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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 무르시 정권에 최후통첩... '폭풍전야'

군부 "48시간 내로 시위대와 해결하라"... 무르시, 하야 요구 일축

등록|2013.07.02 09:07 수정|2013.07.02 09:07

▲ 이집트 군부의 정치 개입 시사를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트> ⓒ 허핑턴포스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이집트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집트의 정국 혼란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무르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부터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무르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전국 총파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은 하야 요구를 일축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 반정부 시위대는 수도 카이로에 있는 무르시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 형제단의 카이로 본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고 시위도 과격해지면서 이틀 동안 전역에서 16명이 사망했다. 이집트 국영방송은 '화산이 폭발 직전에 있다'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 무르시 대통령에 '최후통첩'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과 시위대의 갈등이 계속되자 군부까지 나섰다. 이집트 군부는 이날 국영 방송으로 생중계된 공식 성명을 통해 "무르시 정권은 48시간 내로 지금의 정치적 혼란을 해결하라"며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군부가 개입할 것이며 이것은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또한 "군부는 국가 안보가 중대한 위험에 처했을 때 직접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며 무르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군부가 정치 개입을 시사하자 일부 시위대는 환호하기도 했다.

AP는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 형제단의 정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갈등이 계속될 경우 자칫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집트 각료 5명도 집단으로 사퇴하면서 무르시 대통령에 큰 타격을 줬다. 이날 관광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반정부 시위대와 뜻을 함께하는 장관 5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야권과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시위를 이끌고 있는 '타마로드'(반란)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무르시 대통령은 오는 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며 "만약 물러나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집트 국영 방송에 따르면 이틀간 시위로 인해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781명이 부상을 당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이집트 여행을 만류하고 나섰다.

수도 카이로에서 가장 많은 9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알렉산드리아, 베니수에프, 카프르 엘 셰이크, 페이윰, 아시유트 등 대도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큰 부상을 입은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 대통령 "사임할 뜻 없다" 일축

▲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BBC ⓒ BBC


이집트 국영 방송 추산으로는 전국적으로 무려 14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시위에 참가했다. 이집트 전체 인구 6분의 1에 해당하는 이집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다. 이집트 민주화의 상징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만 50만여 명이 모여 시위 확산을 주도했다.

하지만 무르시 대통령은 사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제2의 시민혁명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내가 조기 퇴진하게 된다면 차기 대통령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시위대의 사임 요구를 거부했다.

또한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시위대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호스미 무바라크의 30년 독재 정권이 시민혁명으로 무너진 뒤 민주 선거를 통해 지난해 6월 정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이 일방적인 이슬람 정책을 고집하고 세속주의를 배척하면서 반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또한 이집트의 계속되는 사회적 불안과 경기 침체도 반정부 시위를 부추겼다.

영국 BBC는 "불안한 치안과 물가 인상, 복지 축소 등은 무바라크 정권 때보다 더욱 악화되었다"며 "취임 후 100일 동안 78%에 달하던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32%로 급격히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주부 마하 사이드는 무르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지난 1년간의 시간은 무척 괴롭고 무서웠다. (불안한 치안 때문에) 항상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해야 했으며 무르시 대통령은 어떠한 성과도 이뤄내지 못했다. 더 이상 이집트가 무너지는 것을 바라볼 수 없다."

반면 교사 알 리드 왈리는 무르시 대통령이 실망스러운 것은 맞지만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무르시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후회한다. 그의 능력이 더 뛰어나길 바랐지만 어떠한 개선도 목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더 시간을 줘야 한다. 지난 30년간 무바라크 정권 아래에서 잘못되었던 것을 바로잡기에 1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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