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첫' 진보 구청장 둘, 지난 3년 되돌아보니...
[인터뷰] 취임 3주년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과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
대의제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선 거의 해마다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때마다 상당수 시민들은 '정치권은 다 똑같다'는 말을 한다. 정치 불신이 많다는 걸 대변해준다. 또한 분단으로 인한 이념 갈등이 강해, 진보정치가 성장하기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지방선거 때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수도권 최초로 인천에서 이른바 진보 구청장이 두 명이나 탄생한 것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라는 작은 무대이지만, 진보정치가 실험대에 오른 것이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진보구청장들이 실험대에 오른 지 3년이 지났다. 이들은 취임 후 3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들이 3년 동안 걸어온 길과 고민 등을 들어보았다. - 기자 주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은 진보정의당 소속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4전5기 뚝심도 한몫했다. 그에 앞서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남동구지부장, 남동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인천대공원 유료화 반대 대책위원장 등을 지내며 지역운동을 일궜다.
배 청장은 취임 후 진보구청장으로서 진보의 가치를 행정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진짜 진보는 따뜻하다. 그동안 진보 진영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야한다고 결심했다. 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진보가 가진 따뜻함, 진보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 등을 행정에 녹여내고, 보편적 복지를 공감하게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행정과 주민의 소통, 계층과 세대 간 소통, 그리고 화합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진보이든 보수이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실패한다.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더욱 그렇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이명박 정부의 불통정치가 심판대에 올랐고, 소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많은 국민들이 권위주의 부활과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했다. 다음은 계층과 세대 간 갈등 해소가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화합이 필요했다."
배 청장은 취임 후 진보구청장에 대한 공직사회와 지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구청장 당선 후 나를 지지한 분들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봤다. 먼저,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부서별 간담회와 회식 자리 등을 통해 전체 공무원을 만났고, 지역의 각종 단체들을 만났다. 동별로 순회하면서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건의사항이 1년에 250건 정도 나왔다. 4년째 하고 있으니, 1000건이 넘는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전체 다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주민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구청장에게서 변화를 느꼈고,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
중요한 건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공무원과 호흡하는 것이었다. 공약 사항 등을 일방적으로 지시해 추진하지 않았다. 공약을 함께 만든 시민단체나 의견그룹,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다. 그 안에서 서로 가진 오해를 풀어나갔다. 공무원들이 전임 구청장과의 차별성을 느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느꼈다. 인천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직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자부한다."
일등 행정 구현... 보수와도 소통 강화
배 청장이 이렇게 자화자찬한 것은, 그가 걸어온 3년이 결코 말뿐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과 성과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가 취임한 뒤로 3년 동안 남동구는 인천 최초로 군·구 행정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2011년 지역브랜드 일자리 사업 우수상, 2012년 지역부문 일자리 사업 경진대회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공약 이행과 정보공개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등급의 영예를 안았으며, 국무총리와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배 청장이 소통을 위해 취임 후 100일이 넘도록 날마다 술을 마시는 바람에 건강이 악화됐던 일화가 숨어있다.
진보구청장이 보수 성향의 단체나 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왔을까? 그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듣고 공개적인 반대에도 직면했지만, 바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전통적 보수단체들이 취임 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할 정도로 반감이 심했다. 특정 정당이 선거 때나 이념 갈등이 첨예한 문제에 이분들의 힘을 자주 빌린다. 하지만, 사실 이분들이 대접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구청 공식 행사에서 소개도 못 받고 그러더라. 공식 행사에 그 분들 자리를 만들어 소개도 시켜주고, 건의사항이 있으면 구청장실에 직접 찾아와 말하게 했다. 또한 전직 구청장이나 정치인들도 노력했지만, 그분들의 소원 중 하나인 보훈회관 건립을 내가 직접 건립해드렸더니, 이제는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구의회 파벌 다툼 실망,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구청장이 구정을 펼치는데, 지방의회와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의회에서 제동을 걸면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배 청장과 남동구의회는 어땠을까? 정책을 놓고 대립하는 모습은 밖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남동구의회는 의장단 선거를 놓고 동료 의원 간 다툼이 심해 의원이 석유통을 들고 본회의장에 난입하는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파행이 심했다.
