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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경력 12년... 글쓰기는 '치료제'다

돈도 벌고 마음도 치유하고...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등록|2013.07.10 13:54 수정|2013.07.10 13:59

▲ 하루라도 뭐든 쓰지 않으면 손에서 쥐가 난다. ⓒ 홍경석


지난달의 일이다. 전화가 왔는데 내 이름을 물으며 본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신은 <한겨레> 신문의 문화부 기자인데 특집에 실을 기사를 쓰고 있다며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날 인터뷰한 내용은 일주일 뒤인 지난 6월 20일자 <한겨레> '매거진 ESC'에 '나는 응모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이 기사를 보면 등장하지만,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에 있어서 만큼은, 더욱이 그것이 현상공모전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제어할 수 없는 참여의 충동이 본능적으로 꿈틀댄다. 현상공모전에서 당선되면 거액을 '합법적으로'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한겨레> 신문에 실린, 나와 연관된 기사를 잠시 살펴보자.

대전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홍경석씨는 자타공인 글쓰기 마니아다. 한 사이트에 '공모전 정보 알리미'를 신청해두고 일 년에 20번은 글쓰기 공모전에 응모하는데다가 300가지 넘는 기업 사외보를 받아 보면서 투고할 곳을 추려낸다.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국민학교(초등학교)만 졸업했다가 나이 오십에 사이버대학교에 진학했다. 어머니 이야기며 내 인생을 소재 삼아 계속 쓴다."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에는 아직도 홍경석씨처럼 매일 보내오는 응모작이 많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박혜영 국장은 "학력이 낮고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편지들을 보내온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쓰러져 자야 마땅한데 어렵게 응모한다. 그들에게는 글쓰기가, 응모 자체가 힐링인 것 같다"고 전한다.(중략)

씽굿 이동조 미디어 국장은 "상금이 물론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자신의 재능과 지식을 써먹을 곳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작은 공모전이라도 당선되면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치와 능력을 증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그것이 공모전의 중독성이다.

그렇다. 내가 글을 쓰는 까닭은, 돈(현상금 혹은 원고료)도 그렇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힐링(Healing) 때문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에 다닐 적, 만날 일기를 쓰면서부터이다. 일기를 잘 쓴다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칭찬과 함께 상도 수두룩하게 받은 게 '세 살 버릇 여든 가듯' 그렇게 지금껏 이어져온 것이다. 그것이 습관으로 이어져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단순한 취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현재 '투잡'의 개념으로 여러 매체에 글(기사, 에세이, 현장 탐방 등)을 쓰고 원고료를 받는다. 따라서 경비원이란 위태위태의 박봉에도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것이다.

14시간 고된 일에도... '글쓰기'가 있어 나는 부자

▲ 글을 써서 그동안 받은 상장은 수십 개가 넘는다. ⓒ 홍경석


내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글을 쓴 지도 벌써 12년이나 됐다. 내 첫 기사는 2002년 6월 5일의 <월드컵 축구 덕에 나팔 분 사연>이다. 물론 당시엔 글쓰기의 기초도 잘 몰랐다. 그 즈음의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자갈과도 같던 투박한 내 글을 빛나는 보석으로 가공해주곤 했던 것이다.

한데 도둑질도 하면 는다고 만날 글을 써 버릇 하니까 나도 모르게 필력이 신장되는 걸 절감할 수 있었다. 그건 물론 <오마이뉴스>라는 '개인교수'가 지도를 해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나는 비록 정식학력이라곤 고작 '초졸'뿐이었으되, 지난 수십 년간 독학과 더불어 방대한 독서를 병행해왔다. 이는 여러 가지의 이유로 공부의 길을 박탈당한 데 대한 적개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완전히 활자중독증 환자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습관은 많은 긍정과 아울러 고무적 결과까지를 도출해냈다. 우선 고작 초등학교만 달랑 나온 제 아빠가, 그러나 허구한 날 책하고만 사는 모습을 보이니 아이들은 딱히 가르치지 않았어도 스스로 '열공'했다. 지난 시절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있어 일종의 암묵적 거울이었던 셈이다. 두 아이는 각각 대학과 대학원을 우수하게 졸업하고 지금은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직장에 다닌다.

나는 오늘도 고된 야근 중이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야근은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이어진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인적마저 끊겨 정적만이 고요한 새벽에도 나는 열심히 글을 쓴다. 지나친 자만감이라며 흉을 볼지언정 나는 글을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부자'다. 나는 어딜 가더라도 항상 볼펜과 메모지를 지참한다. 그리곤 스쳐 지나가는 단상을 놓치지 않고 메모한다. 제목만 적어두는데, 그렇지만 그것만 봐도 나중에 금세 글짓기를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다. 또한 자신을 제3자의 시각에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까지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통하면 마음에 쌓였던 응어리까지 시나브로 풀림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글을 쓰면 결국 카타르시스까지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아픈 내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지는 치료제이다. 오늘 사는 게 시시한 사람들은 당장 글쓰기를 시작해보라. 주제는 별것 없다. 그저 내가 사는 세상살이, 혹은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과 느낌을 가감 없이 생각의 그릇에 담으면 족하다. 시작이 반이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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