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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까지 문 여는 어린이집, 아이들은 행복할까

서울시 시간연장보육 '논란'... "부모 기다리는 아이들 입장 생각해야"

등록|2013.07.04 12:07 수정|2013.07.04 13:36
자정까지 문 여는 어린이집, 이른바 '시간연장보육'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7월부터 서울시내 690개 모든 국공립 어린이집을 자정까지 운영한다'고 발표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서울시가 퇴근시간 이후에도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7월 1일부터 시내 모든 국공립 어린이집을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자정까지 연장 운영하되, 이용 수요가 없을 때는 시간을 앞당겨 문을 닫는 등 탄력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힌 것은 바로 지난 6월 27일. 이후 어린이집 측은 이번 정책이 어린이집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인 근무시 안전사고, 누가 책임지나"

▲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청원 ⓒ 아고라 갈무리


'쑤기탱'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어린이집 관계자는 지난 1일 포털 다음 아고라에 '어린이집 자정까지 연장근무 웬 말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청원글을 통해 "아무 대책도 없이 무조건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12시까지 보육하라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일어나는 부정적인 현상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글쓴이는 먼저 교사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대체인력도 없이 밤 12시까지 교사가 돌아가면서 근무하게 되면 다음 날 그 교사는 어찌 근무를 하느냐"며 "그런 상황에서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교사가 아이들과 올바른 상호작용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정말 꼭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무분별한 보육을 허용해 부모들이 개인용무로 12시까지 아이를 맡긴다면 이건 교사와 아이를 묵살하는 잔인한 살인행위와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글쓴이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싸이코패스·청소년 범죄들의 경우 그 원인이 유아기에 있는데 가장 중요한 유아기에 부모님과의 안정된 애착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큰 이유"라며 "누구보다 부모가 함께 해줘야 할 이 시기에 부모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있으려다 보니 부모와 아이들 간의 애착 부족으로 인해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엄마 보육교사의 육아문제, 1인 근무 시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글쓴이는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해 잘못 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엄마 보육교사들과 그들의 자녀는 어찌되고, 또 교사가 혼자 12시까지 근무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에서 실행하는 정책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에 정확한 수요 조사 및 필요성의 여부와 다양한 측면(부모·교사·아이)에서 사전 조사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것은 부모의 품이며 부모의 웃는 얼굴이고, 부모의 스킨십이고, 부모와 함께 먹는 맛있는 식사"라며 "보육적 정책을 앞세워 부모를 도와주기 이전에 가족 전체를 도와줄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보육교사들도 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잊지 말고, 보육교사의 처우와 현 상황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밤늦게까지 기관에 있는 아이 눈빛 봐봐야"

시간연장보육에 대한 지적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최로 지난 2일 열린 영유아사교육포럼 토론회 자리에서도 터져나왔다. 이날 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박숙현 수원 새동신유치원 원장은 "기본적으로 아이의 행복은 가정에서부터 찾아야 함에도 지금 그 역할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육아수당을 줘서 맞벌이 부부들이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일찍 찾도록 하지 않고, 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기고 기관에 책임을 지게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이어 "밤늦게까지 기관에 맡겨진 아이들의 슬픈 눈빛을 본다면 그렇게 늦게까지 아이를 맡길 수 없을 것"이라며 "국가에서 정책 만드는 사람들이 저녁에 현장에 와서 '우리 엄마는 언제 올까' 하고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빛을 봐야 한다, 엄마가 왔다고 하면 자기 엄마인 줄 알고 달려 나갔다가 아니면 실망해서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슬프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시간연장보육은 사실 서울시만의 자체 사업은 아니다. 영유아보육법을 토대로 마련된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안내' 지침에 따른 것으로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서울시를 비롯한 타 지자체에서 계속 실시해 오고 있는 사업이다.

서울시 "강제 실시 아냐... 탄력적 조정 가능하다"

영유아보육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법인 그 밖의 비영리법인이 설치한 어린이집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린이집의 원장은 시간연장형 보육 등의 취약보육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공립어린이집은 취약보육에 해당하는 영아·장애아·다문화아동·시간연장형 보육 중 2개 이상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 기준보육시간은 평일은 12시간(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토요일은 8시간(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으로 공휴일을 제외하고 연중 계속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국공립 및 정부지원 비영리법인시설의 경우 부모의 취업 등으로 1명 이상이 보육시간 연장을 필요로 할 때에는 시간연장보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간연장보육은 지난 2002년부터 계속돼 온 사업으로, 사실 이번 서울시의 발표는 그동안 부모들이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알 권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시간연장보육을 신청하고 싶으나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이를 꺼린다는 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연장보육은 모든 국공립 어린이집이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조사를 통해 이용 수요가 없을 때는 운영하지 않거나 시간을 앞당겨 문을 닫는 등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며 "이러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맞춤형 보육서비스와 더불어 기업에서도 양육친화적 직장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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