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문헌 의원님,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정욱식 칼럼] NLL 폭발 직전의 2009년, 고요했던 2012년

등록|2013.07.12 16:59 수정|2013.07.12 16:59

▲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 ⓒ 권우성


"그때는 북한에서 이 문제(NLL)를 건드리지 않았다. 북한이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나도 안 꺼냈다."

'왜 2009년 처음 회의록 내용을 입수했을 때 이 내용을 밝히지 않았나'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대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답변이다. 정 의원은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접했다고 확인해주면서도, 당시에는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건드리지 않았기 않았기 때문에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2009년이야말로 북한이 NLL 무력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해이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을 보자.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자 북한은 MB 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비난하면서 2009년 초부터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그 해 1월 17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을 경고했고, 1월 30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이 나서 "북남합의 파괴책동으로 서해 해상 군사경계선 관련 조항들이 휴지장으로 되어버린 조건에서 우리는 그 조항들을 완전히 그리고 종국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을 공식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명백한 NLL 무력화 선언이었다.

2009년 5월 들어서는 위협의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하자, 북한은 이를 해상봉쇄로 간주하고 "조선 서해 우리의 해상군사분계선 서북쪽 영해에 있는 남측 5개섬(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법적 지위와 그 주변수역에서 행동하는 미제 침략군과 괴뢰 해군 함선 및 일반선박들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급기야 2009년 11월 10일에는 7년여만에 3차 서해교전이 발생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북측 경비정의 NLL 월선→남측의 경고 통신→북측의 불응→남측의 경고 사격→북측의 대응 사격→남측의 격파 사격→북측 경비정 반파 상태로 퇴각. 이 교전사태로 남측은 거의 피해가 없었지만 북한은 인명 손실을 비롯한 상당한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정부 들어 NLL이 가장 조용했던 2012년

NLL의 위기는 2010년 들어서도 계속되었다. 북한은 1월 27일 두 차례 해안포 사격에 이어 28일에도 NLL 북쪽 해상으로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NLL를 직접 겨냥한 훈련이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양상이 달랐다. 급기야 3월에는 천안함이 침몰했고, 11월에는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이 사이에 북한은 최초로 NLL 이남 수역에 포탄 사격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가 절정에 달했던 시점은 2009~2010년이었다. 이는 정문헌 의원이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그 누구 못지않게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문헌 당시 비서관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그 누구도 남북정상회담에서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정 의원의 주장처럼 노 전 대통령이 NLL를 포기하는 이적행위를 한 것이었다면, 북한이 NLL 무력화 총공세를 폈던 2009~2010년이 적기였다. '노무현이 NLL 포기 발언을 해서 북한이 NLL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는 정치 공세가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문헌 의원은 대선을 두 달 앞둔 2012년 10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해 대선 정국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그러면서 "북한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나도 안 꺼냈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이즈음 북한이 NLL을 건드리자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했다는 의미이다.

과연 그랬을까? 뉴스를 검색해보면 알 수 있지만, 2012년은 북한이 NLL에 대해 거의 입을 다물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NLL이 가장 조용했던 시기가 바로 2012년이었다. 그런데 정문헌 의원은 마치 NLL에 큰 문제라도 생긴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이라는 것을 꺼내들었다. 장담했던 '포기'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그런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금까지도 강변한다.

그렇다면 NLL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닥쳤던 2009~2010년에는 덮고 있다가 NLL이 가장 고요했던 2012년 10월에 '노무현의 NLL 포기 발언'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건 대선용이라는 설명 이외에 답할 길이 없다.

이게 아니라면 정문헌 의원은 필자를 깨우쳐주길 바란다. 공개적인 토론 자리면 더더욱 좋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