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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호두과자'가 명품 되는 비법, 공개합니다

[전남 사회적기업①] 사회적 기업 기업인들에게 아주 특별했던 품평회

등록|2013.06.28 09:55 수정|2013.06.28 09:55
<오마이뉴스>는 '사회적기업 활성화 전남네트워크'와의 공동기획을 통해 지역 사회적 기업의 현황과 과제 등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컨설팅 1 : 장미를 팔지 말고 사랑을 팔아라

"장미를 팔지 말고 사랑을 팔아라. 순천 관광지를 파는 여행사는 많다. 풍경이 아니라 감성과 감동을 팔아라. 작지만 독특한 프로그램, 그리고 테마, 힐링 여행을 통해 충성 고객을 만들고 그들이 SNS 공간에서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라. 오대양드림투어를 통해 여행을 다녀온 한사람, 한사람이 광고매체다. 돈도 없는데, 광고는 잊어라. 시간 낭비다."

전남 순천의 여행사인 '오대양 드림투어' 차점주 사무장은 정세현 크로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꼼꼼하게 기록했다. 지난 25일 전남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2층 컨벤션 홀에서 열린 2013 전라남도 사회적 기업 제품 품평회 자리에서다. 이날 행사는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 전남사회적기업통합지원센터, 전남사회적기업협의회 주최로 열렸다.  전남 지역 15개 사회적 기업의 부스에는 제품이 진열됐고, 3명의 컨설팅 전문가들은 각 부스를 돌아가면서 조언했다.

지난 2010년 12월에 창립한 오대양드림투어는 순천만 생태체험, 남도 기독교 성지 순례 등의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직원은 20여명인데, 그중 10여명의 문화해설자, 여행 안내자 등이 55세 이상 고령자이거나 다문화 가정주부, 장애인이라고 한다. 이들은 20여대의 전세버스를 운영하는 데, 취약계층을 위한 여행 할인 서비스도 진행한다. 오대양드림투어는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도 만들고 공익적 서비스도 시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날 컨설팅을 받은 차 사무장은 정 대표의 컨설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매년 수입이 늘어 지난해 3억4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여전히 판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도 지금까지 구태의연한 마케팅을 해왔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비슷한 여행상품을 팔려고 돈 많이 드는 광고마케팅만 고민했는데, 이제는 방향을 달리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이 배웠습니다."  

#컨설팅 2 : '이기적인 호두과자'에 고객 철학을 담아라

▲ 정인환, 변미란 부부가 해아찌영농조합법인에서 만든 밤호박 호두과자를 보여주고 있다. ⓒ 김병기

또 다른 부스에서는 김왕기 WK 컨설팅 및 메타 브랜딩 대표가 젊은 부부에게 일대일 품평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해남 해아찌영농조합법인에서 참가한 정인환, 변미란씨는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고향 해남에 내려와서 아이 셋을 키우면서 버섯농사를 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젊은 농사꾼 부부다. 

영농법인이지만 조합원은 귀농에 뜻을 같이한 같은 대학 졸업생 3명과 귀농 5년차인 이용희 대표와 지역농업인 1명 등 총 5명이다. 이들은 산마늘, 두릅, 느타리, 매실 장아찌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이날 품평회에 밤호박 호두과자를 내놨다. 호두 대신 해바라기씨를 넣었고, 유기농 밀반죽에는 밤호박을 버무렸다. 앙꼬는 호박고구마다. 모든 재료가 이 지역의 특산물이다. 김왕기 대표는 호두과자를 집어 먹으면서 이들에게 물었다.

- 이걸 왜 만드는지 설명해 보시겠어요?
"농한기에 농촌은 일자리도, 수입도 없습니다. 농촌에서 연중 판매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농가에서 버려지는 '이형과'(모양이 찌그러진 농산물)를 활용해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매년 이형과는 10-20%정도 나옵니다. 처음에 농민들은 '내다버리는 것이니 그냥 가져가라'고 했는데, 돈을 주고 삽니다."

- 자기 생각만 하네요. 이기적입니다.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사업을 시작한 뜻은 좋은데,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해야죠. 또 소비자들은 '호두과자가 나에게 좋은 이유가 뭔데'라고 묻습니다. '너를 위해 준비했다'라는 식의 고객 철학을 담아야 합니다. 호두과자 상자 덮개를 열면 이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고, 다른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또 소비자들의 건강에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을 정리한 스토리 편지를 넣으면 어떨까요? 상품도 좋지만 가치도 함께 파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입소문이 나서 가게 앞에 줄을 설 것이고, 프랜차이즈는 그 때 시작하면 됩니다.