배 청장은 지방의회와의 관계가 이제 회복됐지만, 지방의회에서 정당 간 또는 파벌 간 갈등과 대립 등을 없애기 위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당 책임 정치도 중요하지만, 기초단체와 기초의회가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논리로 가다보면 구민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구민들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야하는데, 파벌 경쟁으로 인해 개정되지 않아, 구민들이 피해를 본다."
마지막으로 배 청장은 20대 때 일하다 새끼손가락을 잃은 남동공단 한 회사 사장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20대에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남동공단의 한 회사에 취업해 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잘렸다. 구청장에 취임할 무렵, 남동공단 업체 사장들끼리 '배 청장 손가락 잘리게 한 회사는 이제 망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제가 일했던 회사 사장님은 여전히 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나중에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장님은 지금은 적극적 지지자가 돼 구청에서 하는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걸어서 동네 한바퀴' 현장 행정 구현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은 노동자 출신 구청장으로 진보정의당 소속이다. 현대제철노동조합 통합위원장을 지냈으며, 동구지역복지센터 '우리동네' 공동대표 등을 역임하다가 민선 5기 동구청장선거에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동구는 인천에서 노령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러다보니 취임 초기에는 '빨갱이' 소리를 하는 노인도 종종 만났다. 지금은 '정당이 뭐가 중요해 인물이 좋고 일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격려해준다. 진심이 통했다는 느낌이다. 집에서 구청까지 걸어서 25분 거리라 항상 걸어서 출근한다. 처음에는 7시 30분쯤 집에서 나오면 구청에 8시 10분쯤 도착했다. 지금은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출근길에 만나는 동네 어른들이나 주민들이 차 한 잔하라고 잡기도 하고 민원을 듣다보니 그렇다."
조 청장은 노동자 출신 구청장답게 뭐든지 땀 흘려 일하는 마음으로 지난 3년 동안 구정을 이끌어왔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책상에서 작성해온 기획서보다는 본인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의 이런 스타일은 10여년 넘게 방치된 송림지하보도를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인 명물로 만들었다. 송림지하보도는 1988년 지하상가로 사업시행인가를 얻었지만, 지역이 낙후되면서 13년째 텅 비어 우범지대로 변했다.
조 청장은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발상을 전환해 지하보도에 엘이디(LED) 조명을 이용한 채소 재배 식물공장 '동이네다랑채'를 설치했다. 또한 북카페와 전시·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우범지대가 생태·문화·휴식 공간인 '송림아뜨렛길'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역 언론과 국내 언론이 외면할 때 일본 NHK 방송에서 이곳을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공단과 낡은 주택이 전부였던 동구에 명물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인천지역 학생들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도심을 재생한 사례라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 청장의 발상 전환은 일부 공무원과 시의회, 특히 동구의회에서 '터무니없는 사업'이라는 비난을 들어야했다. 구의회는 사업 예산을 반으로 삭감하기도 했다.
노동자 출신 뚝심이 만든 새로운 변화
현대제철 노동자 출신 구청장이기에 해낼 수 있었던 사업이 눈길을 끈다. 자주재원 확보를 위한 현대제철 폐열 활용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제철소에서 고철 등을 녹이는 과정 중 발생하는 고열을 지역난방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폐열 활용은 이미 선진국에선 친환경에너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항제철에 이어 두 번째이다. 조 청장은 이 폐열 활용을 현대제철에 제안했고, 지난해 폐열 공급에 관해 협약했다.
