면서 그림을 그려서 카드로 완성했습니다. 사진 왼쪽 위는 우리나라 청국장과 비슷한 낫토를 만드는 장면이고 왼쪽 아래는 짚신을 만들기 위해서 볏짚을 두드리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오우미학연구소 연구팀은 오기 마을에 살고 있는 60세 이상 노인층 350명을 대상으로 민속조사 설문지를 나누어 드리고 그 답을 정리하고, 다시 내용에 대해서 어르신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려서 카드 48장으로 정리 완성시켰습니다.

설문지 내용은 어르신들이 기억하고 있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피부로 느끼고, 입으로 맛 본 것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각 내용에 대해서 쓰는 것이었습니다. 나누어드린 설문지 가운데 꼭 반에 해당되는 170여장이 회수되었습니다.

회수된 설문지를 정리한 결과 어르신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맛있게 먹은 것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 특히 시가현 오기 지역 어르신들이 기억하는 것은 쌀, 보리, 감자, 고구마, 토란, 콩 등이었습니다.

▲   오기 마을은 동쪽으로는 비와코 호수가 있고, 서쪽으로는 히에잔 산이 있고, 남북으로는 논밭이 있습니다. 오기마을은 북에서부터 시모오기(下仰木), 히라오(平尾), 츠지가시타(?ヶ下), 가미오기(上仰木) 등 마을 넷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박현국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의식주, 관혼상제, 놀이, 생산 활동, 구전문학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은 기층문화라고도 하는 것으로 민속학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오기 지역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먹을 것에 대해서 강한 기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먹고 사는 문제가 사람이 생활하는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서 경제활동을 합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배가 불러야 양반 행세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주로 양력 정월 초하루에 카루타라고 하는 놀이를 합니다. 한국 사람처럼 화투로 고도리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고 두 장이 한 짝으로 된 카드 가운데 한 장을 들고, 다른 한 장을 방바닥에 펼쳐놓습니다. 사회자가 들고 있는 카드에 쓰인 글자를 읽으면 게임 참가자들이 방바닥에 펼쳐놓은 카드 가운데 관련된 짝을 빨리 집거나 치는 것입니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어르신들이 설문지에 답을 쓴 모습과 학생들이 민속조사 현장에서 남기 그림 메모입니다. ⓒ 박현국


설문조사 결과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그밖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이나 상황에 대한 내용을 카드로 정리해서 만들었습니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젊어서 느끼고 보고,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어도 환경이 다르고 시대가 달라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직접 시연해 보기도 하고, 옛날 사진을 꺼내다가 보여주시면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두 해에 걸쳐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공동 작업을 통해서 그림을 그려서 카드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카드가 어르신들의 기억과 생활을 모두 기록할 수는 없었지만 대표적이고 중요한 것만이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카드놀이를 통해서 젊은 세대에 전해지고 알려진다는 점에서 크고 깊은 뜻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민속연구반 초청강연에서 오하라 아유미 선생님께서 발표를 하고 계십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