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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환경미화원 공채 '엉터리 면접' 논란

탈락자들 "면접관들, 불공정한 면접" 주장... 감사원, 수원시에 자료 제출 요청

등록|2013.07.12 09:57 수정|2013.07.12 09:57

▲ 경기 수원시가 지난달 환경미화원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최종 면접시험이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등 시험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공채에 응시했다가 탈락한 일부 응시자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청 전경. ⓒ 김한영


경기 수원시가 지난달 환경미화원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최종 면접시험이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등 시험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공채에 응시했다가 탈락한 일부 응시자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면접시험을 공정하게 다시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수원시는 "탈락자들의 일방적 주장"으로 일축하고 있다. 이에 일부 응시자들은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10일 수원시 환경미화원 공채에서 탈락한 일부 응시자들에 따르면, 수원시는 지난 6월 올해 정년퇴직으로 결원이 생긴 시청 소속 환경미화원 33명을 공채했다. 이들 중 19명은 지난 1일부터 근무 중이며, 나머지 14명은 내년 1월부터 근무할 예정이다.

"배점 가장 높은 면접시험, 질문도 않고 퇴장시켰다"

그러나 일부 응시자들은 이번 공채 선발시험 최종 관문인 3차 면접시험이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며 부정선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배점이 가장 높은 중요한 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이 평가기준과 무관한 질문을 하거나 일부 응시자들에게는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고 퇴장시키는 등 '엉터리 면접'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발생한 경위는 이렇다. 수원시는 결원된 환경미화원을 충원하기 위해 지난 4월 25일 시 홈페이지에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선발방법은 1차 서류심사(30점), 2차 체력시험(30점), 3차 면접시험(40점)을 거쳐 고득점 순으로 합격자를 뽑는 방식. 여기에 국가유공자, 취약계층, 장애인 응시자 등에는 10점 이내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응시원서 접수 마감결과 모두 294명이 응시해 약 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원시는 이 가운데 서류전형과 실기시험(체력시험)서 합격한 70명을 최종 면접시험 대상자로 확정해 지난 5월 21일 시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하지만 수원시는 면접시험 대상자 확정 공고 다음날인 5월 22일 "전산 오류로 가산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붙여 갑자기 8명의 응시자를 추가 합격자로 발표한다. 일부 응시자들은 이때부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추가 발표자 중 4명은 면접시험을 치른 후 최종 합격했다.

실기시험 합격자 확정 공고 후 추가 합격자 발표도 의문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문제는 뒤이어 치러진 3차 면접시험. 수원시는 실기시험 합격자 78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7일 시청 본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5명 1개조 방식으로 최종 면접시험을 진행했다. 면접관은 수원시 과장급 공무원 3명과 외부인사 2명 등 5명이 맡았다.

면접시험의 배점은 40점으로, 가장 중요한 관문. 수원시 채용공고를 보면 면접시험의 평가기준은 직업의식, 대민봉사 자세, 성실성 및 사명감, 상식 등 4가지였다.

그러나 중요한 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은 불공정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 탈락자들의 주장이다. 일부 응시자들에게 평가기준과 상관없는 질문을 던지거나 아예 한 마디 질문도 하지 않은 채 퇴장시켰다는 것. 이는 일부 응시자들에게 환경미화원 공채에 응시하게 된 동기나 소신 등을 밝힐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일부 응시자들은 불공정한 면접시험으로 당락도 엇갈렸다고 말한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실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도 면접관들에게 제대로 질문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탈락한 반면, '호의적' 질문을 받았던 사람들은 합격했다는 주장이다. 합격자 내정설 등 부정선발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락자 박아무개씨는 "서류심사와 체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4시간을 기다린 끝에 면접시험을 봤는데, 면접관에게 질문 한 마디 받아보지 못하고 탈락했다"면서 "내 인생에서 이렇게 비참한 적은 없었다, 가족들 보기도 민망하다"고 하소연했다.

불공정 면접, 당락 엇갈려... "이렇게 비참한 적은 없었다"

그러면서 "체력시험에서 거의 낙제점을 받았던 우리 면접조의 한 응시자는 면접관한테 '새벽 4시에 출근할 수 있느냐?' '허리는 괜찮은가?' '쓰레기봉투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출근할 수 있다' '이상 없다' '잘한 것 같다'고 답변한 뒤 상위권 성적으로 합격했다"면서 "마치 짜고 치는 시험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공채에서 탈락한 일부 응시자들은 권력과 배경에 휘둘린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원시가 문제를 인정하고 공정한 재시험 실시 등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아무개씨도 "면접관에게 질문 한 마디 받지 못하고 낙방했다"면서 "탈락자 대부분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원시가 실기시험 합격자를 추가로 발표할 때부터 이상했는데, 면접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감사원 등에서 엄정한 조사를 벌여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아무개씨는 "체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면접 대상자로 합격했으나 면접관에게 환경미화원 연봉에 대한 질문 하나 받고 탈락했다"고 말했다. 실명제로 운영되는 수원시 홈페이지 '시민게시판'에도 일부 응시자들과 시민들의 비판 의견이 잇따라 올라와 있다.

"이런 면접은 처음... 한 마디 묻고 무엇을 평가했나"

이아무개씨는 "서류전형과 체력시험에서 각각 28점, 가산점 5점을 받아 합격을 자신했는데, '수원시 폐기물 양'과 '거주지' 두 마디를 묻는 면접시험 후 불합격됐다"면서 "살아오면서 이런 면접은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우리 면접조의 단체 면접에서 면접관이 '합격돼서 주위사람이 보면 창피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던 내 옆 사람은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면서 "면접점수가 40점인데, 한마디 묻고 무엇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아무개씨는 "내가 아는 동생도 체력검정 종목에서 만점을 받았으나 떨어졌다"면서 "40점이나 된다는 면접시험에서 질문 한 번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면접시험 비중이 높은 것은 결국 능력과 자질에 상관없이 자기들 입맛에 맞거나 또는 청탁받은 사람을 뽑을 수 있도록 장치를 해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환경미화원 채용...공개채용인가요? 낙점채용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박아무개씨는 "수원시의 환경미화원 공개채용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것을 보며 수원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한 뒤 "수원시장은 의혹이 제기된 이상 채용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질문하지 않은 건 면접관들 판단, 몇 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면접관으로 참여한 신화균 수원시 청소행정과장은 "면접시험 당일 휴식시간 없이 모두 16개 팀의 면접을 진행해 팀당 약 13분 정도가 걸렸는데, 일부에게만 질문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질문을 하지 않은 경우도 탈락자들의 주장대로 대다수가 아니라, 몇 명에 불과하다"고 응시자들과 다른 주장을 했다.

이어 "면접시험이 끝나갈 무렵 면접관들이 일부 응시자들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을 가지고 판단해서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면접관들이 면접시험 평가기준에 따라 모두 질문한다는 것은 어렵다, 재시험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부인 면접관 2명에 대해 "시정에 봉사하고 있는 분들로, 면접 당일 아침에 면접관으로 위촉했다"면서 "그러나 면접과 관련된 분들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외부 비전문가들이 공채 면접관으로 참여했음을 시인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수원시 환경미화원 공채 면접시험 문제와 관련해 일부 응시자들은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최근 수원시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수원시 환경미화원 공채는 부정비리로 얼룩졌던 지난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김아무개 수원시의원은 공채 응시자 여러 명한테서 채용청탁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가 2005년 검찰에 적발돼 사법처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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