내년 8월 폐열전기로 2기가 설치되면, 동구는 연간 10억 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향후 사업이 3단계까지 추진되면, 현대제철은 시설 투자비용과 자가 소비량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동구에 무상 지원한다. 동구는 이렇게 재원 30억 원을 확보해 저소득층 난방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다 거짓말이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두 차례 건의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성사되지 않았다. 내가 여당 소속 구청장이었다면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대통령도 왔을 것이다. 현대제철 출신 노동자이다 보니 낭비되는 폐열을 재활용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었고, 추진하게 됐다."
조 청장은 낙후한 동구에서 일자리와 관광자원 창출을 위해 만석부두와 화수부두에 현대식 해양 친수공간을 조성했다. 1970년대 들어서 쇠락했던 포구에 수산물직매장과 유통센터가 만들어지자, 싱싱한 생선과 전통 젓갈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조 청장은 공약 사항이기도 한 '저소득자 소액대출 이자보전기금'을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생활안전기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소득자에게 연 3%의 저리로 생활안전자금을 지원한다.
의회와의 마찰로 꽤 오랫동안 마음고생
지방의회와의 마찰로 인해 조 청장은 꽤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의회와 관계가 어떤가라는 물음에 "소액대출 사업과 폐열 활용 사업, 지하도 재생 사업 등을 추진할 때마다 의회에서 제동을 걸지 않은 적이 없다. 폐열 활용 사업과 소액대출 사업을 추진할 때 일부 구의원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구민 앞에 사과하고 공약을 포기하라고 수차례 공격했다"고 털어 놓았다.
조 청장은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동안 행정을 해보니, 동네에서 '누구는 누구를 찍었다'며 주민들끼리 서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초단체장은 큰 틀에서 정부와 시정부의 정책을 받아 소신껏 행정을 펼치는 기초단위의 장이다. 기초의원들도 동네 골목 민원을 챙기는 사람인데, 중앙당 눈치 보며 각종 행사 쫓아다니기 바쁘다"고 했다.
그는 '진보적 가치를 어떻게 구정에 녹여냈는가'라는 마지막 물음에 "진보가 별거인가? 서민들 사랑하고 아낄 줄 알면 그것이 진보다.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는 누구나 이타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은 모두 진보적 맹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최초로 인천에서 이른바 진보 구청장이 두 명이나 탄생한 것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라는 작은 무대이지만, 진보정치가 실험대에 오른 것이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진보구청장들이 실험대에 오른 지 3년이 지났다. 이들은 취임 후 3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들이 3년 동안 걸어온 길과 고민 등을 들어보았다. - 기자 주
▲ 진보정의당 소속 배진교 남동구청장 ⓒ 한만송
배 청장은 취임 후 진보구청장으로서 진보의 가치를 행정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진짜 진보는 따뜻하다. 그동안 진보 진영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야한다고 결심했다. 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진보가 가진 따뜻함, 진보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 등을 행정에 녹여내고, 보편적 복지를 공감하게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행정과 주민의 소통, 계층과 세대 간 소통, 그리고 화합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진보이든 보수이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실패한다.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더욱 그렇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이명박 정부의 불통정치가 심판대에 올랐고, 소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많은 국민들이 권위주의 부활과 민주주의 후퇴를 걱정했다. 다음은 계층과 세대 간 갈등 해소가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화합이 필요했다."
배 청장은 취임 후 진보구청장에 대한 공직사회와 지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구청장 당선 후 나를 지지한 분들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봤다. 먼저,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부서별 간담회와 회식 자리 등을 통해 전체 공무원을 만났고, 지역의 각종 단체들을 만났다. 동별로 순회하면서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건의사항이 1년에 250건 정도 나왔다. 4년째 하고 있으니, 1000건이 넘는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전체 다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주민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구청장에게서 변화를 느꼈고,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
중요한 건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공무원과 호흡하는 것이었다. 공약 사항 등을 일방적으로 지시해 추진하지 않았다. 공약을 함께 만든 시민단체나 의견그룹,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다. 그 안에서 서로 가진 오해를 풀어나갔다. 공무원들이 전임 구청장과의 차별성을 느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걸 느꼈다. 인천에서 가장 역동적인 공직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자부한다."
