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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에서 자유로운 정책 연구기관 될 겁니다"

세계 최초 협동조합형 연구원 '좋은나라' 출범

등록|2013.06.18 21:53 수정|2013.06.18 21:53
"판소리 심청가에 보면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을 시주하면 아버지 눈을 뜰 수 있다고 해서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대목이 나와요. 그 당시에 지식협동조합이 있었다면 심청이가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협동조합 창립 축하공연 무대에 선 판소리 공연가 이소영씨의 너스레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 마련된 행사장 너머에서는 얇은 벽 사이로 다른 행사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협동조합'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박한 출발이었다 .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된 민간 연구원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아래 좋은나라)'가 18일 공식 출범했다. 원장으로 선임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한국의 연구자들이 권력과 정파, 돈의 논리 때문에 깊이있는 연구를 잘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것에서 자유로운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정책 연구기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가 18일 서울시청 지하에서 열린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창립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동환


"한국 내 지식 공유와 확산, 심각한 결함 있어"

좋은나라의 핵심적인 콘셉트는 협동조합 민간 연구원이다. 시장이나 국가에서 자유로운 연구를 한다는 의미로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됐다.

구성원은 대부분 대학교수 등 지식인이다. 국가경제1·2, 과학기술, 교육, 국토환경, 노동, 문화, 외교통일, 정치행정 등 14개 분과에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포진했다.

좋은나라는 이날 유종일 교수를 원장으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를 연구기획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조애리 카이스트 교수와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각각 교육출판위원장, 사업위원장을 맡았다.  

유 교수는 "한국은 교육열도 높고 R&D 투자 비율도 수준급인데 굉장한 기술이 나왔다거나 특허를 배출한 적은 별로 없다"면서 "국가 안에서 지식의 공유와 확산과정에 심각한 결함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한 심각한 결함들이란 연구자들에게 정책 용역을 맡기는 권력과 자본의 압력이다. 그는 인사말에서 "한국 사회에 정말 필요한 문제를 연구해서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지식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라면서 "지식이란 것은 일반적인 재화와는 달리 공유해도 없어지는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유 할수록 사회에 보탬이 되는 게 지식이라는 얘기다.

"지식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역할 해주길"

이날 좋은나라의 창립행사에는 조합원과 손님 5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는 "가진 사람들, 정치인들, 권력자들이 바른 자세를 갖도록 일깨워주는 게 지식인의 역할"이라면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인 부끄러운 시대인데 그런 점을 개선하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최근이 우리나라에 가장 지식이 넘치는 시기인데 왜 사회는 단군 이래 최대로 불안하고 세상은 불평등해지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지식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지식 협동조합이 시민 편에 서서 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는 선거 때만 갖가지 정책들이 반짝 흘러나오는 한국의 사정을 하천에 비유했다. 한국의 강은 홍수기와 갈수기의 깊이 차이가 심한데 그런 모습이 선거 전후의 정치권 정책 제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좋은나라가 한때만 정책을 쏟아내는 하천이 아니라 늘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강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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