해아찌 영농조합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5억여 원. 직원 12명중 10명이 다문화가정의 20-30대 여성이라고 한다. 취약 가정에 일자리도 제공하고, 매년 이들이 고향에 갈 수 있도록 비행기표 티켓팅도 해준다. 그리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교육과 복지 상담도 하면서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정인환(31)씨에게 컨설팅을 받은 소감을 물었다.

"지난해 한 농업박람회에 우리 호두과자를 출시했더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어요. 천안 호두과자 쪽에서도 '자신들의 제품을 개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전화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상담을 받았는데,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컨설팅 3 : 고객은 깨끗한 화장실에서 감동 받는다

▲ ‘예담은 규방문화원’ 이혜숙 대표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컨설팅에) 감동을 받아서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 김병기

"(베개에 붙어있는 실오라기를 집어 보이면서) 장인은 이런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게 한 개라도 붙어있으면 출시를 안 하죠.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식당에 가서 주방의 수채 구멍에 감동받습니다. 화장실이 깨끗한 것에도 감동받습니다. 이런 것을 마케팅 용어로 '마이크로 밸류'라고 합니다. 염색 방법과 제품의 질은 훌륭한데 이런 게 나오면 절반을 깎아 먹습니다."  

옆에 부스로 이동한 김 대표는 따끔하게 지적했다. 천연염색 의류와 침구류를 제작하는 '예담은 규방문화원' 이혜숙 대표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감동을 받아서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 예담은은 B to B(기업대 기업 간 거래)와 B to C(기업대 소비자간 거래) 중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싶나요?
"천염염색 원단입니다. B to B죠."

- 과거에 원단이라고 하면 '골든 텍스'로 통했죠. 저한테 예담은이 만든 원단이 뭐가 다른지, 어떻게 정성을 들이는지를 설명하셨는데, 훌륭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대표님처럼 설명할 수 있나요? 카탈로그(제품 설명서)가 이것 밖에 없죠?("예.") 대표님의 노하우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원단의 가치를 만드는 B to B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고 전통적인 염색방법의 이름이 있나요?("없습니다.") 그럼 '점증염색법'이라든지 네이밍을 하세요. 다른 업체 제품과 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7가지 간별법을 만들어서 카탈로그에 넣으세요. 예담의 심벌이 있나요?("아니요.") 그럼 상품명을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작은 심벌을 만들어 제품에 붙이면 어떨까요?"

예담은 규방문화원은 전남 영암군에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전국 단일지역으로는 최대 규모의 감농사를 짓고 있는 금정면의 '낙과'를 염료의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 태풍 볼라벤 때문에 이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적이 있는데, kg당 1500원을 농민들에게 주고 1톤 차량 5대분의 낙과를 매입해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줬단다. 

2009년 3월에 창립한 규방문화원의 12명 직원 중 6명이 이주여성이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이주 여성들은 재봉틀과 손으로 자수를 놓는 것을 잘하는 데 이들에게 취미생활 겸 일자리도 만든단다. 이혜숙 대표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단에도 좋은 균이 있습니다. 항아리에 쪽을 담아놓고 상온에서 염료를 만들면 균이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끊는 물에 넣어서 만듭니다. 항암치료제이기도 한 인디루빈 색소 성분을 죽이고 색만 살리는 겁니다. 우리 제품은 49번 빨때까지 이 균들이 다 살아있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이걸 제대로 마케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 전라남도 사회적 기업 제품 품평회에는 15개 사회적 기업이 참가했고 3명의 컨설팅 전문가들이 각 부스를 돌아가면서 조언했다. ⓒ 김병기


착한 기업들이 농촌 문제도 푼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에 시작해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3명의 컨설팅 관계자들이 40-50여분동안 1개 업체를 상대로 조언을 해준 셈이다. 행사 주최측은 이중 해아찌영농조합법인과 민들레 식품을 제조한 장성자라뫼영농조합법인을 '브랜드 스톤'(잘 다듬으면 좋은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이라는 취지로 붙인 이름) 선정해 50만원의 홍보비를 전달했다.

전남 지역의 사회적 기업은 총 100여개이다. 이들 중 30%가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이고, 나머지는 '예비'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전남도는 이들을 육성시켜 모두 인증마크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들어 각 자치단체들이 사회적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개별 컨설팅 방식으로 품평회를 여는 곳은 전남뿐이다. 이날 행사는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컨설팅 관계자들은 사회적 기업 관계자들과 원탁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전남도청 경제산업국 일자리창출과 박종렬 팀장은 "전남도는 고령화와 농어촌 공동화, 다문화 가정의 문제 등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데, 사회적기업을 키워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회적기업 전남네트워크의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종익 경실련 협동사무총장은 "오늘 품평회에 나온 예비 사회적 기업들은 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하고 사업을 통한 이윤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착한 기업들"이라면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소비자 체험단이 결합해 기업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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