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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3월에 해놓고 2달간 '쉬쉬'

국회 국정조사 특위 4일 현장검증... 이사회 회의록 통해 밝혀져

등록|2013.07.04 19:46 수정|2013.07.04 19:57
경남도 진주의료원 이사회가 3월 11일 이미 폐업을 결정해 놓고 5월 29일 폐업 발표까지 공개하지 않아 경남도민을 속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열린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정우택)의 현장검증에서 이사회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하고, 5월 29일 폐업 발표를 했으며, 7월 1일 '해산 공포'를 했다. 그 사이 경남도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4월 23일 '한 달간 폐업 유보'와 '노사 교섭 재개'에 합의했다. 그 사이 국회에서는 4월 29일 '진주의료원 정상화 결의문'이 채택되었던 것이다.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사진은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진주의료원 이사회 회의록을 들어보이며 경남도청 관계자들을 질타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회의 도중에 김용익 의원과 강기윤 의원 등이 모여 자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경남도는 지난 5월 29일 폐업 발표를 하면서 4월 12일 열린 이사회 때 폐업 결정을 하고, 5월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폐업 시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폐업 발표 당시에도 폐업 결정을 이미 해놓고 그같은 사실을 숨긴 채 노사교섭을 진행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이미 3월 11일 이사회에서 폐업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논의하고 결정했던 것이다. 휴업뿐만 아니라 폐업까지 이때 이미 결정했던 것이다.

경남도는 그동안 진주의료원 이사회 회의록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날 일부 회의록 자료를 제출했던 것이다.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이미 3월 11일 이사회에서 폐업을 결정해 놓고, 4월 12일 이사회에서 문구 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결론적으로 도민과 국민·국회를 속인 것이며, 우롱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도민들을 속인 것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윤성혜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3월 11일 폐업 결정에 대해) 홍준표 지사는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권범 전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이사회 내용은 경남도 보건행정과에 보고했다"고 말했고,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3월 11일 이사회 결정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3월 11일 이사회가 휴업만 결정한 것인 줄 알았는데, 기록을 보니까 폐업 결의에 이사 전원이 사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며 "4월 23일 홍준표 지사와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합의해서 노사대화를 하기로 하고, 4월 29일 국회 결의안까지 나왔는데 이것은 결국 국민과 국회를 속인 것이며, 이게 행정기관이냐 사기꾼 집단이냐"고 말했다.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정우택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회의에 앞서 논의를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회의에 앞서 정우택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회의장 안에 들어와 있던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밖으로 나가고 있는 모습. ⓒ 윤성효


정우택 위원장은 "3월 11일 이사회에서 폐업 결의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그런데 오늘 나온 경남도 '폐업 추진 경과' 자료에도 전혀 표현되지 않았고, 숨겼다는 것은 도민과 국민·국회를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부실 책임은 누구?

이날 현장검증에서는 진주의료원 경영 부실 책임 등 다양한 지적들이 나왔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노조와 경영진의 소통이 안 된 것 같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고, 벼룩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된다"며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이 정말로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고, 서부경남 주민들의 공공의료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폐업한 진주의료원이 마산의료원 분원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다"고 지적하자 박권범 전 원장 직무대행은 "시민들이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을 들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경협 의원은 "박 전 원장 직무대행을 임명한 절차도 잘못되었다"면서 "이사회 절차와 휴·폐업 과정 등이 위법하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폐쇄 후 방침에 대해 윤한홍 부지사가 "현재는 매각한다는 원칙만 있고 그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하자, 김 의원은 "얼마나 매각 절차가 허술하고 준비가 안 된 상태인지 알겠다"며 "일단 문부터 닫아놓고 보자는 것으로,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현숙 의원은 "진주의료원에 대한 경남도의 진단 자체가 혼합돼 있는데, 노조 문제라면 민간위탁에서 부분승계 등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다른 방안이 나왔을 것"이라며 "경남도가 노조와 공공성 문제 등을 섞어서 아무 것도 안 되겠다며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경남도에서 노동조합을 비방하기 위해 낸 전단지를 들어보이며 잘못을 지적하는 모습. ⓒ 윤성효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박권범 전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이 자료 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김성주 의원은 "경남도에서 부채가 제일 많은 경남개발공사는 오히려 기구를 확대개편하고 부채가 적은 의료원을 폐업했다"고 말했다. 그가 "경영은 원장이 하나 노조가 하나"라고 묻자 윤성혜 국장은 "단답형으로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다 정우택 위원장으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국장은 "처음이라 무례하게 보였을 수 있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재차 묻자 윤 국장은 "경영진이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재 원장은 누가 임명하느냐. 노조가 추천한 게 아니고 경남도에서 공모를 거쳐 지사가 임명한다"며 "노조가 경영을 하는 게 아닌데 노조에 경영개선 의지를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성걸 의원은 "전체 경영 책임은 원장한테 있다. 경영 개선과 관련해 노조와 어떠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는지, 그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경남도는 신종플루 환자가 입원하지 못한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했는데, 당시 정부 정책은 '입원격리'가 아니라 '가정격리'였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의료원 운영에는 불가피한 적자가 있고, 그것을 빼면 20~30억 정도 적자인데, 이 정도 재정문제로 폐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남도가 노동조합을 비방하기 위해 배포했던 전단지를 들어보이며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대출 "경남도가 허위자료로 포장"

경남도가 허위 자료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경남도가 낸 자료를 보면 진주의료원은 '공공성 상실'이라고 해놓았는데, 상실은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며 "공공성에 3.9%라는 수치까지 적어 놓고서 '상실'이라고 하면 안 되고, '약화'라고 해야 하지 않나. 허위자료로 포장하고 있고, 경남도의 왜곡된 시각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의 한 해 실제 적자는 8억 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촤동익 의원은 "경남도가 만든 자료에 보면, 2008년부터 작년 말까지 누적 적자가 60억 원이다. 신축이전에 따른 경남개발비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는 데 들어간 돈을 제외하면 4년간 실질 적자는 37억 원으로, 4년으로 나누면 연간 8억 원이다"며 "국립의료원의 한 해 적자가 300억 원"이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전 직원과 노조 지부 간부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정진후 의원은 "2010년 11월 이사회에서 2008년에 노사합의안을 거부해 직원들은 몇 년간 동일임금을 받아왔다. 이사회가 거부한 것에 대한 잘못은 왜 지적하지 않느냐"고, "신종플루 때 몇 천명씩 진료한 자료가 있는데 왜 언급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진식 부지부장은 "노조가 정말 강성노조였다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대답했다.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와 박진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 윤성효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정우택 위원장과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윤성효


회의 마지막에 정우택 위원장은 윤한홍 부지사를 향해 홍준표 지사의 경남도 기관보고(9일) 때 출석을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이사회와 관련해 당연히 보고할 내용도 모르고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 확인을 위해서도,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도 홍 지사가 출석해서 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도중 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경남도청을 질타하면서 홍준표 지사에 대해 '사기꾼 괴수'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을 받은 뒤 김 의원은 사과했다.

당초 특위 위원들은 의료원 8층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 2명을 면담하고 의료원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시간 관계상 취소했다. 국회의원들이 의료원에 도착하자 보건의료노조 지부 조합원과 진주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환영 현수막'을 들고 나와 서 있기도 했다.

▲ 국회 '공공의료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현장검증했다. 사진은 정우택 위원장이 도착해 의료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이 "진주의료원 조합원의 이야기"라는 자료집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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