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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한 알을 심으면 몇 개나 캐지?

석 달 만에 캐는 감자

등록|2013.06.23 11:59 수정|2013.06.23 11:59

▲   씨감자를 심고 잘 자라면 감자 순 한 그루에서 감자 너 댓 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사람이 간섭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씨감자가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해와 달과 바람과 바람 속에서 줄기와 잎을 키우면서 얻을 수 있습니다. ⓒ 박현국


21일 오전 비가 오락가락 했습니다. 처음엔 빗줄기가 굵어서 포기했다가 다시 비가 그치는 듯해서 감자 캐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18일 씨감자를 묻은 지 석 달 사흘만입니다. 그동안 비가 그다지 오지 않아서 제대로 감자가 생겼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땅 넓이는 가로 3m, 세로 5m입니다. 대략 이랑 열을 만들어서 씨감자를 묻었습니다. 씨감자는 눈이 난 상태를 보아서 둘이나 넷으로 나누어서 재 속에 담았다가 묻었습니다. 씨감자를 묻을 때 주위에 까마귀가 많이 날아다녔습니다.

작년에 씨감자를 묻을 때 주위에서 같이 주말 농장 일을 하시는 분들이 까마귀가 씨감자를 파먹는다고 나일론 실로 짠 그물을 구해서 펴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그렇게 했습니다. 까마귀 방지용 그물이 씨감자 값보다 비쌌습니다.

▲   감자를 캐기 전 감자 밭입니다. 장마철에도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수명이 다해서인지 일부 감자 순이 마른 곳도 보입니다. ⓒ 박현국


올해는 까마귀 방지용 그물 설치를 포기하고 씨감자를 작년보다 1kg 정도  더 사서 간격을 좁게 해서 묻었습니다. 부분적으로 까마귀가 씨감자를 파먹어도 남아있는 씨감자가 잘 자라주면 좋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올해는 장마철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곳곳에서 마른 감자순이 눈에 띄었습니다. 감자 캐기가 늦어지면 뒤에 심을 고구마 순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서둘렀음에도, 고구마 순을 파는 곳에선 저에게 준 것이 마지막으로 남은 고구마 순이라고 하셨습니다.

오락가락하던 비는 감자를 캐는 중에도 그렇게 오락가락했습니다. 한 번 시작한 감자 캐기는 비가와도 계속됐습니다. 반쪽이나 사분의 일 쪽 씨감자에 곳에 따라서 감자가 여섯 개 달린 곳도 있고, 늦게 자라기 시작하여 달리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 감자를 캐면서 본 지렁이입니다. 아무래도 지렁이나 땅속 벌레들이 많아야 땅이 기름지고 땅에 심은 것들이 잘 자라겠지요. 아래 오른쪽 사진은 지난번 씨감자를 묻을 때 뿌려놓은 결명자가 자란 것입니다. 개구리도 있었는데 너무 빨리 사라져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 박현국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감자 캐기를 마치고, 다시 이랑을 만들고 고구마 순을 묻었습니다. 그리고 감자를 캐고 남은 감자순은 이랑 사이에 놓아두었습니다. 남은 감자 순을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모아 놓을 곳도 없었습니다. 고구마 순이 자랄 동안 수분증발도 막아주고, 마르면 처리하기도 쉬울 것 같았습니다.

석 달 뒤 하게 될 고구마 수확이 기다려집니다.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는 땅과 날씨에 달렸습니다. 풀을 뽑아주거나 순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는 물을 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고구마가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잎을 키우는 일은 사람의 지시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 감자를 캐고 이랑을 만들어서 고구마 순을 묻었습니다. 감자순은 이랑 사이에 놓아두었습니다. 가로 세로 삼 미터 오 미터 넓이에 이랑 열 개를 만들어서 이랑 한 곳에 고구마 순 열 두 개 정도를 묻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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