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기록전문가들, 국정원·여당 '대통령기록 누설죄' 고발 방침

[현장]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관련 전문가 기자회견

등록|2013.06.25 13:23 수정|2013.06.25 14:05

기록전문가 긴급기자회견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관리학회 등 국내 기록전문가들은 25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김도균


"국회 속기록을 속기사가 작성했다고해서 국회 속기록의 생산기관이 (해당 상임위가 아닌) 속기사 개인이거나 속기사가 소속된 부서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지난 24일 남북정상회담 녹음을 풀어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복원한 '대화록 녹취 전문'(대화록)을 자신들이 만든 '생산물'로 규정하고 공개한 것에 대해 국내 기록물 전문가들은 '말도 되지 않는 궤변'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국정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기록물공개심의회를 열어 회의록 공개 결정을 내리고 나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재가를 받아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100여 쪽의 전문, 8쪽의 발췌록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25일 오전 서울 통의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록 전문가들은 국정원 소속 공무원이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서 '회의록'을 작성했다면, 정보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행위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이므로, '회의록'은 대통령의 행위에 의한 대통령기록물로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 지정 기록물 제도 의의, 정쟁 속에 부서져" 

한국기록관리학회 김유승 총무이사는 "대통령 기록물 중 지정기록물은 보호와 공개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보호의 장벽이 높다"며 "다른 공공기록물에 비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높은 보호 장벽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기록물을 보다 잘 보호하고 남겨서 후대가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무이사는 "이러한 대통령 지정 기록물 제도의 의의가 정치적 논란 속에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기록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회의록' 전체를 일반기록물로 재분류함으로써 NLL(서해 북방 한계선) 관련 내용 이외에도 '회의록'에 포함된 국가기밀 전체가 공개되도록 하여, 국정원이 국가기밀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이 '회의록' 일부 내용이라고 주장하며 NLL 관련 언급을 한 데 이어, 24일 언론에 전문과 발췌본이 공개되도록 제공한 것은 대통령지정기록물 누설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원장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지정기록물 누설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며, 대통령지정기록물 누설죄를 비롯한 관련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록전문가들, 야당의 '대화록 전문 공개' 주장에도 부정적

김 교수는 또 문재인 의원의 대화록 전문 공개 의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치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문 의원의 경우조차도 정쟁에 의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운영관리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자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들이 정쟁을 벌여놓고 그 문제의 해결을 국민 개개인의 이해가 걸려 있는 법치의 훼손으로 풀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록 전문가들은 국정원과 일부 의원들을 형사고발하는 한편, 학계 및 시민단체와도 연대해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기록학회 이승휘 회장, 한국기록관리협회 김유승 총무이사, 한국기록관리학전공주임교수혐의회 이영학 회장, 한국기록전문가협회 이원규 회장, 한국국가기록연구원 김익한 원장,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 등이 참석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