▲ 배진교 남동구청장은 취임 후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 남동구 만수동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예산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있다. ⓒ 한만송
일등 행정 구현... 보수와도 소통 강화
배 청장이 이렇게 자화자찬한 것은, 그가 걸어온 3년이 결코 말뿐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과 성과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가 취임한 뒤로 3년 동안 남동구는 인천 최초로 군·구 행정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2011년 지역브랜드 일자리 사업 우수상, 2012년 지역부문 일자리 사업 경진대회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공약 이행과 정보공개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등급의 영예를 안았으며, 국무총리와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배 청장이 소통을 위해 취임 후 100일이 넘도록 날마다 술을 마시는 바람에 건강이 악화됐던 일화가 숨어있다.
진보구청장이 보수 성향의 단체나 주민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왔을까? 그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듣고 공개적인 반대에도 직면했지만, 바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전통적 보수단체들이 취임 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할 정도로 반감이 심했다. 특정 정당이 선거 때나 이념 갈등이 첨예한 문제에 이분들의 힘을 자주 빌린다. 하지만, 사실 이분들이 대접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구청 공식 행사에서 소개도 못 받고 그러더라. 공식 행사에 그 분들 자리를 만들어 소개도 시켜주고, 건의사항이 있으면 구청장실에 직접 찾아와 말하게 했다. 또한 전직 구청장이나 정치인들도 노력했지만, 그분들의 소원 중 하나인 보훈회관 건립을 내가 직접 건립해드렸더니, 이제는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구의회 파벌 다툼 실망,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구청장이 구정을 펼치는데, 지방의회와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의회에서 제동을 걸면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배 청장과 남동구의회는 어땠을까? 정책을 놓고 대립하는 모습은 밖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남동구의회는 의장단 선거를 놓고 동료 의원 간 다툼이 심해 의원이 석유통을 들고 본회의장에 난입하는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파행이 심했다.
배 청장은 지방의회와의 관계가 이제 회복됐지만, 지방의회에서 정당 간 또는 파벌 간 갈등과 대립 등을 없애기 위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당 책임 정치도 중요하지만, 기초단체와 기초의회가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논리로 가다보면 구민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구민들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야하는데, 파벌 경쟁으로 인해 개정되지 않아, 구민들이 피해를 본다."
마지막으로 배 청장은 20대 때 일하다 새끼손가락을 잃은 남동공단 한 회사 사장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20대에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남동공단의 한 회사에 취업해 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잘렸다. 구청장에 취임할 무렵, 남동공단 업체 사장들끼리 '배 청장 손가락 잘리게 한 회사는 이제 망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제가 일했던 회사 사장님은 여전히 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나중에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장님은 지금은 적극적 지지자가 돼 구청에서 하는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걸어서 동네 한바퀴' 현장 행정 구현
▲ 진보정의당 소속 조택상 인천동구청장 ⓒ 한만송
"동구는 인천에서 노령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러다보니 취임 초기에는 '빨갱이' 소리를 하는 노인도 종종 만났다. 지금은 '정당이 뭐가 중요해 인물이 좋고 일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격려해준다. 진심이 통했다는 느낌이다. 집에서 구청까지 걸어서 25분 거리라 항상 걸어서 출근한다. 처음에는 7시 30분쯤 집에서 나오면 구청에 8시 10분쯤 도착했다. 지금은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출근길에 만나는 동네 어른들이나 주민들이 차 한 잔하라고 잡기도 하고 민원을 듣다보니 그렇다."
조 청장은 노동자 출신 구청장답게 뭐든지 땀 흘려 일하는 마음으로 지난 3년 동안 구정을 이끌어왔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책상에서 작성해온 기획서보다는 본인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의 이런 스타일은 10여년 넘게 방치된 송림지하보도를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인 명물로 만들었다. 송림지하보도는 1988년 지하상가로 사업시행인가를 얻었지만, 지역이 낙후되면서 13년째 텅 비어 우범지대로 변했다.
