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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전문가 협의체' 끝내 파행, 국회 채택은?

백수현 위원장 '최종 보고서' 제출... 한전 추천 위원-대책위 공방

등록|2013.07.08 16:36 수정|2013.07.08 16:36
밀양 송전탑 갈등을 풀기 위해 구성되어 40여 일간 활동했던 '전문가 협의체'가 파행으로 끝났다. 전문가 협의체 백수현 위원장은 8일 최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어떤 '결정(권고)'을 할지 관심이 높다.

전문가 협의체는 국회(여당·야당)와 한국전력-주민 추천(각 3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백수현(동국대)·김발호(홍익대)·김영찰(아무대)·정태호(전 한국산업기술대)·장연수(동국대) 교수와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하승수 변호사,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문승일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등이 속해있다.

▲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5월 22일 주민들이 공사 저지를 위해 중장비 쪽에 앉아 있다. ⓒ 곽빛나


이들은 밀양 주민들이 제기했던 '기존 선로를 활용한 우회송전'과 '지중화'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해왔다. 우회송전 여부에 대해, 김발호·김영창·문승일·정태호·장연수 위원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했으며, 백 위원장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지중화에 대해, 백 위원장은 "논란이 있으나, 일부 위원의 기자회견 등에서만 다루어졌을 뿐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았으며, 한전의 발표와 양측의 보고서 초안 제출에 그쳐,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지중화 공사는 우회송전이 가능하여야만 시행할 수 있을 터인데, 우회 송전이 어렵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지중화 문제를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백수현 위원장은 "지중화를 위한 구체적인 입지나 건설 관련 자료의 검토 등은 가상의 환경을 가정하므로, 실제 수행과정에서 비용이나 기간 등은 가변적으로 보인다"며 "지중화를 위해 송전선로의 경과지역을 변경해야 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민원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 위원장은 "보다 건설적인 토론과정과 합의된 결론을 내리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면서 "회의에서 고성이 오가고 인신공격이 발생한 점 등도 위원장으로서 괴로운 심경이었고, 협의체 밖에서 이루어진 합의되지 않은 의견 표출 등에 대해서도 대단히 유감"이라고 피력했다.

한전 추천 위원 "표절·대필 절대 인정 못해"

전문가 협의체 활동 과정에서 주민·야당 추천 위원들은 한전 추천위원들이 보고서를 내면서 한전의 자료를 베껴 쓰거나 한전측이 대필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들은 지난 7월 2일 회의 때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5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한전 추전 위원들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승일·정태호·장연수 위원은 8일 낸 자료를 통해 "위원들의 부여된 임무는 국회와 지역주민을 대신해서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들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라며 "협의체에 공표된 자료 중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표·그림·데이터를 보고서에 인용하였으며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추천 위원들은 "보고서는 특성상 표절·베끼기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창작성이 요구되는 문학·예술 또는 연구논문 분야와는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쟁점을 가리자고 작성해 온 내용상 초안의 보고서에 대하여 대필 운운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들은 "당초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는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을 위해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였지만, 반대위는 핵심쟁점인 '전력계통 해석'이나 '토목분야' 전문가가 아닌 위원을 협의체 위원으로 추천하여 핵심 사안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체의 운영 과정에 있어서도 국회 중재안에 담겨있는 핵심 사안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이 아니라 밀양 송전선로 사업에 관한 한전과 정부의 기록물 목록 일체 등 핵심을 벗어난 자료요구와 논쟁으로 원활한 협의체 운영을 저해하였다"고 덧붙였다.

또 한전 추천 위원들은 "반대 추천 일부위원이 한전측 위원을 상대로 '한전 자료 복사하기', '보고서 대필 의혹'에 대한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면서 회의 진행 중에 '베낀 것 맞죠?', '대필 시켰죠?' 등 원색적인 발언과 비난으로 4시간여 동안 계속해서 반복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정상적인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전문가협의체의 파행 운영을 초래하였던 것"이라며 "협의체가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데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합의 없는 보고서는 날치기, 원천무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전문가협의체의 보고서는 '원천무효'라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8년간의 눈물겨운 투쟁이 있었고 밀양 송전탑 경과지 수천명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독자적인 기술 검토가 전혀 없이 대필·표절된 보고서, 아무런 절차적 합의 없이 날치기로 작성된 보고서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수현 위원장에 대해, 이들은 "노골적이고 한전에 치우친 편파적인 회의 진행으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며 "그는, 협의체 운영 초기에 핵심 쟁점에 대한 자료요청에 대해 한전측이 부실한 자료를 제공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려 하지 않았고, 현장 방문 시에도 가장 긴요한 밀양 현장 방문을 단 20분만 갖는 등 편파적으로 협의체를 운영해 왔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제출된 보고서 중 한전 측이 작성한 내용은 전문가들이 직접 검토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하여 제출된 보고서가 아니라 극히 편법적인 방식으로 날치기 대필된 보고서로, 심의와 채택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 보고서는 국회의 위임 취지를 정면으로 배반하고 국회와 국민, 밀양 주민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8일 논평을 통해 "편파적 활동, 표절 및 대필 의혹 등에 대한 내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날치기 발표한 것"이라며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밀양송전탑 문제해결에 있어 전문가협의체의 역할을 기대했건만, 오리려 더 깊은 갈등과 불신의 골을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 더 큰 '문제'를 낳아서는 곤란하다"며 "전문가협의체 활동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이미 노출된 가운데 '합의'되지 않는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최종보고서 발표는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와 야당·주민 추천 위원들은 9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향후 대응책을 밝힐 예정이다. 대책위는 11일 국회 주변에서 밀양 주민들이 상경한 가운데 집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오는 11일 전체 회의를 열어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울산 울주-부산 기장-경남 양산-경북 청도-경남 밀양 구간에 송전탑을 건설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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