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철모르는 여름 코스모스 사연

[김철수PD의 날씨살롱]

등록|2013.07.06 14:59 수정|2013.07.06 14:59
제주도 남쪽 먼 해상, 북위 30도 부근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중부지방까지 다시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보름 동안의 마른장마로 시들했던 들풀들이 내리는 비에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주변의 그런 무리 속에 철모르는 가을꽃 코스모스도 활짝 피어났다.

▲ 코스모스는 한번 심으면 주변에 씨앗을 퍼트려 군락을 이룰 정도로 환경 적응력이 매우 강하다. ⓒ오산시청 제공 ⓒ 온케이웨더


성하(盛夏)의 계절,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울려 피어야 할 코스모스가 벌써 한창이다. 남부는 물론 중부지방 곳곳에서 피어난 때 이른 코스모스가 계절을 잊게 해주고 있다. 100여 년 전 한반도에 찾아온 코스모스는 해가 짧아지는 가을에 꽃을 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단일성(短日性)식물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초여름이면 피기 시작하는 코스모스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지구온난화나 기상이변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코스모스가 여름과 가을철에 각각 꽃을 피우는 품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여름코스모스'로 불리는 개화가 빠른 품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부터다. 당시 서울시는 올림픽 성화가 달릴 서울거리를 코스모스와 국화 샐비어 등이 눈부시게 핀 환상의 꽃길로 만들기 위해 가로변에 심을 꽃가꾸기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물론 서울시만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꽃길 만들기가 불꽃처럼 번졌던 시기이다. 1988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이어진 인류의 제전을 앞두고 꽃길 조성용으로 들여온 것이 바로 여름코스모스가 한반도에 첫 선을 보인 시작인 것이다.

▲ 다양한 색깔을 지닌 코스모스는 대개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어난다. ⓒ김철수 ⓒ 온케이웨더


개량품종인 여름코스모스는 대부분 꽃을 일찍 피우는 조생종으로 꽃송이가 비교적 크고 색깔이 다양하다. 노란색은 물론 블랙 코스모스라는 검은 자주색의 센세이션, 베르사유, 다즐러 등이 대표적인 개량종이다. 이 같은 품종은 낮의 길이와 관계없이 파종 후 60~70일이면 개화가 가능해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이 때문에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계절을 잊은 코스모스 축제가 릴레이식으로 열리고 있는데, 축제 개시일에서 2개월 정도 앞서 파종을 하면 축제 동안에 코스모스를 활짝 꽃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경남 거제의 청마마을에서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때이른 코스모스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마을 청마기념관 일대. 청마 유치환의 시심(詩心)을 잇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 ⓒ거제시청 제공 ⓒ 온케이웨더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는 1910년대에 우리나라에 처음 꽃을 피웠다. 이후 해가 짧아지는 가을철이면 꽃을 피우는 만생종(晩生種)으로 정착했다. 그래서 코스모스하면 가을을 연상하는 꽃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씨가 떨어지면 다음해 또 꽃피우기를 반복하는 코스모스는 한번 심으면 주변에 씨앗을 퍼트려 군락을 이룰 정도로 환경 적응력이 매우 강한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 분홍빛 코스모스 꽃말은 ‘소녀의 순애’ ⓒ김철수 ⓒ 온케이웨더


코스모스(cosmos)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꽃은 가장자리에 6~8개의 끝이 갈라진 혀꽃(설상화:舌狀花)과 가운데는 황색의 촘촘한 대롱꽃(통상화:筒狀花)으로 이루어졌다. 씨앗은 통상화에서만 만들어진다.
여름의 한 가운데인 7월, 복(伏)더위에 피어난 가을꽃인 코스모스가 폭염을 견딜까 조금은 걱정도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향 멕시코의 기후환경 유전자가 남아 있는 코스모스는 서늘한 환경은 물론 30℃가 넘는 고온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에서 선선한 가을을 생각하며 오늘의 무더위를 잊어 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김철수씨(sirocco@kbs.co.kr)는 KBS 기상전문PD 출신으로 현재 기상예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케이웨더에 날씨 관련 칼럼을 정기 기고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