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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 3분의 1이 '암'... "우리가 소·돼지만도 못한가"

[르포] 충남 태안군 인평리 주민들, 30년째 축사와 '전쟁'

등록|2013.07.05 10:55 수정|2013.07.05 10:55

마을에 닥친 암 공포충남 태안군 인평2리 주민들이 축사 이전을 요구하며 생계도 팽개치고 거리로 나섰다. 특히, 이 마을에는 최근 10년간 32명에 이르는 암환자가 발생했는데, 주민들은 그 원인을 지하수로 지목하며 지하수 오염의 주범을 축사로 추측하고 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기존의 축사, 오른쪽에 보이는 공사 현장이 축사 증축 예정부지다. ⓒ 김동이


"오늘은 냄새는 별로 안 난다. 그런데 흐린 날에는 냄새가 엄청나다. 오늘 축사를 지으려고 공사업자들이 들어왔는데, 주민들이 몸으로 막아서 내쫓았다."

축사를 짓기 위해 마을로 들어온 공사업체 관계자들을 주민들이 몸으로 막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찾아간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인평2리 인평교회 앞. 마을을 진입하면서부터 소똥 냄새가 진동했지만 정작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만성이 됐는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씹을 거리를 오물오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마을에 들어간 기자의 코끝에는 강한 소똥 냄새가 가시질 않아 취재하는 내내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6일과 7월 2일, 30년간 이웃으로부터 기본 권리도 침해당하고 지하수 오염으로 목숨까지도 위협받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했던 인평2리 마을을 찾았다. 기자가 다녀간 이후 주요 방송사에서도 암환자 발생에 초점을 맞춰 취재를 해갔다.

'마을주민 30%가 암환자'라는 보도를 통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했지만 현재 마을주민들을 위해 행정당국에서 조치하고 있는 지원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식수용으로 제공되는 1.5리터들이 물 한 박스가 고작이다.

목장주와 대화 거부한 인평축사반투위, "이전 또는 폐쇄" 강력 입장

교회와 축사와의 거리는 고작 10여미터 남짓축사와 10여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평교회 목사님은 파리와 냄새때문에 예배를 보러 온 교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 김동이


인평교회와 축사의 거리는 불과 10미터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잠시 동안이지만 소똥 냄새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여서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아왔는지 오히려 방법을 반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마을 불법축사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 주민들 사이에서 만난 인평교회 목사님은 "교인들이 예배를 보러 왔다가 냄새를 참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럴 만했다. 특히 주민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기자의 손과 취재수첩에는 끊임없이 파리가 날아들었다.

주민의 손에 이끌려 축사 인근 정화조로 향했다. 정화조는 축산분뇨가 역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행정기관의 단속은 2010년 이후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마을에서 만난 반투위의 한 주민은 "수 년간 축사에서 나온 배설물을 방치하더니 최근에 문제가 불거지니까 치우더라"라며 "반경 1킬로미터 주변에는 오염원이 따로 없다. 지하수가 오염된 것은 축사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목장주가 만나자고 반투위원에게 말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만날 이유도 없고, 주민들 주장은 축사 이전 아니면 폐쇄밖에 없다"고 강력한 입장을 전했다.

파리로 들끓는 마을기자가 취재하는 동안에도 취재수첩에 쉴새없이 파리가 날아들었다. 가축분뇨 냄새도 코를 찔렀지만, 주민들은 "오늘은 냄새가 안나는 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냄새에는 이미 만성이 되버렸다. ⓒ 김동이


특히 반투위는 질산성질소가 발암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과 연계해, 2000년 이후 31가구 34명이 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이라는 점을 집중 주장했다. 마을주민이 59가구 100여 명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마을주민의 약 30%가 암에 걸린 셈이다.

반투위 관계자는 "수질검사에서 검출된 질산성질소는 동물의 사체나 배설물에서 나오는 것으로, 처리되지 않은 분뇨에 의해 지하수가 오염되면 질산성질소의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심지어 마을 15곳의 지하수를 채수해 (주)신성생명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마을 지하수에서 질산성질소가 기준치인 10mg/ℓ보다 4배가량 많은 44.4mg/ℓ가 검출된 가구도 있고,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임의적으로 4가구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에서는 신성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온 가구도 있을 만큼 심각하다. 우리는 소를 못 먹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건강하게, 후세에게 건강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7월 1일부터 태안군청 앞에 집회신고를 해놓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밝힌 반투위 관계자는 "오늘(1일) 방송국에서 취재를 해 갔는데, 추이를 지켜보고 집회에 나설 것"이라며 "집회에 나설 경우 소똥 시위도 불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4일 현재까지 집회는 시작되지 않았다.

이처럼 수질검사 결과가 사람이 음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치가 나오자 주민들은 자기 집에서 세수나 양치조차 하지 못하고 군 상하수도사업소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1주일에 한 번씩 1.5리터들이 물 한 박스(20병 정도)씩 지원받아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매일같이 밥상에 오르는 김치는 옆 마을에서 담가올 정도로 지하수 사용을 극히 꺼리고 있다.

주민 홍아무개씨는 "질산성질소 수치가 30~40mg/ℓ 넘는 곳은 세수도 양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행정당국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물을 갖다주는 게 전부다"라고 불만을 표시한 뒤 "소나 돼지가 죽어나가도 방역이나 보건, 위생당국에서 난리가 났을 텐데 사람이 수십 명 죽어나갔는데도 역학조사는커녕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인평리 주민을 소, 돼지만도 못하다고 보는 건지 화가 치민다"고 발끈했다.

인평리 반투위는 최근 청와대에 진정서까지 제출해 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 된 축사, 최근 3년간 단속조차 없었다?

축사로 변신한 고추하우스고추하우스를 축사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 ⓒ 김동이


태안군도 해명에 나섰다. 군 환경산림과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인평2리 축사에는 지난 2010년 11월 23일 지도 점검을 실시한 뒤 지금까지 단속 실적은 없다"며 "당시 지도 점검 나갔을 때 특별히 지적된 위법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시로 지도 단속반이 지도 점검을 해야 맞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단속을 하다보니 민원 발생 시설 위주로 단속을 나가고 있다"며 "인평2리의 경우에는 2010년 이후로 축사나 정화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에서 수질검사 요청이 들어와 충남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채수를 해 갔고 임의가구를 선정해 검사를 의뢰했는데, 군에서 수수료를 내줬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요구하는 전수조사는 군에서 수용할 수 없는 입장으로, 나중에 정식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부서로 넘길 수는 있어도 지금 상황에서 전수조사까지는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숨쉬는 시공업체 관계자기존 축사와 지번이 다른 곳에 또 다시 축사증축 허가를 맡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 장비가 철수하는 등 차질을 빚자 공사업체 관계자가 공사현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 김동이


한편 이날 축사 공사현장에 들어왔다가 주민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은 축사건축 현장소장은 기자와 만나 "허가가 난 건물이고 합법적인 공사인데 주민들이 '무대포'로 길을 막으면 우리는 어떡하나"라며 "8월 말까지가 공기인데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정부 융자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불만이 있으면 공사 초기에 얘기를 해야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막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고, 상수도를 깔아달라는 등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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