조 청장은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발상을 전환해 지하보도에 엘이디(LED) 조명을 이용한 채소 재배 식물공장 '동이네다랑채'를 설치했다. 또한 북카페와 전시·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우범지대가 생태·문화·휴식 공간인 '송림아뜨렛길'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역 언론과 국내 언론이 외면할 때 일본 NHK 방송에서 이곳을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공단과 낡은 주택이 전부였던 동구에 명물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인천지역 학생들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도심을 재생한 사례라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 청장의 발상 전환은 일부 공무원과 시의회, 특히 동구의회에서 '터무니없는 사업'이라는 비난을 들어야했다. 구의회는 사업 예산을 반으로 삭감하기도 했다.
▲ 조택상 동구 청장은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발상을 전환해 10년 넘게 방치된 지하보도에 엘이디(LED) 조명을 이용한 채소 재배 식물공장 ‘동이네 다랑채’를 설치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노동자 출신 뚝심이 만든 새로운 변화
현대제철 노동자 출신 구청장이기에 해낼 수 있었던 사업이 눈길을 끈다. 자주재원 확보를 위한 현대제철 폐열 활용이 그것이다. 이 사업은 제철소에서 고철 등을 녹이는 과정 중 발생하는 고열을 지역난방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폐열 활용은 이미 선진국에선 친환경에너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항제철에 이어 두 번째이다. 조 청장은 이 폐열 활용을 현대제철에 제안했고, 지난해 폐열 공급에 관해 협약했다.
내년 8월 폐열전기로 2기가 설치되면, 동구는 연간 10억 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향후 사업이 3단계까지 추진되면, 현대제철은 시설 투자비용과 자가 소비량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동구에 무상 지원한다. 동구는 이렇게 재원 30억 원을 확보해 저소득층 난방비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다 거짓말이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두 차례 건의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성사되지 않았다. 내가 여당 소속 구청장이었다면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대통령도 왔을 것이다. 현대제철 출신 노동자이다 보니 낭비되는 폐열을 재활용하면 지역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었고, 추진하게 됐다."
조 청장은 낙후한 동구에서 일자리와 관광자원 창출을 위해 만석부두와 화수부두에 현대식 해양 친수공간을 조성했다. 1970년대 들어서 쇠락했던 포구에 수산물직매장과 유통센터가 만들어지자, 싱싱한 생선과 전통 젓갈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조 청장은 공약 사항이기도 한 '저소득자 소액대출 이자보전기금'을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생활안전기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소득자에게 연 3%의 저리로 생활안전자금을 지원한다.
의회와의 마찰로 꽤 오랫동안 마음고생
지방의회와의 마찰로 인해 조 청장은 꽤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의회와 관계가 어떤가라는 물음에 "소액대출 사업과 폐열 활용 사업, 지하도 재생 사업 등을 추진할 때마다 의회에서 제동을 걸지 않은 적이 없다. 폐열 활용 사업과 소액대출 사업을 추진할 때 일부 구의원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구민 앞에 사과하고 공약을 포기하라고 수차례 공격했다"고 털어 놓았다.
조 청장은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동안 행정을 해보니, 동네에서 '누구는 누구를 찍었다'며 주민들끼리 서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초단체장은 큰 틀에서 정부와 시정부의 정책을 받아 소신껏 행정을 펼치는 기초단위의 장이다. 기초의원들도 동네 골목 민원을 챙기는 사람인데, 중앙당 눈치 보며 각종 행사 쫓아다니기 바쁘다"고 했다.
그는 '진보적 가치를 어떻게 구정에 녹여냈는가'라는 마지막 물음에 "진보가 별거인가? 서민들 사랑하고 아낄 줄 알면 그것이 진보다.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는 누구나 이타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국민은 모두 진보적 맹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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