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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판도라 상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었다

원문 자료제출요구서, 국회 통과... 재적의원 276명 중 257명 찬성

등록|2013.07.02 10:46 수정|2013.07.02 20:02

▲ ⓒ 남소연


▲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은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된 찬반 의원명단. ⓒ 남소연


[2신 재보강 : 2일 오후 8시]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과 부속 자료 열람·공개를 위한 자료제출요구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적 의원 276명 중 257명이 찬성했다. 17명이 반대하고, 2명이 기권했다.

국회 본회의에 앞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자료제출요구서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다. 특히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찬성을 '구속적 당론'으로 정해, 표 단속에 나섰다. 구속적 당론은 강제적 당론보다 수위가 높은 표현으로, 반란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내지도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반대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똑같은 표심을 보이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열람까지만 내 의견이었지만, 당론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자료제출요구서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달은 여야 공방을 종식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중 박지원·김성곤·추미애·김승남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또한 김영환 의원은 기권했다.

원내지도부의 구속적 당론에도 반란표가 나온 것은 대화록 원본 공개에 대한 후폭풍 때문이다. 박지원 의원은 "정상회담에서의 외교적 수사로 본질을 호도해선 안 된다, 모든 것을 공개하면 대한민국은 외교 후진국이 되고 남북관계도 어려워진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착잡한 표정의 문재인 의원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계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제출 요구안이 통과되자 착잡한 듯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통합진보당 의원 6명 전원, 진보정의당 심상정·박원석·김제남·정진후 의원, 무소속 송호창·안철수·박주선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에 나선 이석기 의원은 "남북관계는 정쟁과 정략의 도구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여야 교섭단체 합의나 정쟁문제가 민족의 이익과 한반도 평화를 뛰어넘는 가치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부디 상식적이고 큰 안목으로 본 안건 통과를 막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정 자체로 이미 새로운 분열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며 "국회가 남북관계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민족적 이익과 한번도 평화를 위해 더더욱 안건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날 새누리당은 민주당 눈치 보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의원총회 직후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찬성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면 우리도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총회 결과가 구속적 당론으로 정해지자, 새누리당은 본회의를 도중에 정회시킨 뒤, 찬성 당론을 재확인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새누리당에서 반란표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평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공개에 부정적이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자료제출요구서의 국회 통과 직후,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안건 처리의 가장 큰 의미는 적법하게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련의 공개 과정은 불법이라는 게 확인됐다"면서 "또한 원본을 놓고 논쟁하는 것과 원본이 아닐 가능성이 있는 것을 두고 논의하는 거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5분 발언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NLL을 기점으로 협의했다'고 했는데, 그러한 내용이 어디 있느냐"며 "국민 모르게 영토주권을 흥정하고, 대한민국을 무장해제시키는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정문헌 의원은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 회담이 있었다', '비밀 녹취록이 있다', 'NLL 땅따먹기 발언을 했다'고 했지만 없었다, 허위사실에 대해 사과하라"며 "박근혜 캠프와 국정원 사이에 어떤 커넥션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어떻게 책임질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과 부속 자료 자료제출요구서에 대해 반대나 기권을 한 의원 명단이다.

* 반대 17명
김성곤 김승남 박지원 추미애(이상 민주당), 김미희 김선동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이상 통합진보당), 심상정 김제남 박원석 정진후(이상 진보정의당), 송호창 안철수 박주선 (이상 무소속)

* 기권 2명
김영환 (민주당) 서기호(진보정의당)

[1신 보강 : 2일 오전 11시 14분 ]
여야, '판도라 상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연다

