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강남구청장, 앞뒤 맞지 않는 사업 추진에 '논란'

"재해대비 취약시설 점검이라며 경로당서 구정홍보? 문제 있다"

등록|2013.07.12 18:18 수정|2013.07.12 18:18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지난 5일부터 '재해대비 취약시설 현장점검'이라는 명분으로 관내 경로당을 방문하고 있지만, 사업 타이틀과는 다른 행사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보를 두고 '내년 선거를 앞둔 선거운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청은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노령시대를 맞아 관내 복지사각지대인 경로당을 순찰해 노인시설의 안전유무를 확인하고 어르신들의 경로당 이용 애로사항을 청취한다는 취지로 점심시간 전후 현장 방문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구의회 문인옥 의원은 12일 제222회 강남구의회 제1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구청장의 이런 경로당 방문을 지적했다.

문인옥 의원은 "경로당은 수해 등의 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위치하고 각종 재해 발생시 대피처로 이용되는 장소인데 경로당보다 각종 재해에 취약한 시설물들이 지역에 산재돼 있음에도 경로당이 취약시설 1순위로 선정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주관 부서가 경로당 노인시설 재해대비 현장점검이라면 당연히 치수방재과가 주무부서인데 자치행정과로 지정한 것은 의문"이라며 "재해대비 목적이 있었다면 적어도 치수방재과 직원이 동행해야 하지만 대부분 행정국장·노인복지과장·자치행정과 팀장이 참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어르신들 식사도 제때에 못하게 하면서까지 구룡마을 설명과 구정홍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으로 취약시설 현장점검을 핑계로 한 구청장 홍보를 위함이 아니냐"며 사업 진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도 느끼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경로당에서 구청장이 온다고 나오라 해서 가 봤는데 특별한 내용도 없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구룡마을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지루했다"며 "구청장이 경로당을 찾아오는 것 보니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것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재해대비 취약시설 현장점검'으로 경로당을 방문했다는 말에 "취약시설 현장점검이라면 경로당 주변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하면 될 것인데 왜 우리를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또한 구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경로당 방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청의 한 직원은 "구청장이 관내 취약시설을 점검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그게 왜 경로당이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말 취약시설 점검이라면 치수방재과가 주무부서로 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 신연희 강남구청장(가운데)이 관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상대로 구룡마을 문제 등 구정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강남구청 제공


강남구는 동별 2개소씩 44개소 경로당을 하루 4개소씩 방문해 시설 안전점검은 5분 정도에 불과하고 30분 정도는 감사장 전달과 구정현안 보고 경로당 이용 애로사항 청취 순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남구청 자치행정과 김효섭 팀장은 "교차점검을 하는데 치수방재과는 이미 재해 예방차원을 구청장에게 설명한 상태로 이번 현장점검은 이를 점검하는 자리"라며 "치수방재과 직원이 참여할 경우 점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현장점검으로 어르신들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점검이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점심시간에 점검을 나서는 것은 이 시간이 경로당에 어르신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이기 때문에 실시하는 것"이라며 "충분히 현장을 다 점검한 후에 어르신들에게 경로당 이용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대화의 시간으로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경로당 방문에 대해 이 같이 지적하는 것은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경로당 방문이 '재해대비 취약시설 점검'이라는 사업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로당 방문은 7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강남내일신문 게재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