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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에 세금 매긴다... 정의선·이재용 등 '수백억'

[분석] 국세청, 7월말까지 1만명에게 증여세 과세 통보... 재계 "이중과세"

등록|2013.07.04 20:03 수정|2013.07.05 13:59

▲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 권우성


국내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세금을 걷는다. 국세청은 4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대상자 약 1만 명에게 이번달 말까지 세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이들 중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재벌 오너 일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위 15대 재벌 오너들이 내야 할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624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상자나 과세 규모를 밝히진 않았다. 대신 이번 과세를 통해 1000억 원가량의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벌 일감몰아주기 첫 과세... 1만 명은 누구?

재벌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그동안 경제민주화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혀왔다. 재벌 오너 일가들의 편법적인 재산 증여라는 비판 때문이었다. 작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뒤늦게 세법을 바꿔 2012년 계열사 간 거래분부터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가능해지게 됐다.

국세청이 공개한 일감몰아주기 신고 대상은 대체로 1만 명에 달한다. 국세청은 이날 일감몰아주기로 이익을 올린 기업 6200여 곳에도 안내장을 보냈다. 해당 지배주주 등이 증여세를 내라는 것이다.

증여세 대상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올린 회사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들이다. 이 가운데 ▲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이 있고 ▲ 수혜법인의 특수관계법인 거래 비율이 30%가 넘어야 하며 ▲ 수혜법인에 대한 주식 직·간접 보유비율이 3%를 넘어야 한다. 물론 작년 말 기준이다.

이학영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특수관계 법인의 경우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30% 이상 출자한 기업이나 지배주주나 친족이 사실상 지배하는 기업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달 말까지 증여세를 신고하면 산출된 세액의 10%에 대해서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 재계 인사들(단위 : 100만 원) ⓒ CEO스코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15대 재벌오너들, 증여세로 수백억 낼 수도

그렇다면 이번 증여세 과세 대상은 누가 얼마나 낼까. 기업경영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상위 30대 재벌 가운데 15곳의 재벌 오너 일가들이 증여세를 물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오너 65명이 포함됐다. 또 이들이 내야 할 증여세가 모두 62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CEO스코어쪽은 분석했다.

분석 내용을 보면 30대 그룹의 1185개 계열사 가운데 30% 이상의 내부 거래를 한 회사는 426개였다. 이 가운데 총수 일가의 지분이 3%를 넘는 회사는 55개 회사였다. 전체 계열사의 4.6% 수준이다.

과세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증여세를 내야 하는 주주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모두 129억64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 부회장의 경우 그동안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왔다. 정 부회장은 현대 글로비스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위스코 등의 계열사에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정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모두 108억84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 회장이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엠코 등 계열사 지분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정 회장 부자(父子)가 내야 할 증여세만 238억48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증여세로 88억여 원 정도로 추산됐다. 이 부회장은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와 삼성SDS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5억여 원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허정수 GS네오텍 사장도 각각 61억 원과 30억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세금 1000억 원은 걷힐 것" 기대 속에 재계 "이중과세" 반발도

국세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세금을 걷히게 될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기획재정부에서 이미 증여세 도입으로 10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예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한 안에 증여세를 신고해서 납부하지 않으면 높은 가산세를 내야 한다"면서 "가능하면 이번달 안에 신고해 납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계 쪽에선 "정부가 무리하게 과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과세 자체가 사실상 이중과세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기업들이 올린 이익에 대해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그들이 받은 주식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까지 매기는 구조 자체가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그 자체로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만큼 법적용을 면밀하게 따져볼 것"이라며 "정부의 세수 감소를 이같은 증여세 과세로 채우려는 것은 오히려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을 끌어내리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현황 ⓒ CEO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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