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망명 요청, 줄줄이 거부... 국제미아 될까
19개 국가에 망명 요청했으나 잇따라 거부 당해... 러시아 망명은 포기
▲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 요청을 보도하는 CNN 방송 ⓒ CNN
미국 정보기관의 비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러시아 망명을 포기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일(한국시각) 러시아 크렘린궁 공보실장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성명을 통해 "스노든이 러시아 정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해왔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건 러시아 체류 조건을 듣고 곧바로 망명 요청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페스코프 공보실장은 "스노든은 러시아에 남길 원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러시아가 사형 제도가 있는 미국과 같은 국가에 스노든을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며 러시아는 그동안 한 번도 누군가를 강제 송환한 일도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스노든이 러시아에 남고 싶다면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피해를 주는 활동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사실상 스노든의 망명을 거부한 것이다.
홍콩에서 은신하며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과 해킹 활동 내용을 담은 비밀문서를 폭로한 스노든은 지난 달 23일 러시아로 온 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 구역에서 열흘 넘도록 체류하며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스노든의 망명 요청에 받은 국가들 '난색'
앞서 스노든의 망명을 지원하고 있는 위키리크스는 이날 공식 웹사이트 성명을 통해 "스노든이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프랑스, 에콰도르 등 19개 국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스노든이 망명을 요청한 국가는 대부분 유럽과 중남미다. 유럽의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스페인, 스위스를 선택했고 중남미의 볼리비아, 브라질,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가 스노든의 망명 후보지다. 그 밖에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에도 망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스노든의 희망과 달리 대부분의 국가들이 잇따라 망명 거부를 발표하고 나섰다. 인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주재 인도 대사관을 통해 스노든의 망명 요청을 접수했다"며 "깊이 검토한 결과 망명 요청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독일의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스노든의 망명 요청을 법적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독일 야당인 녹색당은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마르가요 외무장관도 "스페인은 우리의 영토 내에 들어온 사람에게만 정치적 망명을 요청할 권리를 준다"고 밝혔고, 앞서 아이슬란드와 핀란드도 같은 이유를 들어 스노든의 망명을 거부했다. 또한 브라질 외무부도 "스노든의 망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여러 국가가 스노든이 자국 영토 내로 들어와서 망명을 요청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거부했다. 그러나 미국 여권이 정지된 스노든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갈 곳 없는 스노든, 길어지는 공항 생활
앞서 스노든은 위키리크스 웹사이트에 내건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을 통해 각국 정부에 나의 망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은 망명이라는 기본적 인권마저 법적 권한도 없이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스노든은 여전히 미국의 국민이며 모든 권리를 누리고 있다"며 "미국으로 돌아오면 스노든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으며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스노든의 망명이 불투명해지면서 유엔난민기구(UNHCR)에 망명을 신청하거나 그의 공항 체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항에서 무려 18년간 체류했던 이란 난민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의 사례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란 왕정 반대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나세리는 유학 경험이 있는 영국으로 향하던 중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서 실수로 자신의 난민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분실해 1988년부터 2006년까지 공항 환승 구역에서 생활했다.
나세리는 18년간 공항 화장실에서 씻고 직원들의 도움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지냈다. 자신이 공항에서 썼던 일기를 바탕으로 자서전을 내기도 했던 나세리의 이야기는 지난 2004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터미널>로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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