여야가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하 회의록)' 원본 등을 열람·공개하기로 동의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원본 열람을 통해 종식시키자는 취지다. 위법 논란이 있는 '공개'에 대해서는 회의록 원본 등에 대한 사본을 요청하고 이에 대한 공개 여부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차후 다루기로 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지정기록물의 '기밀'을 누설할 경우 징역 3년 이하 금고 또는 7년 이하 자격정지의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NLL 대화의 진상을 확인하고자"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회의록, 발췌록, 음원 등 일체의 자료를 열람·공개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정상회담 사전·사후 회의록, 녹취파일에 대해서도 열람·공개하기로 했다. 또 여야 모두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이를 당론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의록 '공개'에 대한 안팎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자료 제출 요구서가 최종 통과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이날 회의록 전문 등에 대한 열람·공개에 합의했지만 서로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새누리 "공개 가능토록 개정안 내자"... 민주 "진실 회피 노력 역력"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NLL대화록 열람 관련한 표결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열람을 통해 논란의 시작이 아니라 종지부가 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한 후에 국회 본회의에 표결을 붙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완장치를 통해 이번 회의록 열람이 공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였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대한 압박도 병행했다. 그는 "이 안건을 가결시키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즉 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도 진정 열람을 원한다면 민주당 내 당론부터 통일해야 한다, 당내 일각에서는 열람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박지원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는 공개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 당론을 모아줄 것을 촉구한다, (민주당의) 당론이 모이지 않는다면 (자료 제출 요구 결의안은) 표결에 붙이더라도 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면서 "(열람 제안이) 정치적 꼼수가 아니라면 먼저 당내 의견부터 통일하는 절차를 거쳐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열람'만을 허용하고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 관리법을 고치자는 의견도 나왔다. 현행법상 자료 제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 등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은 NLL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 말로만 공개하자고 주장할 게 아니라면 대통령지정기록물 관리법 개정안, 열람에서 공개로 나아가는 개정안부터 발의하고 그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여야 의원들만 회의록을 열람하면 논란을 종식시키지 못한다, 국민들이 내용을 알고 심판을 내려줄 때 논란은 종식되는 것"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그에 동의한다면 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일부에서는 여야 합의하면 '공개'가 가능하지 않냐고 하지만 실정법에 위반하는 합의를 하자는 건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회의록' 열람에 대한 제안에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해 "진실 공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스스로 야기한 정상회담 회의록에 대한 진실 공방을 회피하기 위해 출구를 찾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한 진실이 드러날까 매우 두려워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 파탄, 민주주의 후퇴의 책임문제는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며 "그 첫 출발로 회의록과 제반 문서에 대한 공개 요구서를 오늘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이 불법 공개한 위·변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불법 유출 책임을 묻겠다"며 "이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치고빠지기식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명명백백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대통령 기록물 원본 공개? 나라 미래 위해서 바람직 않아"

하지만 여야 '회의록 공개' 합의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자료 제출 요구서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높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 기록물 원본을 공방의 대상으로 삼아 공개하는 것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나 정치발전을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제안한 회의록 원본 및 제반문서 등에 대한 열람 제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안 의원은 "지금은 NLL 관련 발언의 진위논란에 시간과 노력을 빼앗길 때가 아니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30년 전으로 되돌린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단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공개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표한다"며 "저는 논란이 처음 발생할 때부터 일관되게 정상회담 대화록 같은 민감한 외교자료를 정략적인 목적에 따라 공개하는 것을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차제에 NLL 발언 관련 색깔론을 확실하게 털고 가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국정원이 지난주에 불법적으로 공개한 회의록 전문을 통해 대다수 국민들은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판결해 주셨다"면서 "이제 더 이상 국가 기밀자료가 정쟁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은 마찬가지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회의록 원본 공개 관련) 저는 이 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의견의 한 사람"이라며 "민주당의 당내 정치적 입장은 이 부분이 너무 소모전으로 가기 때문에 논란을 종식시키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공개를 논의하고 계신 것 같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체적으로 외교라는 관점에서 정말 치명타인데 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반대"라면서도 "(문재인 의원의 열람 제안은) 대선후보로서 공격받았던 당사자로서는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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